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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노트]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면

“현대사회를 살면서 알아두면 유용한 수학 개념을 딱 한 가지만 꼽는다면 뭘까요?”

 

몇 해 전 한 수학계 석학을 인터뷰하며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되돌아보니, 석학에게 던질 질문은 아니었다 싶지만 어쨌든, 배려심 깊은 수학자는 찌푸리지 않고 그의 생각을 답했습니다. 바로 확률입니다. 세상은 여러 가지 측정값들이 복잡한 분포를 이루고 있기에, 그 속에서 어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 특히 확률적 분포에 대한 직관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번 호 특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며 그의 말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과연 내가 확률적 분포에 대한 직관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확률적 분포에 대한 직관이 작동하지 않는 예외 상황인 걸까. 일본이 정화하고 희석해 방류한다는 오염수가 음용수 기준을 충분히 만족한다는 걸 알면서도, 즉 확률적으로 오염수에 피폭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걸 알면서도, 왜 두 돌 된 아들에게는 한 방울도 먹이고 싶지 않을까 하고요.

 

저만의 고민은 아니었습니다. 특집 기사를 맡은 ‘수학과’ 출신의 김미래 기자도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느꼈거든요. 김 기자가 취재한 과학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의 모든 인터뷰이들이 “확률적으로는 안전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말문을 뗐습니다. 확률적 분포에 대한 직관이 고도로 발달한 사람들도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란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동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솔직히 오염수 이슈는 이제 과학의 손을 떠났다며 외면해 버리고 싶은 유혹이 컸습니다. 막기도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목소리를 낸다는 게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과학동아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특집 기사로 다룬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독자들이 원했습니다. 전지적 독자 위원회(전독위) 투표 결과, 가장 보고 싶은 기사 1위가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사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괴담의 진실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둘째, 과학자들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전달할 의무를 느꼈습니다. 방류해도 된다, 해선 안 된다, 단편적으로 떠도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배경과 전제와 한계까지 전체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면 정확히 알고서 감시해야 하니까요.

 

기사에서 다루는 과학적 팩트가 진짜 사실이 되려면, 일본이 계획대로 완벽하게 방류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붙습니다. 이것을 우리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그 어떤 분석이 나와도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함께 살펴보시지요. 과학동아는 독자 여러분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도록 제2의, 제3의 팩트체크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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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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