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대식세포...바이러스 전쟁의 지휘관

Chapter 04.면역

러시아 출신의 동물학자로 정부의 압력을 피해 이탈리아 시칠리아 북동부로 피신한 일리야 메치니코프는 1882년 배아 상태의 불가사리 유충에 가시를 찔러넣고 그 변화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때 한 무더기의 세포가 찔린 부위로 이동해 손상된 조직을 먹어 치우는 것과 같은 장면이 목격됐다.

초기 칩입자에 대한 방어작용을 담당하는 식세포(phagocyte)라는 용어는 이렇게 등장했다. 식세포는 그리스어로 ‘세포를 먹어치우는 것’이란 뜻이다.

식세포 대부분은 발생학적으로 조혈모세포가 분화한 골수계 전구세포에서 유래하며, 호중구(neutrophil), 호산구(eosinophil), 호염구(basophil), 단핵구(monocyte) 등으로 구성된다.

사람의 말초혈액에 있는 백혈구의 분포를 보면 호중구가 45~75%로 가장 많고, 호산구가 1~6%, 호염구는 1% 이하이며, 단핵구가 2~10%를 차지한다. 그리고 림프계 전구세포에서 발생한 세포(T림프구, B림프구 등)가 20~50% 존재한다.

호중구는 우리 몸에 항원이 침투할 때 가장 먼저 이동해 항원을 포획하고 섭취해 분해한다. 침입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것도 호중구다. 여드름이나 종기의 고름은 호중구가 염증 반응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호산구는 기생충이 침투했을 때 출동하며, 호염구도 기생충에 대응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워낙 숫자가 적어 실질적인 기능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단핵구는 다른 식세포에 비해 크다. 혈액을 따라 순환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조직에 들어가면 대식세포로 분화해 성장하고 그 조직에 정착한다.

이때 일부는 포식 작용과 림프구 활성을 돕는 수지상세포로도 분화한다.

다른 세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한때 소식세포로도 불린 호중구처럼 대식세포는 세포를 먹어 치워 선천 면역반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림프구에게 도와달라는 신호를 전달하는 등 후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호중구나 호산구 등 다른 식세포가 침입자에 저항하는 최전선의 보병이라면, 대식세포는 전시 상황을 살펴 싸움이 불리한 곳에 뛰어들거나 추가 지원군을 요청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식세포의 표면에는 초파리에서 발견된 ‘톨 수용체’와 비슷한 ‘톨 유사 수용체(TLR·toll like recepter)’가 있다. 우리 몸은 대식세포에 있는 톨 유사 수용체를 이용해 항원이 문제를 일으킬 만큼 병원성을 띠는지 판단하고 공격 여부를 명령한다.

식세포들이 작용하는 선천 면역반응만으로 특정 항원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더 명확하고 강력하게 공격하는 림프계 세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