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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상세포...바이러스 정체 알리는 전령사

Chapter 04.면역┃

 

인간의 면역체계의 본질은 수지상세포의 발견으로 재정의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3년 미국 록펠러대 면역학자였던 랠프 스타인먼은 전자현미경으로 비교적 너비가 넓고 긴 나뭇가지 모양의 촉수를 촘촘히 가진 세포를 발견했고, 그리스어로 ‘나a무’라는 뜻인 덴드론(dendron)을 따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라고 이름 붙였다(그는 수지상세포를 발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수상자 발표 3일 전 췌장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노벨위원회는 사후 수상 불가 원칙을 깨고 이례적으로 수상을 인정했다).


수지상세포는 대식세포처럼 골수계 전구세포에서 분화한 단핵구가 변하거나 림프 기관에 있는 중간엽세포가 분화해 만들어진다. 


표면에는 대식세포처럼 톨 유사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침입한 항원의 병원성을 판별할 수 있다. 
수지상세포는 미성숙 단계에서부터 주변 환경에 존재할지 모를 항원을 찾기 위해 탐색을 시작하고, 특히 항원과 마주치면 더욱 적극적인 신호 전령사가 돼 면역시스템에 항원의 침입을 알린다. 
대식세포의 경우 림프계 세포에 신호를 보내 도움을 청하긴 하지만 적이 침입한 현장에서 싸우다 죽을지언정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수지상세포는 항원을 먹어치우는 식세포로 활동하는 동시에, 일부는 항원 조각을 먹은 뒤 항원의 특징을 담은 단백질을 세포 표면에 발현하고 성숙시킨 뒤 림프절로 이동한다. 림프구에 알려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다. 


림프절로 이동한 수지상세포는 먼저 T림프구를 불러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T림프구와 B림프구에게 항원 정보를 교육해 효과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한다.

 
이런 역할 덕분에 수지상세포는 ‘항원제시세포(antigen presenting cell)’로도 불린다. 


수지상세포가 면역반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수지상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피부뿐만 아니라 관절, 신장, 폐 등 전신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수지상세포의 여러 수용체와 결합해 인체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단핵구가 수지상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등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단핵구는 골수의 줄기세포가 분화한 세포다. 


단핵구에 세포 내 신호전달물질인 인터류킨(Interleukin)-4와 과립구 대식세포 집단 자극인자(GM-CSF)를 처리하면 1주 내외로 미성숙 수지상세포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종양괴사인자(TNF)를 추가로 처리하면 성숙한 수지상세포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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