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빅뱅 후 5억 년 이전의 초기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다. 이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할 수 없었던 범위의 우주다. 그리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관측을 개시하자마자 초기우주의 다양한 정보를 보내오고 있다. 초기우주의 거대질량 블랙홀과 은하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우주론을 뒤흔들게 될까.
‘표준 우주 모형’은 현재 우주를 설명하는 모형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물질 중 약 5%에 불과한 양이 우리가 화학 시간에 배우는 원소들이며, 나머지 약 26%는 차가운 암흑물질, 그리고 약 69%는 암흑에너지라 설명한다. 이처럼 차가운 암흑물질이 많을 때, 표준 우주 모형은 빅뱅 수억 년 후 작고 가벼운 은하가 먼저 만들어지고, 이 은하들이 합쳐져서 현재의 무겁고 큰 은하가 만들어졌다고 예측한다. 과연 은하는 표준 우주 모형에서 예측한 것처럼 탄생했을까?
지구에서 먼 천체들은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광속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이때 나타나는 것이 은하의 빛이 관측자에게 긴 파장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적색이동’ 현상이다. 적색이동 때문에 먼 곳에 있는 은하는 가시광선보다 더 긴 파장의 빛인 적외선으로 관측해야 보인다.
천문학자들은 거리의 지표로 적색이동 값을 사용한다. 적색이동에 1을 더한 값은 대략 현재 우주의 크기와 과거 우주의 크기 비율이다. 어떤 은하의 적색이동이 1이라는 것은 당시 우주의 크기가 지금의 2분의 1이란 뜻이며, 적색이동이 9일 경우는 현재 대비 10분의 1이라는 의미다. 즉 적색이동이 클수록 지구와 멀리 있으며, 크기가 작은 옛날 우주의 천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먼 과거의 은하를 고적색이동 은하라고도 부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대형 적외선 망원경이 탄생한 데는 이런 고적색이동 은하를 관찰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제임스 웹 계획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도 전인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제임스 웹 계획이 한창 진행되던 1990년대 중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볼 수 있었던 가장 먼 은하의 적색이동 값은 5였다(우주의 나이 약 12억 년).
당시 필자도 제임스 웹 계획에 참여했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제임스 웹이 어느 정도의 고적색이동 은하를 찾을 수 있을지 분석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 결과 제임스 웹은 허블로는 볼 수 없는 적색이동값 13(우주의 나이 3억 년)의 은하 관측이 가능하며, 그런 은하들은 매우 작으리라고 예측했다.
우주 끝 거대질량 블랙홀이 던진 수수께끼
25년이 흐른 지금, 제임스 웹은 초기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제임스 웹이 우주의 끝, 초기우주에서 관측한 천체 중 하나는 거대질량 블랙홀이다. 최근 ‘우주 진화 초기 방출 과학(CEERS)’ 연구팀은 적색이동 8.7(우주의 나이 약 6억 년)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doi: 10.1038/s41586-023-06345-5 이는 적색이동 7.6이었던 퀘이사의 기록을 깬 새로운 기록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한 거대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1000만 배 정도로 매우 무겁다. 이렇게 무거운 초기우주 블랙홀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발견된 바가 없는 매우 무거운 ‘씨앗 블랙홀’이 있었다고 가정하거나, 블랙홀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 연구팀이 주도한 또 다른 최근 연구에서는 제임스 웹이 발견한 초기우주의 거대질량 블랙홀과 그것이 위치한 은하의 질량이 예상보다 무겁다는 결과가 나왔다. 거대질량 블랙홀은 보통 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한다. 지금까지 가까운 우주의 은하와 그 내부 블랙홀을 연구한 결과, 거대질량 블랙홀과 은하의 질량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은하가 무거울수록 그 중심부에 있는 거대질량 블랙홀도 더 무겁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초기우주로 갈수록 은하의 질량이 블랙홀 질량보다 상대적으로 작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제임스 웹의 고해상도 영상을 연구한 결과, 우주의 나이가 10억 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도 거대질량 블랙홀과 은하의 질량 간의 상관 관계는 현재와 똑같았다. 대개 이와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나려면 은하와 블랙홀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사이좋게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기까지는 초기우주의 나이를 넘어설 정도로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이런 상관관계가 성립해 있었다고 하니, 또 다른 수수께끼가 천문학자들에게 던져진 것이다.
은하 형성, 표준 모형 예측보다 훨씬 빨랐다?
제임스 웹은 고적색이동 은하도 찾아냈다. 그 시작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2년 7월 11일 최초로 공개한 제임스 웹 이미지인 SMACS 0723 은하단이다. SMACS 0723 은하단은 약 4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단인데, 이미지를 살펴보면 매우 붉은 원호 모양의 은하가 많이 보인다. 이 은하들은 은하단보다 훨씬 멀리 있는 초기우주의 은하들로, 원호 모양으로 휘어져 보이는 이유는 중력렌즈 효과 때문이다. SMACS 0723 은하단 관측 자료 공개 직후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 세계 여러 연구팀이 이 자료를 앞다퉈 분석해 적색이동 10 이상의 은하 후보 수십 개를 찾아냈다.
CEERS, GLASS-JWST(우주 초기부터 현재까지 은하 형성과 진화에 관한 제임스 웹 연구), JADES(제임스 웹 심우주 은하 조사) 등의 다른 관측팀에서도 우주의 다양한 지역을 관측해 수백 개의 고적색이동 은하 후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인 ‘메이지의 은하’도 이때 발견됐으며, 적색이동 14의 값을 가졌다. 이외 이스라엘 및 미국 연구팀에서는 각각 적색이동 17, 20의 은하 후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발견된 은하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표준 우주 모형이 이론적으로 예측한 결과보다 고적색이동 은하가 밝고, 무겁고, 많이 존재했다. 한마디로 그동안 이론이 예측해왔던 것보다 은하 형성이 일찍 시작됐고 우주의 나이가 수억 년일 때 이미 제법 큰 은하가 만들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표준 우주 모형에서 예측한 은하 형성 시나리오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라 그 진위에 대한 여러 논쟁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은하는 물론, 원시 은하단(은하단의 초기 모습)도 이론적 예측과는 달리 먼 우주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어 우주론 연구에 큰 숙제를 안기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론에 도전하다
이외에도 제임스 웹의 관측을 토대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 중에는 기존 우주 모형 예측과 상반되는 결과도 많아 이론과 관측의 차이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쏟아진다. 가령 일부 은하 형성 시뮬레이션 연구는 제임스 웹 관측 결과를 성공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초기우주에서의 별 형성이 지금과는 달리 무거운 별을 많이 만드는 식으로 진행됐거나, 초기우주 은하 내 성간 먼지에 의한 효과를 없앤다면 제임스 웹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런 연구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를 정확히 확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은하가 고적색이동 은하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실제 고적색이동 은하인지 알려면 은하의 빛을 여러 파장으로 나눠 스펙트럼을 얻는 분광관측을 실시해 적색이동 값을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
최초 계획 수립 이후 거의 40년의 우여곡절 끝에 발사된 제임스 웹은 지난 1년 간 우주에 대한 여러 가지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줬다. 계획 당시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웠던 초기우주 은하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는 한편, 기대 이상으로 더 먼 우주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제임스 웹의 관측 결과가 정말로 표준 우주 모형을 뒤흔들까? 답은 앞으로의 추가 관측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