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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림프구...바이러스 자살 유도하는 똑똑한 전사

Chapter 04.면역┃

 

흉골 뒤쪽 나뭇잎 모양의 흉선(thymus)은 수천 년 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기로 치부됐다. 흉선은 ‘성난 사마귀’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티모스(thumos)에서 유래한 말로, 이 용어는 혹이나 굳은살 등 인체에서 무가치한 부위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였다.


흉선의 쓰임새가 확인된 건 1961년이 돼서였다. 당시 영국 런던의 체스터비티연구소(Chester Beatty Research Institute) 소속 자크 밀러 연구원은 흉선을 제거한 어린 생쥐에게 다른 생쥐의 피부를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이식받은 피부가 괴사하는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이때도 흉선이 쓸모없는 장기가 아니라 면역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정도만 확인했을 뿐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몰랐다.


오랜 연구 끝에 현대 면역학에서 흉선은 골수와 함께 가장 중요한 두 종류의 림프구가 주로 성장하고 저장된다는 의미에서 1차 림프 기관(lymphoid organ)으로 분류됐다. 


이 둘을 제외하고 성숙한 림프구가 발견되는 모든 기관은 2차 림프 기관으로 불린다. 비장, 편도, 맹장, 림프절, 심장이나 대장과 같은 장기, 생식기관의 점막 표면 등이 모두 2차 림프 기관이다. 
골수에서 태어나 흉선에서 성장하는 면역세포가 T림프구다. 흉선의 알파벳 첫 글자를 땄다. T림프구는 혈액 내 전체 림프구의 약 75%를 차지해 면역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소 T림프구는 비활성 상태로 2차 림프 기관에 저장돼 있다. 그러다가 항원이 체내에 침입해 대식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으면 가까운 지역의 T림프구가 활성화되고 항원 침투 부위로 출동한다. 또 수지상세포에 의해 활성화되기도 한다.    


활성화된 T림프구는 기능에 따라 세포독성(cytotoxic) T림프구, 도움(helper) T림프구, 기억 T림프구, 조절 T림프구 등 네 가지로 구분되며 형태학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세포독성 T림프구는 인체의 세포에 침투해 증식하는 바이러스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죽인다. 


이때 세포독성 T림프구는 타깃으로 삼은 세포에 단백질인 퍼포린(perforin)을 뿌려 세포막을 녹여 구멍을 낸다. 그런 다음 그랜자임(granzyme)을 세포막 내로 침투시켜 세포질을 해체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암세포) 같은 비정상세포가 자살하도록 유도한다. 


도움 T림프구는 각종 신호물질을 분비해 다른 식세포나 림프구가 활성화되도록 돕는다. 특히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B림프구가 활성화되려면 도움 T림프구나 수지상세포가 작용해야 한다.  


기억 T림프구는 한번 인식한 항원을 기억하며 장기간 생존하고 있다가 항원이 재침입할 때 재빠르게 세포독성 T림프구로 변해 항원을 물리친다. 


또 조절 T림프구는 자가 면역 질환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반응성이 큰 세포독성 T림프구의 활성을 적절히 낮춰 면역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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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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