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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공능력

환각과 무의식 오락가락

고공 환경에서 인간은 장비의 도움없이 생체능력만으로 견디기 어렵다. 또한 고공에서의 활동은 중력의 변화, 기압의 변화, 심한 가속도 등 지상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한다. 인체는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까.

인체의 생리구조는 고공생활에 적합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인체는 지표면으로부터 대기의 물리적 변화가 비교적 적은 극히 제한된 공간에서만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인체의 평형기관도 지구 표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운동만을 정상적으로 감지해 평형을 유지하게 한다.

인간은 생활속에서 고공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고공에서의 인체 능력은 익숙하지 않는 환경에 강제로 놓이게 될 때 적응하는 능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고공에 노출되는 경우는 비행기나 기구를 이용한 비행과 우주선을 이용한 우주비행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인간이 일단 지구 표면을 떠나면 대기압이 낮아지고 또 고공에서 고속으로 움직임에 따라 인체기능에 다양한 장애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고공활동능력은 인체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비와 기술이 결합된 능력이다.
 

고공활동 중에는 감각보다는 계기에 의존해야 한다.


1만5천m 고공에서 10초도 못견뎌

고공비행시 1차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산소분압 저하로 인한 저산소증 현상이다. 고공으로 상승하면 대기압이 낮아지며 산소분압도 같은 비율로 낮아진다. 그러므로 약4천m 이상의 고공에서는 반드시 산소를 외부로부터 보충받아야 한다.

7천m 이상에서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의식에 장애가 오며, 계속 저산소 환경에 방치할 경우 의식이 끊어지고 끝내 생명을 잃게 된다. 1만5천m 상공에서 대기압은 87mmHg(해수면에서의 대기압은 7백60mmHg)인데 이 압력은 폐포내 수증기압 47mmHg와 CO₂분압 40mmHg의 합과 같은 압력이다. 때문에 폐포내로 산소가 들어갈 여지가 없어져 무산소(Anoxia)현상을 초래한다. 이 고도에서 산소보충을 받지 못하면 9-12초 후부터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해 곧 사망하게 된다.

비행기 조종사의 경우 저산소증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의식이 변화되는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대개의 경우 환각상태에 빠져 기분이 상쾌하게 되고, 이어서 판단력이 저하되고 의식이 흐려져 무의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종사들에게 저산소증 체험 과정에서 글씨를 쓰도록 해보면 필적의 변화가 뚜렸이 나타난다.

조종사들은 자신이 글씨를 흘려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감지하지 못하면서 계속 저산소증에 빠져들어감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종사들은 감압실에서 고공에서와 똑같은 상태를 만들어 저산소증을 직접 체험하고, 이 증세가 자신에게 나타날 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특별한 훈련을 받는다.

고공에서의 기압변화 또한 인체에 커다란 장애를 일으킨다. 고공으로 상승하면 기압이 점점 낮아지고 하강할 때는 점점 높아진다. 인체 내에 일정한 공간이 있는 곳(중이와 위장 등이 대표적)은 외부의 기압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공간은 저압상황에 노출되면 기압차로 인해 저절로 팽창하게 돼 심한 고통을 일으키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귀가 멍멍하거나 찌르듯이 아픈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압변화의 속도 또한 인체의 적응에 중요하다. 갑자기 상승하거나 하강하면 인체에 감압장애가 나타나게 돼 고공에서 빨리 움직이기 어렵다. 고공으로 상승해 압력이 급속도로 낮아지면 체액에 용해돼 있는 질소가 체액에서 빠져 나온다. 갑자기 고도가 상승해 급격하게 기압이 낮아지거나 7천6백m 이상의 고공에서는 인체의 조직속에 녹아있던 질소가 기포를 형성한다.

체내에서 만들어진 질소 기포는 조직속에서 수포를 형성하거나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이들이 신경계통을 압착하고 모세혈관을 막으면 인체는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질소기포가 뇌혈관을 압착하게 되면 인체는 반응능력이 떨어지고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증세를 감압증이라 하는데 이는 해저에서 작업을 하다가 해면으로 급히 부상할 때 발생하는 잠수병과 같은 원리다.
 

(그림)심한 회전비행시 인체가 느끼는 평형감각^귀의 삼반규관에 있는 감각섬모에 의해 평형감각을 감지한다.


