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브라질에서 신생아 소두증 의심 사례가 수천 건이 보고됐다. 브라질 보건당국에 따르면 2015년 10월 이후 소두증 신생아가 증가했고, 2015년 말까지 소두증 신생아 출생 의심 사례가 4180건 발생했다. 브라질 내에서 연간 150건 내외로 나타나던 선천적 기형아 출생이 무려 3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지카 바이러스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지카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황열바이러스, 뎅기바이러스 등과 함께 플라비바이러스속(Flavivirus)에 속한다. 플라비바이러스 대부분은 주로 모기와 진드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지카 바이러스는 아프리카흰줄숲모기 같은 에데스속 모기를 통해 인간에게 옮겨진다.
모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스코틀랜드 바이러스학자 알렉산더 해도우는 연구 도중 지카 숲의 특정 모기가 인간 감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숲의 이름을 따서 지카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지카 바이러스는 몇 차례 감염 사례가 나왔지만, 환자는 가벼운 열병 외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감염자의 80% 이상은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고 2주 뒤 체내 바이러스가 자연스레 소멸된다. 나머지 감염자들 역시 가벼운 발열이나 발진 증세만 보일 뿐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7년까지 확인된 감염 사례도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2015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바이러스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발견됐다. 2015년 5월 브라질 정부는 자국 내 첫 인체 감염 사례를 확인했고, 이후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중남미 전역으로 퍼졌다.
감염자 수는 많았지만, 치사율은 극히 낮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에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 신생아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소두증은 정상보다 뇌의 크기가 10% 정도 작게 태어나는 기형이다.
한때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2월 1일 브라질 등에서 보고된 소두증과 그 밖의 신경장애 사례가 이례적인 일로 다른 지역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며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이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바이러스 유행 이후 네 번째 비상사태 선포였다.
곧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임신 초기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태아의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고,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3개월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는 소두증 신생아를 낳을 확률이 더 높다.
지카 바이러스를 박멸할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