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목격자가 없는 밀실에도 제3의 목격자가 있다. 바로 혈흔이다. 피 모양과 형태를 기하학적으로분석하면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리할 수 있다. 참혹한 전경에 엉켜있는 진실을 수학으로 꿰뚫어 보자.
과학수사의 목표는 범죄현장에서 진실을 찾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지 못한 일을 알아내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재구성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수사관들은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 증거를 찾습니다. 혈흔 분석은 특히 사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풀어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범죄 현장에 남은 핏자국의 위치, 크기, 형태를 분석하면 어디에서 범행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어떤 흉기를 사용했는지, 범인이나 피해자가 어떻게 이동했는지도 가늠할 수 있죠. 혈액 성분이나 DNA를 분석하는 데는 과학이 많이 쓰이지만, 형태를 통해 행위를 추리하는 데는 수학의 몫이 큽니다.
피가 뿌려진 범죄 현장에 도착한 혈흔분석가는 먼저 사진을 찍고 분석할 구획을 나눕니다. 피가 더 많이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두고 혈흔의 종류를 분류한 뒤 핏자국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하죠. 이때 벽면에 종이 자를 붙여 혈흔 크기와 충돌 각도를 계산합니다. 계산 결과가 모이면 피가 난 지점은 점점 한 지점으로 좁혀집니다. 범죄 현장 자체가 공간좌표가 되어 2차원 평면의 혈흔으로부터 3차원 공간의 답을 찾게 되는 거죠.
피 형태에 관한 정보를 입력하면 발혈 부위를 저절로 계산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삼각함수를 이용하는 방법과 줄 연결법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삼각함수 같을 걸 배워서 어디에 쓰는지 의심이 들었다면 다음 쪽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해보길 추천합니다. 정체불명 살인마 잭 더 페인터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