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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산수학 난제 해결한 수학 교사 출신 수학자

 

최근 화제를 모은 수학자가 있어요. 바로 단 6장짜리 논문으로 이산수학 난제를 푼 박진영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수학과 연구 조교수님이에요. 수학 교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지요. 기자가 5월 2일 화상으로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교사에서 수학자로

 

6년 반 동안 수학 교사로 바쁘게 지내던 박진영 교수님은 2011년 남편이 미국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교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남편 따라 미국에 왔지만, 여기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던 수학을 대학원에서 더 배워 보기로 결심하지요.

 

그런데 수학 교사라는 이력밖에 없다 보니 대학원 입학이 쉽지 않았어요. 탈락 메일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미국 럿거스대학교 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작부터 위기가 찾아왔어요.

 

“원래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 아닌 데다 대학에서 공부한 지 10년이 지나 대학 수학을 잊었던 거예요. 게다가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수학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어요.”

 

세부 전공을 정하지 못하던 박 교수님은 우연히 확률조합론의 대가인 제프 칸 수학과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뒤, 차츰 방향을 잡아 갔어요.

 

“칸 교수님은 정말 잘 가르치시고, 학생들을 카리스마 있게 이끄세요. 그런 교수님의 확률조합론 수업을 듣다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거예요. 어느 날 교수님께 달려가 ‘확률조합론을 꼭 전공하고 싶다’면서 지도 교수님을 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칸 교수님의 제자가 됐다는 설렘도 잠시, 박 교수님은 연구 성과를 빨리 내지 못해 좋은 수학자가 될 자질이 본인에게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고 해요. 그때 박 교수님에게 큰 위안을 준 것도 칸 교수님이셨어요.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칸 교수님은 남들보다 늦게 수학과 박사가 된 편이라 박 교수님과 같은 상황을 겪었던 거예요. 그래서 “빨리 결과를 내는 것보다 깊게 공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박 교수님을 다독였어요.

 

 

깊게 공부하니 풀린 칸  칼라이 추측

 

박 교수님이 해결한 난제도 칸 교수님과 관련 있어요. 2006년 칸 교수님과 길 칼라이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수학과 교수님이 만든 난제거든요. 이 난제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임곗값’을 알아야 해요. 어떤 값을 기준으로 물질이나 구조의 상태가 확 달라지는 ‘상전이’가 일어나는 값을 ‘임곗값’이라고 해요. 예를 들어 물이 0℃보다 낮아지면 물에서 얼음으로 그 구조와 성질이 급격히 변하는데 여기서 물에서 얼음으로의 변화가 ‘상전이’, 0℃가 ‘임곗값’이에요.

 

“칸과 칼라이 교수님은 실제 임곗값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대 임곗값’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했어요. 그리고 이 기대 임곗값이 실제 임곗값과 가까우리라 추측했죠. 저는 이 추측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했어요.”

 

박 교수님의 연구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칸-칼라이 추측을 그동안 많은 수학자가 거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이라고 증명했다는 점 때문이에요. 박 교수님과 후이 투안 팜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생은 하룻밤 만에 추측을 증명할 아이디어를 얻고, 논문을 쓰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대요. 하지만 박 교수님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하루아침에 절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어요.

 

“2019년 여름부터 칸-칼라이 추측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한 문제를 풀 때 쓴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하면 ‘칸-칼라이 추측이 풀리지 않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진짜 풀렸어요. 보통 수학자는 한 문제를 풀 때 몇 년에 걸쳐 생각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논문을 보고, 강의도 들어요. 동료들과 토론해서 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안 되면 다른 아이디어를 계속 시도하죠.”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박 교수님은 수학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답했어요.

 

“저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살지 않아요. 가족과 나들이 가기, 영화 보기처럼 매일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죠. 수학도 문제를 푸는 모든 순간이 행복해서 선택했어요. 물론 임곗값을 정확히 알아내는 법을 찾고 싶긴 하답니다!”

 

박 교수님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며,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22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손인하 기자
  • 사진

    Rod Searcey
  • 디자인

    정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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