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궤도를 다녀온 우주선 아폴로 8호가 찍은 ‘지구돋이’ 사진을 보고 감동한 적 있는가. 보이저 2호가 멀리서 지구를 촬영한 ‘창백한 푸른 점’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우주 이미지를 보면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만약 이 이미지들에 감동을 받았다면, 그것은 우주가 신비하고 아름다운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사진에 색을 입히고 감동을 불어넣는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하는 이미지는 흑백이어야 한다. 인간의 눈이 볼 수 없는 적외선 파장대를 관측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의 흑백 이미지에 색을 덧입히는 과정은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이미징 전문가들이 맡는다. 이들은 보통 가시광선과 마찬가지로 적외선의 짧은 파장에 파란색, 중간 파장에 녹색, 긴 파장에 빨간색을 할당해 색을 입힌다. 이는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미징 전문가들은 디자이너와 회의를 거치며 색이 덧입혀진 이미지가 눈에 더욱 잘 띄도록 여러 세부 작업을 진행한다. 우주에는 위아래가 없으니 사진의 방향을 조절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제임스 웹의 이미지는 객관적인 관찰 데이터에 과학자들과 이미징 전문가들의 주관이 종합된 결과인 셈이다.
“제임스 웹의 이미지 작업은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이미지를 비롯한 현대 미국의 시각 문화를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케슬러 미국 스탠퍼드대 인문과학부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나는 연구에 도움이 될 ‘데이터에 충실한’ 이미지를 만드는 겁니다. 또 하나는 제임스 웹의 이미지가 우리의 일상을 뛰어넘어 우주의 숭고함과 장엄함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주의 절벽처럼 보이는 카리나 성운의 이미지는 압도적인 크기로 인간을 왜소하게 만든다. 케슬러 교수는 이런 이미지들이 19세기 미국의 풍경화가들이 장엄하게 묘사한 미국의 풍경과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운영한 천문학자들은 허블이 촬영한 우주가 일상의 고민을 뒤로 하고 신비로운 우주를 상상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제임스 웹의 이미지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눈으로 우주를 볼 수 있는 잠재력을 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제임스 웹 이미지는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담은 최첨단 과학 데이터인 동시에, 인간이 공들여 만든 예술 작품이자, 우주의 아름다움을 고취시키기 위한 선전물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제임스 웹의 이미지를 보고 감동하는 또 다른 이유다.
20세기의 우주 이미지들은 인류를 크게 변화시켜왔다. 아폴로 8호의 ‘지구돋이’는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지구의 날’을 제정하는 데 기여했다.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과 지구가 우주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려줬다. 어쩌면 제임스 웹도 인류의 생각을 영원히 바꿀 감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