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분석한 물리학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림 속에 유체역학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7일‘네이처’온라인뉴스는 멕시코국립대의 물리학자 호세 루이스 아라곤 박사팀이 고흐의 후기 작품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고 평가받던 그림의 소용돌이가 난류(turbulence)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류는 기체나 액체의 불규칙한 흐름을 뜻한다.
아라곤 박사는 ‘별이 빛나는 밤’(1889), ‘삼나무와 별이 있는 길’(1890)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 등 고흐가 1890년 자살하기 전에 그린 그림들을 분석했다. 그림 전체의 밝기를 분석하기 위해 임의의 거리(D)만큼 떨어져 있는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을 수학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D가 커질수록)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두 점의 밝기가 같을 확률은 두 점 사이 거리(D)의 거듭제곱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난류를 다루는 유체역학의 대표법칙인 ‘콜모고로프 척도’(Kolmogorov scaling)와 일치한다.
콜모고로프 척도는 소련의 과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가 1940년에 난류 속의 두 지점의 속도가 같을 확률을 정량화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게라르도 노미스 박사는 “고흐가 그린 소용돌이 모양이 콜모고로프의 법칙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흐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때에 그린 그림에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형태의 난류가 나타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안정한 상태에서 그린 초기 작품에 표현된 소용돌이는 실제 난류와는 거리가 멀다. 또 약물치료를 받아 정신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그린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1889)은 후기 작품임에도 난류가 잘 표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