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0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는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을 4월 중 교수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송유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18)과 함께 2015년 10월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ApJ)’에 실었던 논문이 표절로 밝혀져 철회된 사건과 관련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및 교원징계위원회가 열린 결과였다. 송유근 학생도 근신 2주 및 반성문 제출 처분을 받았다. 학계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물리·천문학 분야 연구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송 학생이 좋은 연구자로 성장하고, 우리 과학계가 연구윤리에 대해 좀 더 성숙해지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번에 중점적으로 인터뷰한 대상은 국내외 젊은 연구자 5명이었다. 박사를 졸업한 지 수년 이내이거나, 박사졸업을 앞두고 있어 대학원의 최근 분위기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연구자들을 인터뷰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추렸다.
우선 젊은 연구자들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논문을 쓰는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작년 11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리뷰 부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총 4장으로 이뤄진 2015년 논문에서 1~3장이 선행연구 설명인데, 이 부분이 2002년 박 위원의 논문 1~3장과 거의 비슷하다. 송 학생이 제1저자로서 논문에 기여한 바가 뭐냐는 의문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논문에서 핵심인 4장을 송 학생이 새로 썼기에 제1저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젊은 연구자들은 “논문의 도입부는 연구의 독창성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제1저자가 논문 작성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논문을 쓰는 과정을 거쳐야 독립된 연구자인 ‘박사’로 홀로 설 수 있다는 말이었다.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다른 연구자들과 활발히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송유근 학생과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송학생이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연구자는 동료들과 수시로 토론해야 자신감을 쌓고 연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래된 연구주제에서 벗어나 최신 연구주제를 공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문의 도입부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A ․E 연구원. 국내 대학 천문학 전공 박사과정)
논문에서 도입부는 가장 쓰기 힘든 부분입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연구자들이 해 온 연구들을 요약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논문을 읽고 소화해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연구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내 연구의 중요성을 나만의 언어로 독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부분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내 연구가 왜 필요한지, 어떤 점이 특별한지 스스로 되새김질할 수 있습니다.
“제1저자가 논문의 본문 작성해야”
(B 연구원. 미국연구소 천체물리학 전공 박사후연구원)
제1저자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논문의 본문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실제 대학원생들은 본문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많은 시간을 씁니다. 단순히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다른 공저자가 글을 써주는 경우, 1저자로서 자격이 충분치 않다고 봅니다. 해외천문학계에서 논문 쓰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결과를 아울러서 학계에 발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학회 발표 등 경험 필요”
(C 연구원. 국내 대학 천문학 전공 박사후연구원)
박사학위 논문 하나만으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수업조교 경험, 학회 발표 경험, 다른 연구자와의 공동연구 같은 경험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특히 학회 발표는 이력서에 객관적인 지표로 들어갈 정도로 중요합니다. 내 연구에 대한 조언을 얻거나 공동연구자를 구하려면 학회를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해당분야 최신 연구주제 공부해야”
(D 연구원. 국내 대학 이론물리학 전공 박사과정)
국내 대학의 일부 교수님들이 자신이 박사과정 때 하던 연구만 주로 하면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박사후과정을 외국의 좋은 그룹(leading group)으로 가려면 해당 분야의 최신 연구주제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좀 더 눈을 넓힐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