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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3

 

“파이어! 파이어!”


화성 기지에 화재가 발생한 긴급 상황. 화성 탐사 연구 기지(MDRS) 196기 대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서둘러 대피한다. 7월 15일 첫 방송된 tvN 새 예능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이하 ‘갈릴레오’)’는 모의 화성 기지에서의 생존기를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비록 지구에 있는 ‘가짜 화성’이지만 대원들은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하고,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화성 탐사 선외 활동(EVA)을 펼친다. 머지않은 미래, 인류가 정말 화성으로 이주한다면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자타공인 ‘생존 전문 연예인’ 김병만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갈릴레오’는 탈(脫)지구적 관점으로 생존을 그려냈다. 김병만을 필두로 한 연예인 대원들이 탐사를 떠난 곳은 정글이 아닌 화성 탐사 연구 기지(MDRS)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은 역사상 지구와 화성이 두 번째로 가까워지는 시기에 방영을 시작했다. 화성은 7월 31일 지구에서 5759km 지점까지 접근하면서 평소보다 3배 이상 밝아 맨눈으로 볼 수 있다.

 

MDRS는 전직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천문학자, 과학자 등 4000여 명이 모인 ‘화성협회(Mars Society)’가 2001년 설립한 연구시설이다. 화성과 유사한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유타 주 사막에 설립됐다. 지금까지 약 1200명이 대원들이 모의 훈련을 마쳤다. ‘갈릴레오’ 팀은 6월 5일부터 196기 대원으로 참여했다.


MDRS는 화성의 환경을 모방한 장소일 뿐이지만, 실제 인류가 화성에서 생활하게 될 시점 역시 그리 멀지 않았다. NASA는 화성 탐사를 위해 강력한 추력을 가진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역시 2030년 화성 유인 탐사를 목표로 비교적 저렴하게 우주여행이 가능한 ‘팰컨 헤비’ 등 재활용 로켓 개발과 발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모두 인류의 차기 거주지로 화성을 주목하고 ‘화성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이르면 2030년 인류는 화성에 진입한다. 강력한 모래폭풍, 지구의 1%에 불과한 대기, 극한 추위를 이겨내고 붉은 행성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 세 가지를 소개한다.

 

생존전략 1. 화성 표면부터 내부까지 제대로 알기

 

생존에 앞서 우선 화성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화성은 태양계의 행성 중 지구와 가장 비슷해 ‘제2의 지구’로도 불린다.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이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도 있다. 지구와의 차이점이라면 산소와 물이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과, 지표면 속 얼어붙은 얼음의 존재는 확인됐다. NASA가 2001년 발사한 화성탐사선 ‘마스 오디세이’가 첫 신호탄을 쐈다. 화성 주위를 공전하며 지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위성에 탑재된 분광기가 화성 지표면 90cm 아래에서 수소 감마선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화성 내부에 거대한 얼음 저수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2002년 NASA는 이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화성 전체가 500m 깊이의 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과거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다는 증거, 석고 광맥 등 물의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났다. 한때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다면 생명체가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후 과학자들은 화성과 지구 모두에서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연구가 용암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를 연구하는 NASA의 ‘바살트(BASALT)’ 프로젝트다. 화성 표면이 대부분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현무암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화산 지역이 초기 화성
의 모습과 유사하리라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화산에 서식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극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진화하는지 분석하면 생명체의 거주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가령 미국 하와이 주 킬라우에아 화산 일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를 통해, 미생물이 광합성을 하며 현무암 지대에서 생존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현재까지 ‘소저너’, 쌍둥이 로버(‘오퍼튜니티’와 ‘스피릿’), ‘큐리오시티’(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를 화성으로 보냈다. 2020년에는 큐리오시티와 꼭 닮았지만 기능을 업데이트한 ‘마스 2020 로버’를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NASA는 5월 5일 지금껏 직접 조사한 적이 없는 화성의 속살을 조사할 무인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도 쏘아 올렸다. 인사이트는 11월 27일 화성 적도 부근의 평평한 지역에 착륙한 뒤 화성 지표면으로부터 3000km 깊이의 내부를 살필 예정이다. 인사이트에는 땅속에 투입할 배구공 크기의 지진계와 열감지기가 탑재돼 있다. 온도와 지진파를 함께 분석하면 화성 내부의 온도, 구조, 액체나 고체의 존재 여부 등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구와 달리 화성에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커다란 자석인 지구는 자기장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한다. 과학자들은 과거 화성에도 자기장이 존재했지만, 내부의 핵이 굳으며 자기장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기장이 사라진 화성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와 방사선을 막지 못했고, 보호막이 사라져 화성 대기가 우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화성 내부를 직접 측정한 적이 없는 만큼 화성 내부의 온도, 액체(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류의 거주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먼 훗날 지구의 운명을 예측해볼 수도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생존전력 2. 발이 돼 줄 로버와 친구 되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화성에 생명체는 없다. 그렇다면 화성 생존의 고독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갈릴레오’ 팀 역시 MDRS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고립된 상황에서의 고독’을 꼽았다. 그렇다면 비록 함께 체온을 나눌 수는 없더라도, 화성 이곳저곳을 같이 누비는 무인탐사로봇(rover)과 친구가 돼 보자. ‘갈릴레오’ 팀에는 ‘캔’으로 불리는 로버가 등장한다.

