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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20세기 흑사병’에서 만성질환으로

Chapter 01 I 대유행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 미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타 농구선수 어빈 매직 존슨, 영국 록밴드 ‘퀸’의 프레디 머큐리. 이들은 본인의 분야를 주름잡았던 인물이라는 것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에이즈의 병리학적 기록은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당시 남성 동성애자들을 중심으로 면역력 약화 사례가 보고됐고, 이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증상을 ‘게이관련면역결핍증(GRID)’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성애자에게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확인됐고, 이듬해 
이 질병의 공식 이름은 에이즈로 바뀌었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질병이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은 특별한 증세를 느끼지 못하고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8~10년으로 매우 오랜 기간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이어진다는 게 HIV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HIV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남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이 HIV 입장에서는 생존 전략이지만, 인간에게는 에이즈 박멸의 큰 걸림돌이다.


HIV는 RNA 바이러스의 한 유형인 레트로바이러스이다. 레트로바이러스는 RNA를 숙주의 DNA에 끼워 넣기 위한 역전사효소를 가지고 있어, 숙주세포에 들어가 바이러스의 RNA를 DNA로 역전사한 후 숙주의 DNA에 들어가 증식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HIV는 우리 몸을 지키는 병사인 면역세포를 숙주로 삼아 파괴해 독종 바이러스로 취급된다. 특히 CD4를 수용체로 가진 면역세포인 T림프구를 감염시키거나 파괴한다. 정상인의 혈액에는 도움 T림프구 수가 혈액 1mm3당 최소 500개 이상 존재하는데, 개수가 200개 미만으로 줄어들면 사실상 세포 매개 면역반응을 잃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에이즈 환자로 판명된다. 


HIV는 감염자의 모든 체액에 존재하며, 혈액, 정액, 질 분비물, 모유에 많이 존재한다. 주로 성관계로 감염되지만, 감염된 혈액을 수혈하거나 HIV에 오염된 주사바늘을 이용하는 등의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또 부모가 감염되면 모유 수유 등을 통해 자녀에게까지 이어지는 수직감염도 일어난다.


HIV가 언제 출현해서 언제부터 번지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원숭이에서 발견되는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에서 HIV가 유래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출현 시기를 1930년대로 보고 있다. 


1900년대에는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고 높은 치사율을 보였기 때문에 한때는 ‘20세기 흑사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에이즈는 HIV를 치료할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만성질환으로 분류되며, 과거와 달리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치부되지는 않는다. 


에이즈 치료제로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인 칼레트라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기도 했다. 칼레트라는 HIV의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 효소를 억제하는데 같은 방식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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