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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남획 막아야 해양선진국 된다

약탈형 어업, 지속가능한 어업으로 바뀌어야

 

남획 막아야 해양선진국 된다


요즘 꽃게가 금값이다. 꽃게뿐만이 아니다. 마른안주의 대명사 노가리도 식탁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참조기는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혹시 ‘갈치가 옛날보다 왜 이렇게 작아졌을까?’ 하고 궁금해 한 적은 없었는가. 최근 한국의 연근해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남획이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산란기 어종이나 치어 잡으면 남획

남획이란 어자원량이 감소해 지속적인 생산이 불가능한 상태를 가리킨다. 쉽게 말해 적정어획량보다 많이 잡으면 남획인 셈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잡는 것이 남획은 아니다. 어떤 성장 단계에 있는 어류를 잡는가가 남획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입남획은 산란기 어류를 과도하게 잡는 경우를 일컫는다. 산란기 어류를 남획할 경우 어류의 재생산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아 결국 어자원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어린 개체가 성어로 자라기도 전에 무리하게 잡는 것은 성장남획이라고 부른다. 어린 개체를 잡으면 결국 성어로 자라 산란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역시 어자원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보통 남획이 일어나고 있는지의 여부는 자원평가에서 얻어진 결과를 통해 판단한다. 하지만 자원평가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평가 결과를 얻기 전 자원상태의 징후를 통해 예견하는 경우가 많다.

총 어획량이 감소하면 가장 먼저 남획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어장면적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도 남획 가능성이 있다. 어군이 줄어들면 이들이 활동하는 영역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획물 중 몸집이 큰 어류의 비율이 감소하고 평균 길이나 체중이 감소하면 남획일 확률이 크다. 반면 연령별로는 체중이 증가하거나 산란기에 접어드는 시기가 빨라져도 남획일 수 있다. 어자원이 감소하면 한 개체가 먹을 수 있는 먹이량이 늘어나 성장이 빠르기 때문이다.

어획량 감소하면서 어체 소형화 추세
 

길이 1백65cm의 왕갈치. 연근해 남획으로 인해 더이상 이렇게 큰 갈치를 구경하기 힘들어 졌다. 최근에 그물에 걸리는 갈치의 80-90%는 소형이다.


최근 한국 연근해와 주변 수역에 이런 남획의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우선 주변 수역의 어자원량이 감소 추세다. 1980년에 4천3백만t이었던 자원량이 1999년에는 2천8백만t으로 줄었다. 20여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준 셈이다. 어자원량 감소와 함께 총어획량도 줄고 있다. 1986년 1백73만t이던 어획량이 1999년에는 1백34만t으로 감소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이재봉 박사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어민들의 어획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1999년 배타적경제수역(EEZ)내 어획량은 1백60만t인데 실제로는 22%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연근해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연근해 어획량이 1986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1년에는 1백25만t의 어획량을 기록해 1986년 어획량의 7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어선 수는 1970년 5만척에서 2001년에는 6만9천척으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어선 1척당 어획량이 줄어들어 어민들의 생계에 빨간불이 켜진 셈.

어획물의 크기도 소형화 추세를 보여 남획의 우려를 낳는다. 1975년에 평균 32cm였던 고등어가 2001년에는 평균 27cm로 줄었고, 전갱이 역시 평균 25cm에서 18cm로 줄었다.

또 최근에는 수명이 긴 고급어 대신 수명이 짧은 저급어가 주로 잡히는 실정이다. 오징어, 청어, 꽁치, 삼치, 멸치 등 저급어들은 많이 잡히고 정어리, 명태, 갈치, 참조기 등 고급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명태는 한국 연근해 어업의 남획으로 어종이 감소한 대표적 사례다. 1971년 명태의 크기에 따른 조업 규제가 풀리면서 1975년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명태 치어인 노가리의 어획량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1995년 이후 최근까지 명태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서해의 참조기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3만1천t 이상이 잡혀 어획순위 5위를 달렸던 참조기를 2001년에는 순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도 참조기는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 비해 작은 몸집의 참조기가 알을 배는 현상이 나타난 것. 참조기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무차별 어획에 해수 온도 상승으로 설상가상

도대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가장 큰 이유는 어민들의 약탈형 어획이다. 산란기 어류나 어린 치어들을 가리지 않고 잡아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흑산도, 홍도 등지에서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조피볼락, 참돔 등 치어를 남획해 경남, 전남지역 가두리양식장에 싼값으로 팔아넘기는 불법 어로행위까지 등장했다. 치어 남획으로 가뜩이나 어획량이 격감하고 있는 연근해 환경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러시아, 중국, 일본과의 잇따른 어업협상 실패로 한국 어민들의 조업 수역이 좁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이 박사는 이에 대해 “꼭 그렇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어장이 있기 때문.

