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희망입니다.” 2002년부터 한국해양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변상경 원장(54)은 해양과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해양과학, 일명 MT(Marine Technology)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면서 한국이 해양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MT는 종합과학입니다. 여러 분야가 모여 한 기술을 형성하기 때문이죠.” 선박 기술을 비롯해 해양생물 연구, 광물자원 개발, 환경친화적 대체에너지 개발까지 MT는 ‘기술종합선물세트’다. 7월 말 연구원측은 MT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사실 해양연구원에서는 해양지질, 해양생명, 해양공학, 해양환경 등 많은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백화점식 연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변 원장은 이것이 해양과학의 본질이라고 얘기한다. 해양연구가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된다면 해양의 참모습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지난해 해양연구원이 3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는 30이라는 나이가 한발짝 앞으로 나갈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MT를 제안했고, 이를 통해 한국의 해양연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작정이다.
현재 한국의 해양과학기술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해양선진국과 비교해 7년가량의 격차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2010년쯤 한국이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R&D에 지속적으로 지원해준다면 10년 이내에 한국도 당당히 해양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한국은 태평양 자원 탐사 등을 통해 심해연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더욱 실현가능성이 높다. 그는 해양연구원 식구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3백70여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이미 바다에 대한 열정과 끈기로 가득차있기 때문. 해양연구는 ‘3D 업종’ 이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연구가 힘들다. 바다에 직접 가지 않고 바다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1년 3백65일 중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2백69일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매년 연말 최다출장자 상을 수상할 때 정작 수상자는 여전히 출장중인 경우가 많다.
해양연구원은 경기도 안산에 본원이 있지만 대전의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와 남해연구소를 비롯해 남극에 세종과학기지, 북극에 다산과학기지 등 여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기상과 해양 관측을 순수 우리기술로 이뤄 낸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세종과학기지에서 발생한 사고로 변 원장은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점도 있다고 얘기했다. 한국의 해양연구 현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해양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연구원 내에서는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끈끈한 가족애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MT를 통해 해양산업, 해양자원, 해양환경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바다를 첨단화시킬 예정입니다.” 그가 그리는 꿈의 해양국가, ‘마린토피아’ 의 도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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