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8월,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초기우주에서 예상 밖의 천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UFO, ‘Ultra-red Flattened Objects(아주 시뻘건 납작한 천체)’였다. 기대한 UFO가 아니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길. 미확인 비행 물체인 UFO보다 이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찐’ UFO가 훨씬 더 신기한 존재일 수 있으니까.
지금의 우주를 채우는 다양한 은하들. 이 은하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먼 우주에 있는 은하들의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 전 옛날의 은하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의 은하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야 한다.
앞서 허블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여러 망원경들이 더 먼 우주를 향해 관측 범위를 넓혀왔다. 하지만 빅뱅 이후 30억 년에 달하는 초기우주의 역사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그 이유는 초기우주의 어린 은하에 별의 재료가 되는 먼지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은하가 나이를 먹으면 먼지가 모여 별을 만든다.
그런데 먼지가 많은 은하는 관측이 어렵다. 먼지 구름은 은하의 빛(가시광선)을 많이 흡수하고 더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재방출한다. 그래서 아직 먼지가 개지 않은 어린 은하일수록 더 붉은 긴 파장의 적외선 영역에서 보인다. 이런 은하들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하기 어렵다. 허블은 적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과 근자외선 중심으로 우주를 보기 때문이다.
반면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들 초기 은하를 찾아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앞서 허블 망원경이 관측했던 하늘을 제임스 웹의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다시 살펴봤다. 이 관측은 제임스 웹으로 초기 우주의 광활한 영역을 훑어보는 ‘우주 진화 초기 방출 과학(CEERS・Cosmic Evolution Early Release Scienc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허블 울트라 딥 필드’의 더 깊은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최근 그 첫 번째 관측 데이터가 발표됐다.
허블로는 못봤던 빅뱅 초기 은하들
우선 CEERS 관측으로 관측 역사상 가장 먼 은하가 발견됐다. ‘메이시의 은하’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은하는 지금으로부터 약 134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겨우 3억 9000만 년 밖에 되지 않았을 때의 우주 끝자락에 놓여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임스 웹은 허블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자리에서 4.4μm(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보다 더 긴 파장의 적외선 빛으로만 빛나는 천체를 찾았다. 그 결과 ‘허블-다크(Hubble-dark)’ 은하 26개가 새롭게 포착됐다. 모두 우주의 나이가 빅뱅 이후 10억~30억 년 정도 지났을 때 존재한 초기의 은하들이다.
이 허블-다크 은하들 중 12개가 특히 흥미로운데, 모두 거의 옆으로 누운 방향을 보이는 원반 은하들이다. 100억 년 전 초기우주에 이미 납작한 원반 은하들이 드물지 않게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신기한 건 해당 은하들은 빨개도 너무 빨간색이란 사실이다. 그것도 통째로. doi: 10.3847/2041-8213/acc1e1
UFO 은하는 왜 빨간색일까
천문학자들은 이 100억 년 전 우주에서 발견된 너무 빨간 평평한 원반 은하들에 ‘아주 붉고 납작한 천체’라는 뜻의 ‘UFO’라는 이름을 붙였다. 천문학자답지 않게 꽤 유쾌한 네이밍이다. UFO 은하들은 적색이동의 효과를 고려해도 매우 붉다. 왜 이렇게 붉을까.
우리은하 주변의 원반 은하들은 대개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가면서 붉은빛이 줄어들고 푸른빛이 늘어나는 색상 변화를 보인다. 대부분 중심부에 나이가 많은 붉고 노란 별들이 많고, 외곽에 새롭게 태어난 뜨겁고 푸른 어린 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UFO 은하 12개는 은하 중심부든, 외곽이든 통째로 붉다. 천문학자들은 이것이 이 은하들이 너무나 많은 먼지를 머금고 있어서라 추정한다. 이제 막 탄생한 어린 은하라 본격적으로 별이 만들어지기 이전이고, 별의 재료인 먼지 구름이 아직 은하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은하의 빛은 중심부이든, 원반 외곽이든 상관없이 모두 다 긴 파장의 붉은 적외선 쪽으로 치우쳐 보이게 된다. 비슷한 거리의 다른 은하들과 비교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붉은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12개의 붉은 은하 대부분은 원반이 누워있는 방향으로 관측되므로, 그만큼 별빛이 먼지를 더 많이 통과했을테니 더욱 극단적으로 붉어졌을 것이다.