 

로버의 장점은 행성 곳곳을 누비며 적극적으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퍼튜니티’는 인류가 우주로 보낸 로버 중 가장 긴 거리를 이동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현재까지 세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 4대의 로버를 화성에 보냈다. 첫 로버는 ‘화성 패스 파인더(Mars Pathfinder)’ 계획의 일환으로 1997년 화성에 도착한 ‘소저너’다. 소저너는 길이 65cm로 아담하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에는 주인공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의 아레스 협곡으로 이동해 오래 전 교신이 끊겼던 패스 파인더를 찾아 복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소저너는 화성의 아레스 협곡에 착륙했다.


이후 쌍둥이 로버인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2003년 3주의 간격을 두고 화성의 양쪽 끝으로 보내졌다. 높이 1.5m, 너비 2.3m, 무게 180kg으로 소저너에 비해 몸집은 대폭 커졌다. 이 둘의 최대 속력은 초속 5cm지만, 평균적으로 초속 1cm로 움직인다.


두 쌍둥이 로버는 예상보다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했다. 스피릿은 2010년 임무를 끝냈지만,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인내의 계곡’에서 올해 6월 10일이 돼서야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쌍둥이 로버는 태양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화성에 거대한 모래 폭풍이 불어 닥치면서 태양에너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NASA가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오퍼튜니티를 저전력모드로 전환했다.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버는 ‘큐리오시티’다. 큐리오시티는 태양전지 대신 원자력 전지를 탑재해 모래폭풍 속에서도 임무를 거뜬히 수행한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자동차 정도 크기로 로버들 중에서 가장 크다. 시속 30m로 이동할 수 있다.


큐리오시티의 화성 탐사 결과를 토대로 6월 8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화성 표면에서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는 유기화합물 분자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화성 대기 속 메탄의 농도가 계절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메탄은 주로 생물이 만들기 때문에 화성에서 메탄이 생기는 지점을 알아내면 생명체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큐리오시티가 4년 반 동안 측정한 대기 중 메탄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결과, 겨우내 얼음에 갇혀 있던 메탄은 여름에 얼음이 녹으면서 지표면으로 방출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니퍼 아이겐브로드 NASA 연구원은 “화성 적도 부근에서 발견된 암석의 내부 성분을 분석한 결과 탄소, 황, 수소 등이 포함된 다양한 유기화합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 원소를 길게 이으면 탄수화물 등 생체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에 위치한 모의 화성 기지 ‘하이시스(HI-SEAS)’. 이곳에서 탐사 대원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1년간 머무르며 화성 생활을 대비하기 위한 사전 연구를 수행한다.

 

 

 

NASA는 2020년 ‘마스 2020 로버’로 불리는 새 화성탐사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조는 큐리오시티와 유사하지만, 관측 장비를 업그레이드 했다. 특히 ‘목시(moxie)’라는 장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고, 화성 상공에 드론을 띄워 로버가 이동하는 경로를 파악할 예정이다.


임창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화성 탐사가 행성 상공에서 간접적으로 관찰하던 형태에서 화성 표면에 착륙해 행성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탐사하는 형태로 확대됐다”며 “무인 탐사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는 향후 인류가 직접 화성을 탐사하고 화성에 거주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전략 3. 가짜 화성에서 미리 살아보기

 

화성을 온몸으로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생존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실제 화성을 체험할 길이 없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는 모의 화성 기지를 만들어 차기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거나 대중 대상 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갈릴레오’팀이 떠난 MDRS 역시 우주체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모의 화성 기지에서 가장 주목하는 관찰 포인트는 인간의 심리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이동하는 긴 시간 동안 좁은 우주선에서 지내야 하고, 이후 화성에서도 기지 내부에서 생활해야 한다. 건강한 심리 상태를 유지해야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연구는 NASA와 미국 하와이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하이시스(HI-SEAS)’다. 하이시스의 모의 화성기지는 주변이 황량한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에 있다. 훈련에 참가한 4~6명의 연구자들은 111m² 크기의 공간에서 거주하며, 우주 음식을 섭취한다. 외부와 통신도 제한된다. 잠깐이라도 기지 밖으로 나올 경우에는 우주복을 착용하는 등 실제 화성 거주 상황을 따라해야 한다.


하이시스 대원들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년간 모의 화성기지에 머물며 극단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 장기간 생활할 때의 심리 변화를 기록하고 연구한다. 가령, 고립 생활 중의 사회성(이기심, 이타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체리듬이나 기억력 등은 어떻게 변하는지 실험한다.


하이시스는 2013년 첫 실험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다섯 차례 실험을 마쳤다. 2018년 6기 대원 중 한국인인 한석진 미국텍사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커맨더(대장)로 참석했다. 한 교수는 고립된 공간에서 대원들 간의 상호 관계가 화성 임무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는 통계 모델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12일만에 실험이 종료됐다.


한편, 2011년 러시아도 모의 화성탐사 실험인 ‘마스-500’의 일환으로 520일간 고립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지상에서 진행한 고립 실험 중 최장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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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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