가속도의 위력

고공비행은 빠른 속도에서 이루어지고 또 대부분 가속도를 수반한다. 특히 움직임이 심한 전투기는 높은 가속도를 유발한다. 최신예전투기의 경우 전투비행 중 수초 동안에 11-12G(1G는 지구중력가속도의 크기) 정도를 유발한다. 인체는 가속도로 인해 혈액의 흐름과 평형기관에 영향을 받고 지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장애를 겪는다.

비행시 인체가 받는 가속도는 대부분 머리쪽이 당겨지는 양성가속도다. 다리쪽이 당겨지는 음성가속도가 인체에 주는 영향이 더 크지만, 비행 중에는 경험하기 어렵다. 양성가속도가 생기는 경우 머리부분이 당겨지므로 체액은 관성으로 인해 몸의 아랫부분으로 쏠리게 된다.

보통 양성가속도 1G가 증가할 때마다 발 부위에는 0.5ℓ의 혈액이 더 몰리게 되고, 뇌의 혈압은 약 23mmHg씩 떨어진다. 양성가속도가 5G면 조종석에 앉아있는 조종사의 뇌 부위의 혈압은 0mmHg로 낮아지는 반면 발 부위의 혈압은 370mmHg로 증가한다. 양성가속도가 점점 증가하는 과정에서 4.1G에 도달하면 조종사의 시야가 흐려지며, 4.7G에서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5.4G 정도에서는 의식마저 상실한다.
양성가속도에 대한 내성은 대개의 경우 체력이 강한 사람이 높다. 조종사들은 원심가속기를 이용한 가속환경속에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내성을 증진시키고 있다.

가속비행 중 인체 감각 못믿어

가속에 의해 발생하는 중력 때문에 조종사들이 일으키는 방향착각도 고공활동의 장애가 된다. 조종사는 통상 정자세로 있는 경우 발쪽에서 당기는 지구 중력을 받아 정상감을 느낀다. 그러나 비행기가 윗방향으로 가속하면 양성가속도로 인해 몸이 무거워짐을 느끼고 강하할 때는 반대로 몸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하강하는 가속도가 지구 중력가속도와 같은 1G면 우리 몸은 무중력을 경험하게 되고, 더욱 가속해서 2G로 하강하게 되면 오히려 머리쪽으로 당기는 1G의 중력을 느끼게 된다. 이 때 조종사는 지표면쪽을 윗쪽으로, 고공쪽을 아래쪽으로 착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비행 중 조종사가 양성가속도 1G를 받고 있으면 지구표면의 위치와 상관없이 그는 항상 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고 느낀다. 큰 원형궤적을 그리며 양성가속도 1G로 비행하는 조종사는 비행기가 뒤집어진 상태에서도 바른 자세에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고속 고공비행의 경우 감각에 의존해 상하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시야가 어두운 야간에는 더욱 공간감각을 믿을 수 없다. 이 때는 특수한 장비와 계기에 의존해서 비행해야 한다. 그리고 가속할 때 느끼는 인체의 공간감각에 속지 않기 위한 정밀한 조종술을 연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평형감각이 쓸모 없는 무중력 우주비행

우주비행을 하려면 지구 대기권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의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 우주공간에서는 산소는 물론 대기압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우주공간에서는 중력도 작용하지 않는다. 무중력상태에서는 인체의 수분과 혈액의 분포가 달라지고 중력을 바탕으로 작용하던 평형기관이 혼란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우주조종사들은 완전히 계기에 의존해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또 우주환경에는 태양열과 심한 추위, 방사선 및 소유성체와의 충돌 등 지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주조종사는 외부환경과 격리된 선실내에서 생활하는데, 선실내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대기압과 산소분압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람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려면 최소한 1백60-1백10mmHg의 산소분압이 필요하다. 고도 3천m 이하에서만 가능한 조건이다. 근래의 우주왕복선은 선실 압력이 1기압으로 해수면과 동일한 기압을 조성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공이나 우주환경은 인간이 생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인간의 생체적인 능력만으로는 다다를 수 없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고공과 우주공간에까지 인간의 한계를 넓혔다. 우주로 향해야하는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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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구본술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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