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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를 관찰하는 ‘눈’은 다양하다. 극지에 직접 간 연구자의 눈,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의 눈, 무인기가 내려다보는 눈,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 올라 관측하는 눈까지. 인공위성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지구 전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눈이다.
 
수백km의 얼음 변화를 한 눈에


유례없는 폭염, 폭우, 폭설… 최근 수십 년간 지구에 나타난 이상기후는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남극과 북극은 기후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기후변화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올해 7월 북극해 해빙 면적이 1979년 위성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남극점의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3배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간의 어떤 활동이 기후변화를 초래하는지, 극지의 변화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 세계가 극지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인공위성의 가장 큰 장점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극지의 변화를 한 눈에 관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장 조사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정보다. 극지를 찾은 연구자가 해빙이나 빙하의 강도, 표면 균열, 조성 등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딛고 서 있는 얼음의 가장자리가 얼마나 빨리 녹고 있는지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장은 “숲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숲의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야만 제대로 보이는 것이 있다”며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극지에서 길이가 최대 수백km에 달하는 얼음의 면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의 또 다른 장점은 365일 24시간 안방에서 극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극한의 기후 탓에 과학자들은 일찍이 기구, 항공기, 인공위성 등에 센서를 달아 극지를 원격으로 탐사하고자 했다. 


196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최초의 기상 위성 타이로스(TIROS) 1호를 발사해 북극해 해빙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그러나 영상에 담긴 건 대부분 자욱한 구름이었다. 북극은 1년 중 수개월 동안 해가 뜨지 않고 구름이 끼는 날이 많은데, 당시 위성에는 광학 카메라만 탑재돼 있어 가시광선만 감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가시광선 이외의 파장을 활용해 구름이 잔뜩 낀 날이나 캄캄한 밤에도 극지를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위성 중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용하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가 마이크로파를 지상에 쏴 지상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영상레이더(SAR·합성개구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영상레이더는 파장이 1mm에서 1m 사이인 마이크로파를 지표에 보낸 뒤 되돌아오는 정보를 이용하는데, 구름 입자의 크기보다 파장이 길어 구름을 뚫고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관측지의 위성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받아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더욱 촘촘해지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극지연구소가 처음으로 극지 원격탐사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다. 당시에는 미국항공우주국 등 외국기관의 인공위성 자료를 이용해 원격탐사를 진행했는데, 2014년부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용하는 아리랑 2호, 3호, 3A호, 5호가 획득한 자료를 받아 우리 기술을 이용한 원격탐사로 시야를 크게 넓혔다. 


극지 연구에 체계적인 원격탐사 기법을 적용하는 곳은 국내에서 극지연구소가 유일하다. 현재 아리랑 위성을 활용한 극지 연구는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기관 고유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원격탐사 연구에서 후발주자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북극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인 ‘모자이크(MOSAiC)’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북극권 종합관측망 프로그램에 한국 대표로 이름을 올리는 등 극지 연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런 위상은 향후 아리랑 6호와 7호가 발사되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아리랑 6호는 아리랑 5호의 후속 위성으로 영상레이더가 탑재되는데, 최대 해상도가 50cm로, 1m인 아리랑 5호보다 높다. 
아리랑 7호는 인공위성이 지표면을 가로세로 격자로 나눠 촬영할 때 한 칸(픽셀)의 길이가 30cm인 초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목표다. 


채태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가위성정보활용지원센터 위성활용부장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앞으로 극지를 더욱 촘촘하게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연구자가 타고 있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라온호의 예상 항로를 미리 탐사하는 자동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앞으로는 인공위성 관측 정보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는가가 국가나 기관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위성에서 매일 수집되는 다양한 종류의 빅데이터와 현장 조사 결과가 더해져 미래 극지 탐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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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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