초기 은하들, 기존 우주론의 예측과 어긋난다?
한편 제임스 웹으로 연이어 확인되는 먼 우주의 초기 은하들은 천문학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남기고 있다. 최근 논란 중 하나는 제임스 웹으로 발견된 먼 우주의 은하들이 과하게 무겁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빅뱅 이후 3~4억 년 밖에 되지 않은 초기 은하들인데, 이미 태양 질량의 100억~1000억 배에 달하는 육중한 질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거대 은하는 오늘날 우주론 모형인 ‘람다CDM(ΛCDM)’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은하가 우주론 모형이 예측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해버린 것이다.
이는 먼 은하일수록 그 질량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가까운 은하라면 별들을 하나하나 직접 관측한 후 별 질량의 총합을 구해 은하 질량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희미한 얼룩으로 보이는 먼 은하라면 상황이 다르다.
먼 은하의 질량을 파악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한 가지 큰 가정에 기반한 원리를 활용한다. 은하 안에는 질량이 가볍고 어두운 별들이 많고, 질량이 무겁고 밝은 별들이 적게 섞여 있다. 이렇게 한 은하 안에 질량이 가벼운 별부터 무거운 별들의 개수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은하의 ‘초기질량 함수(IMF・Initial Mass Function)’라고 부른다. IMF를 알면 은하의 밝기만 보고도 은하의 질량을 유추할 수 있기에, 천문학자들이 사용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IMF는 우주가 성장하면서 변했을까
문제는 직접 별을 하나하나 다 구분해서 IMF를 측정할 수 있는 곳이 우리은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은하를 벗어나면 그 정도로 세밀한 IMF를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다른 은하들도 우리은하와 비슷한 IMF를 가질 거라 가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가정은 그동안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 빅뱅 직후의 초기우주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우주 전체의 온도와 밀도가 더 높았다. 별이 반죽되는 가스 구름의 온도가 더 높으면 가스 구름 입자들도 잘 뭉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훨씬 더 무거운 구름 덩어리가 한꺼번에 반죽돼야 겨우 강한 중력으로 짓눌러서 별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초기우주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무겁고 밝은 별이 많이 태어났어야 한다. 우주의 환경 자체가 다르니 별이 탄생하는 조건도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우주 탄생 초기의 은하가 가진 IMF는 우리은하의 IMF와 많이 다른 분포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천문학의 시대를 여는 제임스 웹
실제로 제임스 웹에 관측된 우주 초기의 지나치게 무거운 은하를 지금과는 다른 IMF를 적용하면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초기 은하치고는 너무 무거운 질량을 갖고 있어서 빅뱅 이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난감한 문제였지만, IMF만 다른 값으로 대입하면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답은 역으로 더 중요한 고민을 안겨준다. 결국 초기우주에서의 별과 은하의 탄생, 진화 과정이 지금의 가까운 우주에서 파악했던 방식과 달라야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기존의 빅뱅 이론과 우주론 모형을 고수하기 위해, 억지로 과거에는 IMF가 달랐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들을 그렇게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예전에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우주의 나이에 따른 IMF의 진화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대를 제임스 웹이 열어젖혔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우주가 진화함에 따라 은하들의 IMF가 크게 변해왔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이제 실제 관측 자료를 통한 입증과 반박이 가능한 천문학 현장 한 가운데 오게 됐으니 말이다. 이것이 앞으로 인류가 쓰게 될 천문학 역사의 중요한 변환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필자소개
지웅배.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은하들이 사랑을 나누고 상호작용하는 세계를 연구한다. 우주를 가이드하며 현실 세계에서의 은하철도 999 차장을 꿈꾼다. galaxy.wb.z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