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은 문장에서 한 문장이 끝났음을 알려 주는 마침표로도 사용되고, 수학에서는 위에 붙어 있는지 아래 붙어 있는지에 따라 소수점이나 순환소수로도 사용된다. 수학에서의 두 점, 소수점과 순환소수의 탄생에 대해 알아보자.
16세기 거듭제곱 표기법을 연구했던 벨기에 수학자 시몬 스테빈은 군대에서 군자금 관리하는 일을 했다. 그의 업무 중 하나는 은행에서 빌린 돈을 이자와 함께 갚는 일이었는데, 이자 계산에 늘 골치가 아팠다. 그가 이자 계산 때문에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당시에는 소수가 없어서 이자율을 분수로 계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자가 1/10일 때에는 계산이 간단했지만 1/11, 1/12 일 때는 계산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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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를 간단히 계산할 방법이 없을까 밤낮으로 궁리하던 스테빈은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이자의 분모를 10, 100, 1000 등 10의 거듭제곱 꼴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1/11인 경우 값이 거의 비슷한 9/100로 계산하고, 1/12인 경우 8/100로 대신 계산하면 훨씬 간단하게 이자를 구할 수 있다.
스테빈의 발견은 복잡한 분수 계산에 속 썩지 않고도 누구나 간단히 이자를 계산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그는 1584년 1/10에서부터 5/100까지의 여러 가지 경우의 이자를 계산한 표를 만들어 책을 내기도 했다.
스테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두 소수의 크기를 쉽게 비교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사실 그의 이자율 표에는 56789/1000000처럼 분모와 분자가 모두 대여섯 자릿수 이상인 수가 많았다. 이런 분수 꼴은 어느 쪽이 더 큰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빈은 분모에 0이 몇 개 있는지, 분자가 몇 자릿수인지 동시에 알아보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 1585년 저서 <소수에 관하여>에서 최초로 소수에 대한 개념과 표기법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소수의 각 자릿수를 ⓞ, ①, ②, ③, … 과 같은 원문자의 형태로 나타냈다. 즉 소수점 아래 첫 번째 자리 뒤 또는 위에는 ①, 두 번째 자리 뒤 또는 위에는 ②라고 적고, 소수점보다 앞에 수는 ⓞ이라고 표기했다.
또한 스테빈은 두 소수의 곱도 다음과 같이 구했다. 이 식은 0.000378과 0.54를 곱해 0.00020412가 나온 것을 의미한다. 지금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복잡해보이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인 표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스테빈의 원문자 표기법은 쓰기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스위스의 수학자인 요스트 뷔르기가 최초로 점을 사용해 수의 자리를 표기했다. 현재 사용하는 ‘12.345’를 12.3.4.5와 같이 여러 개의 점을 사용해 나타낸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소수점을 최초로 쓴 사람은 1593년 독일의 수학자 크리스토퍼 클라비우스다. 하지만 그의 표기는 널리 쓰이지 못하다가 1617년이 돼서야 영국의 수학자 존 네이피어 덕분에 널리 알려진다. 네이피어는 저서 <막대 계산술>에서 소수에 관해 설명하면서 소수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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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3…, 1.2323… 처럼 순환하는 무한소수, 즉 순환소수에는 순환마디의 양 끝 숫자 위에 점을 찍어 과 같이 간단히 표시한다. 1742년 영국의 수학자 존 마쉬가 순환마디의 첫 숫자와 마지막 숫자 위에 점을 찍은 것이 처음으로, 순환소수를 구별했던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가 순환소수 표기법을 독창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 여러 사람이 만들어 왔던 기호를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 수학자 존 로버트슨은 0.785785를 로 표기하며 오늘날과 비슷하게 순환소수를 표기했다. 하지만 소수점에 쉼표(,)를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