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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기억의 우주에서 불멸이 되다


편집자주 - ‘임창환의 퓨쳐&바디’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Transcendence
2014년 개봉한 SF 영화 ‘트랜센던스’에는 주인공인 윌 박사가 자신의 뇌를 다운로드해서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트랜센던스’ 프로젝트는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연구는 뇌의 일부를 마이크로칩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뇌공학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부위는 해마다. 해마는 여러 기능이 있지만, 그 중에도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 주는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해마가 손상되면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기억을 장시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려도 해마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들이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구나 해마는 다른 뇌 부위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서 쉽게 해마를 모방한 마이크로 회로를 설계할 수 있다(대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피질은 6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지만 해마는 3개의 층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와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의 샘 데드와일러 교수팀은 해마가 손상된 쥐의 해마 부위에 ‘해마칩’이라고 이름 지은 소형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 해마의 구조를 똑같이 모방한 칩으로, 손상된 부위의 앞부분과 뒷부분의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해마의 손상된 부위를 우회하는 새로운 연결 통로를 만든 것이다. 해마 칩은 앞부분의 신경세포로부터 신경 신호를 받은 다음,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거쳐 뒷부분의 신경세포로 다시 신호를 전달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해마가 손상돼서 장기기억을 할 수 없었던 생쥐는 해마칩을 이식 받은 뒤에 장기기억 능력을 일부 회복했다.


Memory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 본다면, 두 사람에게 해마칩을 이식한 다음에 한 사람의 해마에서 측정되는 신호를 다른 사람의 해마로 전송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경험을 다른 사람의 기억에 저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버거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우선 해마칩을 이식한 쥐 한 마리를 여러 개의 레버가 있는, 사방이 막힌 방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 레버들 중에서 하나의 레버를 당기면 쥐가 좋아하는 달콤한 과일 시럽이 나오게 했다. 쥐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다음에 시럽이 나오는 레버를 발견했고, 이후에는 시행착오 없이 단번에 그 레버를 당겨서 시럽을 먹을 수 있게 됐다. 버거 교수 연구팀은 쥐가 시럽과 연결된 레버를 잡아 당길 때 해마에서 측정되는 신경 신호를 읽어 내서 그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다른 쥐의 해마로 신호를 전송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쥐는 단 한 번의 시행착오도 없이 한번에 ‘그 레버’를 찾아 시럽을 받아 마셨다. 버거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보고하면서 2017년까지(올해다!) 사람에게 해마칩을 이식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다소 연기될 수밖에 없었는데, 유인원 대상 실험에서 희망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인원의 뇌는 쥐의 뇌보다 수십 배나 더 복잡하고, 인간의 뇌는 그런 유인원의 뇌 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연구도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버거 교수는 앞으로 이르면 5년 내에 사람의 뇌에 이식 가능한 해마칩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Forever
만약 해마칩을 이식한 사람의 뇌에서 측정되는 신호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어떤 경험이나 지식을 해마칩을 통해 그 사람에게 주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에게 순식간에 쿵후 기술을 주입해서 쿵후 고수로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직은 해마칩에서 측정되는 신경 신호를 읽어 내서 해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바이오닉 기술들도 모두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50년, 아니 30년 뒤에는 인터넷 상의 정보를 머릿속에 다운로드 받는 것이 당연해질지도 모른다. 기억을 칩 하나에 저장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1980년대 초, 최초의 인공심장이 사람에게 이식되기 직전에 환자의 아내가 의사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남편의 심장이 기계로 바뀐 뒤에도 그가 여전히 나를 사랑할까요?” 알다시피 이 걱정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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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임창환 교수
  • 에디터

    윤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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