물론 3국의 공동 관심 어종인 갈치의 경우에는 경쟁조업으로 인해 한국이 상당량의 갈치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서해안의 꽃게 역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한국의 꽃게잡이 어민들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어업협상 실패가 남획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획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은 지구온난화다. 동해는 해수의 온도 상승으로 어장이 북쪽으로 이동해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고 아열대성 어종이 출현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금어기나 산란장 등을 그대로 유지해 결국 남획 위험이 높아졌다. 한국해양연구원 유재명 박사는 “아열대성 어류들의 생태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어민들에게 적합한 어획방법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남획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연안 생태계 오염도 빼놓을 수 없다. 서해의 경우 갯벌 매립과 간척사업으로 강 하구에서 산란하는 어종들의 서식지가 아예 사라져 결과적으로 남획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중국의 황하강과 양쯔강 등 큰 하천들이 서해로 흘러들어오면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도 연근해 어획량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고래 남획은 아직도 논란중
 

최근 상업포경 중지와 재개를 주장하는 찬반론이 맞서고 있어 논란거리다.


그렇다면 남획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일까. 이 박사는 “아니다”고 얘기한다. 현재 전세적으로 남획은 큰 골칫거리다.

올해 유럽연합(EU)는 대서양의 대구 잡이를 금지하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대구의 전쟁’ 이라는 책이 등장할 정도로 대서양 대구의 고갈이 심각한 상태다. 일본에서는 2003년부터 도루묵의 어획을 3년 동안 금지시켰다.

청어 역시 대표적인 가입남획의 희생양이다. 청어는 보통 2세 정도에 성숙하기 시작해 4세에 산란이 가장 많은데 산란기의 청어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현재 그 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현재 남획에 관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종은 고래다. 고래는 다른 해양생물에 비해 수명이 길고 재생산율이 낮다. 따라서 고래의 경우 한번 감소하면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멸종할 수 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 상업포경을 전면 금지하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했고, 한국을 비롯해 41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동의한 상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다른 어류와 함께 그물에 걸려 잡힌 고래 이외에는 모두 불법이다. 상업포경은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혼획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고래 가격이 로또다’ 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최근 일본, 노르웨이 등은 고래의 숫자가 포경을 재개해도 좋을 만큼 회복됐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특히 일본은 고래잡이 찬성국과 함께 지난 7월 19일부터 4일간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개최된 IWC 연차총회에서 18년째 금지하고 있는 상업포경을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IWC 본래의 목적이 고래의 이용과 보존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업포경을 전면 중단한 모라토리움 대신 개정관리제도(RMS)로 바꿔 쿼터를 설정해 상업포경을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회원국들의 투표 결과 29개국이 반대의사를 표명해 3/4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의 제안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일본은 IWC 탈퇴 등 이에 강력히 항의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상업포경과 고래 남획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미래형 남획 관리, 생태계기반 개념으로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사람들이 ‘SOS’ 를 만들었다.


한국은 남획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산란기 어종의 어획을 금지하거나, 금지 어장 구역, 금지 어구 등을 정해 규제한다. 가령 대구는 21cm, 꽃게는 5cm 이하의 크기는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규제는 산발적이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한국은 총허용어획량(TAC)제도를 도입했다. TAC제도는 어획량 자체를 직접 통제해 자원량을 증대시키려는 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1999년 시범기간을 거쳐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TAC제도는 쉽게 말해 연간 어획량을 설정해 해당 어업인에게 배분하고 실제 어획량이 목표치에 이르면 당해연도의 조업을 종료시키는 제도다. 올해 TAC제도가 적용되는 어종은 모두 9종인데, 고등어, 전갱이, 정어리와 함께 꽃게 등이 포함됐다.

TAC 같은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어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남획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이 박사는 “정부 주도의 제도적 규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민들이 남획 문제를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의 자율관리어업 프로그램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 노무현 대통령이 2000년 8월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추진한 것으로 어촌 공동체 중 우수공동체를 선정해 금전적 지원을 하는 등 어민들의 자율적인 어업관리를 장려한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제1회 자율어업관리대회에서 삼척시 덕산공동체는 어민들 스스로 조개자원의 지속적 생산 모델을 만들어 최우수공동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생태계기반 관리 개념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 박사는 미래에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친 연구를 토대로 남획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계기반 관리는 지금까지 특정 어종 한 종류에 국한시켜 남획 여부를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피식 및 포식 관계를 모두 고려해 생태계 먹이사슬 전체를 다루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과 함께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에서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생태계기반 관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진정한 해양선진국은 해양기술의 발전과 함께 첨단 어업 제도가 뒷받침될 때 실현되지 않을까.

어자원량

물고기 등 어자원이 바다에 얼마나 많이 있는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직접 바다에 나가 어구를 사용해 시간당 일정 면적에서 잡힌 물고기 수를 기준으로 산출하거나 수중음향탐지기에서 음파를 쏘아 반사돼 올라오는 신호로 어종을 판단해 계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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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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