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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4.면역┃ 인체를 지키는 면역세포 5

스페인독감이 세계적으로 유행한 1918년, 당시 유럽을 대표하는 두 명의 화가가 있었다. 어둠이 깃든 인간의 성적 본능을 묘사한 오스트리아의 에곤 실레와, 노을이 지는 다리 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지르는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뭉크다.

평소 건강하던 실레는 그해 10월 스페인 독감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반면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결핵으로, 동생은 폐렴으로 잃었다. 자신도 결핵과 기관지염, 조울증, 관절염 등 각종 질병을 달고 사는 약골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스페인 독감만은 이겨내고 81세까지 살았다. 특정 박테리아(세균)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항원)에 노출됐을 때 목숨을 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내 것이 아닌 외부 물질을 귀신같이 잡아내고 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데, 그 성능은 개인차가 크다.

면역시스템은 어디까지를 ‘나’로, 어디부터를 ‘남’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면역시스템의 관점에서 우리 몸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갖고 있다.

마치 손가락의 지문처럼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낸 물질에는 분명한 표식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면역이란 곧 내 것이 아닌 표식을 가진 물질을 인식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대응하는 과정이다.

생물이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16세기 말 처음 알려졌다.

당시 이탈리아 파도바대의 히에로니무스 파브리치우스라는 연구원이 닭을 해부하다가 꼬리 아래에서 새로운 부위를 발견했고, 이를 ‘윤활주머니(bursa of Fabricius)’라 불렀다. 후에 중요한 면역세포가 여기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7세기 초에는 가스파레 아셀리라는 또 다른 이탈리아 과학자가 개의 위장을 해부하다가 우윳빛 혈관을 발견했다. 지금은 림프구 등 백혈구의 존재가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혈관은 붉은색이어야 한다’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인간이 선천(innate) 면역반응과 후천(adaptive) 면역반응의 두 가지 면역 경로를 보유하고 있다는 현대 면역학의 토대가 만들어진 건 1980년대에 들어서였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항원을 먹어치우는 건 선천 면역반응에 해당하고, 항원에 특이적으로 맞서 싸우고 항원을 제거할 항체를 생성하는 건 후천 면역반응에 해당한다.

오랜 기간 인간은 이런 면역시스템을 작동시켜 외부 물질의 침입을 막아오고 있지만, 항상 방어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19년 말 출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물질인 탓에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적절한 방어기전을 발동하지 못했다. 또 면역시스템은 종종 자신이 만들어낸 고유한 표식을 외부에서 온 남의 표식으로 잘못 인식해 자신을 공격하는 오작동, 즉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시스템의 핵심 세포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인체를 안전하게 지키는지 면역의 세계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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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4.면역┃ 인체를 지키는 면역세포 5 

Part1. 대식세포...바이러스 전쟁의 지휘관

Part2. 수지상세포...바이러스 정체 알리는 전령사

Part3. T림프구...바이러스 자살 유도하는 똑똑한 전사

Part4. B림프구...항체 생산하는 면역의 종결자

Part5. 자연살해세포...침입 즉시 공격, 진정한 킬러

Part6. 무조건 막는다, 면역세포의 방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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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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