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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으로 살다...과학동아 에너지 원정대

EXPEDITION 1

▲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내에 설치된 지상 8층 규모의 ‘제로카본그린홈’에 과학동아 에너지 원정대가 떴다. 옥상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이 눈에 띈다.

 

 

제로에너지하우스의 표본

 

1월 14일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내 ‘제로카본그린홈’. 화석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제로에너지하우스의 표본 건물로 2013년 건기연이 국내에서 처음 지었다. 2017년 10월 실제 거주 주택으로는 국내에서 처음 완공된 서울 노원구 하계역 인근의 ‘노원 에너지제로주택’ 단지도 제로카본그린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계됐다.


제로카본그린홈은 날씨가 맑을 경우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고, 외부로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건축 자재를 사용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집이다. 이날 제로카본그린홈에서는 실내 환기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제로카본그린홈 건설을 총괄한 조동우 건기연 녹색건축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처음 지었을 때보다 기술적으로 더욱 진전됐다”며 “서울 노원구, 대전 중동 등 국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제로에너지하우스 사업 등에 제로카본그린홈이 기술적인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제로에너지하우스에 들어가는 기술은 액티브(active)와 패시브(passive)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액티브 기술은 태양광이나 지열, 풍력, 수소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형태를 말한다. 패시브 기술은 단열재, 창호 등을 이용해 집 안에서 열의 이동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제로에너지하우스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도록 설계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지역이나 비용에 큰 제약 없이 두루 적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태양광뿐”이라고 말했다. 


지열의 경우 주택의 냉난방에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지만, 기술적으로 지하 100m 깊이까지 파고 내려가야 온도가 15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물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미 지어진 건축물에 지열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기가 어렵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적은 지역에서는 효과가 없고, 도시에서는 회전날개(블레이드)가 돌아갈 때 생기는 백색소음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형으로 세우기가 어렵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초당 400W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판과 여기서 얻은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변환기(인버터)를 50만~6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며 “여기에 2~3k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달면 태양전지판이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어 전기세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 안에 설치비용까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제로에너지빌딩에 에너지저장장치를 제어하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는 저녁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전력 소모가 높다”며 “인공지능에게 가구별 전기 소비 패턴을 약 1년간 학습시키면 태양광발전에서 얻은 에너지의 회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ㄴ'자로 배치하니 발전량 20% 증가

 

2013년 제로카본그린홈이 처음 지어졌을 때 효율 19%로 초당 300W를 생산하는 단결정 태양전지판 120개가 설치돼 있었다. 이 정도면 태양광발전만으로 15가구에 연간 3000kW를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지열발전, 각종 패시브 기술까지 더해져 제로카본그린홈의 에너지자립도는 80% 수준이었다. 에너지자립도는 필요한 에너지 수요 대비 직접 생산한 에너지의 비율을 말한다. 


최근 상용화된 태양전지는 결정질 실리콘으로 태양광을 흡수하는 결정질 태양전지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형태인 박막형 태양전지는 휘어지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 가격경쟁력 등이 결정질 태양전지보다 떨어져 여전히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단결정 태양전지판은 실리콘 원자를 결정으로 정제해 전지판을 이루는 단일 셀(cell) 전체가 하나의 실리콘 결정으로 이뤄진 태양전지다. 최근에는 제품의 효율이 22%까지 증가했다. 수명도 20년 내외로 길다. 셀이 여러 개의 실리콘 결정으로 이뤄진 다결정 태양전지(15~19%)보다 효율이 높다. 또 기판 위에 실리콘을 분사해 투명하고 휘어지게 제작할 수 있는 비결정 방식의 박막형 태양전지판보다 외부환경에서 내구성이 우수하다.

 

 

1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ㄴ’자형 태양전지판을 옥상에 계단형으로 설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는 이 방식이 20% 이상 생산 효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 일반 가정용으로 출시된 2kW급 에너지저장장치(왼쪽, 회색)와 3kW급 양방향전류변환기.

 

조 선임연구위원은 “차세대 태양전지로 평가받는 박막형이나 염료감응형 등 다양한 형태가 연구되고 있어 조만간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향후 몇 년간은 효율과 제작 공정 측면에서 우수한 단결정 태양전지판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건기연은 제로카본그린홈에서 태양광 발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태양전지판을 30도로 비스듬하게 기울여 여러 줄로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진우 건기연 녹색건축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태양전지판을 ‘ㄴ’자 모양으로 만들어 계단형으로 설치하면 오전에는 세로축에서, 오후에는 가로축에서 태양전지판의 발전효율이 가장 커지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임연구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로카본그린홈 옥상에 태양전지판 2개를 ㄴ자로 설치해 매일 에너지 생산 효율을 체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태양전지판의 에너지 생산 효율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날 정 전임연구원의 스마트폰 앱을 확인하자 14일 일출 직후부터 오후 12시 7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태양전지판 2개에서 총 373.65kW가 생산된 것으로 표시됐다. 만약 이 태양전지판을 가정에 설치한다면 월평균 전기사용량을 고려했을 때 총 7만208원을 절약할 수 있고, 나무 60그루를 심은 효과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화면에 함께 떴다. 정 전임연구원은 “ㄴ자형으로 태양전지판을 배치하면 계단식보다 총발전량이 20%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건기연은 양면형 태양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요즘 가정에서는 창문을 주로 이중창으로 설치한다. 이 경우 가장 바깥쪽 창문의 안팎에 모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면 안쪽 창문에서 반사돼 바깥쪽 창문에 도달하는 태양광도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전효율이 최대 1.7배로 대폭 증가한다. 
창문에 설치한 태양전지판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투명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정 전임연구원은 “단결정 태양전지판은 대개 검은색인데, 검은색 태양전지판으로 창문을 가려버리면 생활이 불편할 것”이라며 “투명한 박막형 태양전지판이 나왔지만 아직은 발전효율이 낮고, 가격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4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태양전지판만 864개, 서울에너지드림센터
  

한국에너지공단은 2017년 ‘에너지자립도인증제’를 도입해 최저 5등급(자립률 20%)부터 최고 1등급(자립률 100%)까지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2019년 1월 설계도면 평가에서 에너지자립률 60%로 분석돼 최초로 3등급을 받았다. 제로카본그린홈도 최근 설계도를 업그레이드해 에너지자립률 106%를 달성했고, 이를 토대로 설계 인증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에너지 단열을 위해 열리는 창문이 전혀 없고, 건물도 벽면에 닿는 햇빛을 반사할 목적으로 흰 바람개비 모양으로 설계됐다. 김선민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시설연구팀장은 “일반 주택이 아닌 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며 “태양광뿐만 아니라 일반 공동주택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지열을 쓰고 있고, 열 손실을 막는 건축 자재도 최대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는 효율 19.8%인 태양전지판 864개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초당 272kWh의 전력에너지를 생산하며, 연간 생산량으로 따지면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에너지(20만kWh) 보다 80% 더 많은 36만5000kWh를 생산한다. 


김 팀장은 “에너지자립도 인증제는 설계를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해서 3등급을 받았는데, 실제로 운영해보니 자립도가 180%에 달했다”며 “남는 전기를 한국전력에 팔아 연간 2400만 원의 수입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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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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