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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별 뜻 없는 아랍어에서 sin이 탄생했다고?

한번 외워 두면 수학 시험을 볼 때 두고두고 유용한 공식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삼각비다. 중학교 3학년에 나오는 삼각비 공식을 잘 외워 두면, 고등학교 과정의 삼각함수와 연결되기 때문에 4년이 편하다. 대학 진학을 이공계열로 한다면 미적분학이나 공업 수학에서도 삼각함수를 만나게 되니 적어도 8년을 잘 사용할 수 있다. 삼각비란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 중 두 변의 길이 간의 비례 관계를 나타내는 값이다. 

 

이런 삼각비의 역사는 기원전 150년 전까지 올라간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히파르코스가 천체를 관측하고 그 운동을 수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삼각비를 아우르는 삼각법을 처음 연구했다. 그는 눈과 두 별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을 만들었을 때, 두 별 사이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때 삼각형들은 모두 닮음이므로, 작은 삼각형과 큰 삼각형의 변은 길이의 비가 일정하다. 이 비를 알면 작은 삼각형의 특정 변의 길이로 두 별 사이의 거리를 알 수 있다. 히파르코스는 이처럼 하늘에 삼각형을 그리며 천체의 거리를 재는 방법을 활발히 연구했다.

 

 
 
 
그 결과 히파르코스는 천문학에서 필요한 삼각법의 초기 공식과 ‘최초의 간단한 삼각함수표’로 불리는 현표(각에 대한 현의 길이를 나타내는 표)를 만들었다. 또 삼각법을 이용해 일식을 예측하는 방법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이유로 히파르코스는 오늘날 ‘삼각법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sin, cos, tan의 탄생

 

이후 삼각법을 좀 더 체계화한 것은 9세기 이슬람의 천문학자 알-바타니였다. 알-바타니는 중세시대 유럽에 큰 영향을 준 천문학자로, 그의 저서 <별들의 운행에 대해>는 라틴어로 번역된 뒤 폴란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많은 학자의 참고 서적으로 사용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식으로 사인, 코사인, 탄젠트 등의 삼각비 용어는 물론 사인함수 공식을 소개했다.

 

그는 책에서 사인을 ‘jiba’라고 불렀다. jiba는 별 뜻이 없는 아랍어였지만, 이 단어가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오역돼 ‘길의 커브나 옷의 주름, 꼬불꼬불한 길’ 등의 의미를 지닌 라틴어 ‘sinus’로 번역됐다. 그리고 이것이 영어 ‘sine’으로 변해 오늘날 우리가 ‘사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탄젠트를 ‘거꾸로 된 그림자’라는 뜻의 ‘umbra versa’라고 썼는데, 이는 훗날 라틴어 ‘tangent’로 번역된다. 라틴어에서 탄젠트는 ‘접촉하다’라는 의미다. 실제로 기하에서 탄젠트는 접선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호 sin과 tan는 누가 만든 것일까? 두 기호는 1624년 영국의 수학자 에드먼드 건터에 의해 처음 사용됐다. sin과 tan는 sine과 tangent를 단순히 축약한 것이다. 사실 건터 이전에도 1583년 덴마크의 수학자 토마스 핀케가 ‘sin.’, ‘tan.’라는 거의 비슷한 기호를 사용했다. 건터와 핀케 두 사람이 쓴 기호의 차이점은 단순히 ‘축약’을 의미하는 ‘’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후 두 기호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오트레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삼각법>에서 sin, tan뿐만 아니라 ‘sec(시컨트)’ 기호도 사용했다.

 

코사인은 ‘나머지 각에 대한 사인’이란 뜻의 ‘complementary sine’의 준말이다. 라틴어 ‘cosinus’에서 유래됐다. cos 기호는 1729년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이전에 쓰이던 기호를 개량해서 만들었다. 1620년 건터가 라틴어 complementum과 sinus를 합친 ‘co.sinus’를 제안했고, 1658년 뉴턴이 cosinus로 수정했다. 이 cosinus가 영어로 cosine으로 번역된 뒤, 오일러가 이를 축약해 cos으로 사용한 것이다.

 

sin, cos, tan 세 기호는 19세기 중반 이후 널리 쓰이게 된다. 이후 삼각함수는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현대 수학은 물론, 건축학, 음향학, 통신 등 다방면에 걸쳐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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