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표지에는 외계행성으로 향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모습이 실렸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로 외계행성 WASP-39b를 연구한 논문이 5편이나 실렸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 연구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파장 분석으로 대기 조성 알아내
WASP-39b는 처녀자리 방향으로 약 700광년 떨어져 있는 외계행성이다. 토성과 비슷한 가스 행성이지만 온도가 900。에 달한다. 애디나 파인슈타인 당시 미국 시카고대 천문학과 박사과정 연구원 등 다섯 그룹의 국제 공동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장비를 사용해 WASP-39b의 대기 조성을 분석했다. doi: 10.1038/s41586-022-05674-1
외계행성이 모항성 앞을 지나가면 모항성의 빛을 가리면서, 관측되는 빛의 강도가 살짝 약해진다. 그런데 이때 모든 파장의 빛이 똑같은 비율로 약해지지 않는다. 모항성의 빛이 외계행성의 대기를 통과할 때, 외계행성의 대기를 이루는 분자가 그 종류에 따라 특별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WASP-39b의 대기가 어떤 물질로 구성됐는지 파악했다. 먼저 모항성의 빛을 관측해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다음으로 WASP-39b이 모항성을 가렸을 때의 빛을 관측했다. 두 빛의 스펙트럼을 비교해 어떤 파장대의 빛이 사라졌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외계행성 대기 조성을 역으로 알아낸 것이다.
분석 결과, WASP-39b의 대기에는 물, 이산화황,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가 존재했다. 또한 대기에서 알칼리 금속인 포타슘과 나트륨도 발견됐다. 무슨 의미일까. 외계행성 관측 연구를 진행하는 이진희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대형망원경사업단 연구원은 “외계행성 대기 조성을 알면 대기 중 화학 반응은 물론, 만들어진 당시의 환경까지 매우 다양한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산화황은 외계행성 대기에서 처음 발견된 물질로, 모항성의 빛에 의한 광화학 반응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즉 외계행성에서도 활발한 광화학 반응이 일어난다고 추측할 수 있다. 포타슘의 경우, 행성 탄생 과정에서 소행성이 활발히 유입됐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소행성이 포타슘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이다. 탄소와 산소의 비율(C/O비)을 측정하면 외계행성이 만들어질 때 모항성과의 거리도 추측할 수 있다. 항성과 가까울수록 가벼운 분자가 휘발되는데 탄소화합물보다는 산소를 포함한 기체가 상대적으로 더 가볍기 때문이다. 대기 조성에 외계행성계의 형성과 진화의 정보도 담긴 셈이다.
“이제는 외계행성 각각을 분석하는 단계”
외계행성 연구는 지난 30년 간 빠르게 발전해왔다. 1990년대에는 이론적으로만 가능성이 점쳐지던 외계행성을 최초로 ‘발견’한 시기였다. 1992년 중성자별 PSR B1257+12 주변을 도는 외계행성이 최초로 발견됐다.
일단 존재가 검증되자 많은 연구자들이 외계행성 연구에 뛰어들었다. 2000~2010년대에는 수많은 외계행성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특히 2009년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외계행성 탐색을 위해 쏘아 올린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18년 임무 종료까지 2600여 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해냈다. 8월 10일 기준 NASA의 아카이브에 등록된 외계행성은 총 5496개. 외계행성 찾기는 더는 새로운 ‘뉴스’가 아닌 시대다.
이 연구원은 2020년대 들어 외계행성 연구는 “각각의 외계행성을 자세히 관찰해 화학 조성을 파악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제임스 웹이 있다. 제임스 웹은 큰 주경과 높은 파장 분해능, 정밀도로 외계행성의 특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범용 우주망원경으로서의 한계도 있다. 하지만 더욱 높은 분해능을 가진 지상망원경과 함께 관측을 진행한다면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이 몸담은 천문연에서도 남반구 제미니 망원경에 설치된 고분해능 근적외선 영역 관측장비(IGRINS)를 이용해 외계행성 탐색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의 외계행성 연구가 “결국 지구형 행성을 찾고 분석하는 것, 나아가 생명의 증거가 될 물질을 찾는 방향”으로 향하리라 추측했다. “생각보다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이 많이 없습니다.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을 찾는 것은 모든 연구자들의 목표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