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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수학자가 꿈인 솩 조아브로.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다. “예에? 진짜요? 할아버지가 프랙탈을 만든 그 브누아 만델브로 박사님이라고요?” “허허.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그렇다네. 조아브로라고 했나? 수학을 좋아한다고 했으니, 자세히 이야기해 줘야겠군. 그럼, 이 늙은이의 한평생 이야기를 슬슬 시작해 볼까?”

난 지금으로부터 86년 전, 192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났네. 살아 있다면 87세인 셈이지. 허허. 아버지는 직물 도매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존경받는 치과 의사셨어. 비교적 부유한 가정이었지. 혹시 유대인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우리 집안은 독일의 아슈케나지 유대인 가문이야. 원래 유럽 동쪽에 있는 나라 리투아니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데, 내가 태어날 무렵엔 폴란드 지역으로 옮겨 살고 있었지.

내가 10살이 되던 무렵인가? 나라가 아주 흉흉했네. 유대인으로서 더는 그곳에 살기 어려울 정도였지. 그래서 우리 가족은 1936년 나치를 피해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기로 했어. 프랑스에 삼촌이 살고 계셨거든. 삼촌인 숄렘 만델브로는 프랑스에서 저명한 수학자로 활동하고 계셨지. 난 삼촌께 처음으로 수학을 배웠어. 그날 처음 느꼈던 수학의 매력이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떨리는구먼. 허허.

사실 나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전쟁 중에 보내 학교를 잘 다니지 못했어. 다니다 말다 하길 반복했지. 하지만 난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싶었어. 요즘 학생들은 배울 게 많아 힘들다고 투덜대더군. 난 항상 배움을 그리워했는데 말이야…. 부끄러운 과거를 살짝 이야기하면, 사실 난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에 알파벳도 잘 모르고, 구구단은 6단 이상을 못 외우고 있었거든. 허허.

나치를 피해 온 가족이 터전을 옮겼지만, 파리도 결코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어.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거든. 1940년에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해 파리까지 점령해 버렸지 뭐야. 우리 가족은 다시 파리의 남쪽인 리무쟁 지방의 튈이란 도시로 피난을 가야만 했어.

다행히 튈이란 곳은 독일의 지배를 덜 받는 곳이었네. 하지만 그곳에서도 정식 교육을 받기가 어려웠지. 함께 피난 온 선생님들에게 가끔 배운 것을 빼면 혼자 공부해야 했어. 그러다 곧 전쟁이 끝났고, 난 파리로 돌아가게 됐지. 드디어 정식 학교에 다니게 된 거야. 아주 기뻤지.

나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현재 세계 명문대학 30위 안에 드는 프랑스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 파리’의 어려운 입학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미술 시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수학 시험은 겨우 턱걸이로 붙었다더군. 난 수학 문제도 대부분 그림을 그려 풀었거든. 허허.

난 대학에 들어가 내가 알파벳으로 배우는 공부엔 별 관심이 없는 걸 알았네. 그림으로 풀 수 없는 물리와 화학 문제는 더욱 끔찍이 싫어했지. 그나마 흥미로운 과목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단연 수학의 ‘기하학’ 분야였어.

다른 과목뿐만 아니라 수학 수업도 ‘기하학’ 수업을 제외하고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어. 왜냐하면 20세기 초 프랑스 수학계는 직관보다는 정확한 논리와 형식을 중시하는 연구, 즉 정통 수학 중심이 됐거든. 나는 정확한 논리와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가장 힘들었네. 난 어떠한 수학 문제든 그림을 그려 해결하는 직관적 풀이를 고집했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나에게 처음 수학을 만나게 해준 삼촌이 바로 그 논리와 형식을 중시하는 정통 수학의 선두주자였다네. 허허.

난 정통 수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어.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선택한 미국 IBM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의 이야기도 들려주지. 나는 IBM의 순수 연구부서에서 일했는데, 난 평소에 수학자들이 관심 없는 논문들을 즐겨 보았지. 뭔가 재미난 게 있나 하고 말이야. 난 거의 30년 가까이 다른 수학자들에게 ‘산만한 수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정통 수학이 아닌 분야에 관심이 많았거든.
 

프랑스의 수학자 브누아 만델브로. 그는 최초의 프랙탈 발견자다. 안타깝게도 지난 10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만델브로? 만델브로트?

브누아 만델브로(Benoit B. Mandelbrot). 그의 이름을 놓고 부르는 방법이 다양하다. 나라마다 다른 발음기호 때문이다. 독일계 유대인 출신인 그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읽으면 ‘만델브로트’다. 재미있게도 만델브로트는 독일계 유대인들이 즐겨 먹는 빵의 이름이기도 하다. 독일어로 ‘만델(Mandel)’은 아몬드, ‘브로트(Brot)’는 빵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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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 글 및 사진

    박부성 교수
  • 도움

    이광연 교수
  • 도움

    박보석 교수
  • 허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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