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착각의 방으로 들어섰어. 입구부터 유리로 만든 클라인 병 3개가 겹쳐 있는 예술작품이 있었어.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에게 질문했어.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묻는 거야. 당황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지.
‘이 예술작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가리라는 건가? 아님 도형에도 가짜가 있다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클라인 병을 바라보고 있는데, 교생쌤이 작은 목소리로 ‘가짜’라고 이야기 해 주셨어. 4차원에 있는 클라인 병이 3차원에 있을 수는 없다는 거야. 그때였어. 우리에게 미션이 떨어졌어. 클라인 병을 3차원에 파묻을 수 있는지 알아내래.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이번에도 힌트는 뫼비우스 띠래.
미션을 수행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가 아는 클라인 병은 3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몰입’시킨 거래. 본래 클라인 병은 원통형 띠의 한쪽 끝을 4차원에서 뒤집어서 다른쪽 끝에 연결한 거야. 즉 뫼비우스 띠를 만들 때처럼 원통형 띠를 비틀어 붙여야 하지.
하지만 3차원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나타내는 게 불가능 해. 결국 어쩔 수 없이 원통의 한쪽 끝을 원통 속으로 밀어 넣은 거야. 자기 몸을 관통하도록 말이야. 따라서 3차원에서 만나는 클라인 병은 진짜가 아닌 거지. 클라인 병이 어떤 모양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든 모형이라고 할 수 있어.
클라인 병을 3차원에 묻을 방법은 없다!
위상수학에서는 곡면이 자기 몸을 뚫고 들어가지 않아도 특정한 차원에 별 탈 없이 있을 수 있으면 그 공간에 ‘매장’됐다고 말해요.
예를 들어 볼게요. 3차원에 사는 뫼비우스 띠가 2차원에 가면 자기의 몸을 관통할 수밖에 없어요. 종이에 뫼비우스 띠를 그려보세요. 일부분이 교차하지 않고선 표현이 불가능하죠. 차원이 부족하
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3차원에서는 교차하지 않고도 잘 있을 수 있어요. 즉 뫼비우스 띠는 3차원에 매장돼요.
같은 원리로 클라인 병은 3차원에 있으면 무조건 자기 몸의 일부를 무조건 뚫고 지나가야 해요. 4차원에서야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지요. 따라서 클라인 병은 4차원에 매장돼요. 결국 4차원에서 온전히 살 수 있는 거죠.
미국 수학자 해슬러 휘트니가 증명한 ‘휘트니 매장 정리’에 따르면 모든 n차원 다양체는 2n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매장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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