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썸머 워즈’는 ‘OZ’라는 가상세계의 통신망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유통, 통신, 금융 등 세상 모든 일을 OZ의 세계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 단말기만으로 가볍게 처리한다. 그야말로 클라우드 세상이다. 오늘날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상상하는 클라우드 기T술은 어쩌면 이런 영화보다 더 기발하다. 클라우드로 달리는 자율주행차부터 AI 클라우드 비서까지, 클라우드 기술의 미래를 살펴보자.
움직이며 접속하는 에지 클라우드
클라우드가 보좌하는 자율주행차
2019년 국제 천문학자들은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로 블랙홀의 그림자를 포착했다. 전 세계 6개 대륙에 흩어진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을 만든 것이다. 아무리 큰 망원경이라도 하나의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범위는 한계가 있는데, 여러 개를 연결해 이런 제약을 깨부쉈다.
클라우드 엔지니어들도 같은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여러 곳의 데이터센터를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한반도 전체를 아우르며 데이터 처리 속도도 빠른 클라우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자율주행차 같은 이동하는 물체는 이런 클라우드가 필수적이다.
미래 자율주행차는 여러 클라우드가 협력해 자율주행하는 형태로 그려진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작은 클라우드가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고, 차선을 변경한다. 또 여러 대의 자율주행차에서 수집된 통행량 등의 정보를 가까운 클라우드에서 연산, 처리해 차량이 막히는 도로를 실시간으로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자율주행차의 제동, 가속 결정 등 주행에 민감한 연산은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시각각 수집되는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클라우드에서 연산해 처리결과를 자율주행차에 전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시간 지연이 생겨 사고 위험을 높인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지(가장자리) 클라우드’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소규모 클라우드 시스템 여러 개에 데이터를 분산시켜 처리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한다고 할 때 수원, 대전, 대구, 부산 등에 흩어져 있는, 주행 당시 가까이 위치한 소규모 클라우드 시스템과 소통하면 데이터 처리 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강동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클라우드기반SW연구실 책임연구원은 “드론, 자율주행차 같은 이동체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서 시간 지연 등 기존 이동체 기술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문제가 부각됐다”며 “에지 클라우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기술이 현실로
미래 AI 클라우드
클라우드로 구현되는 AI 비서
영화 ‘아이언맨’을 보면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가 해킹, 자료 분석, 전투 등을 보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래에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면 현실에서도 나만의 AI 비서를 만들 수 있다.
클라우드는 인공지능 기술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AI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IT자원인 대규모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클라우드가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윤곤 ETRI 클라우드기반SW연구실 연구원은 “자비스 같은 다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AI 인공지능 비서를 만든다면, 하나의 기기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클라우드 기술과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융합하면 자비스처럼 수많은 정보를 분산 저장, 처리하는 AI 인공지능 비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집안일 또는 회사일을 돕는 AI 로봇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현할 수 있다. 뇌(중앙처리장치)는 중앙 클라우드 서버에 있고, 사물 감지 센서, 이동 바퀴 등만 달린 로봇이 사람의 일을 돕는 것이다.
김병섭 ETRI 클라우드기반SW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현재 진행 중인 클라우드 연구는 우리가 아직 실현하지 못한 기술들을 발전시킬 것”이라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홀로그램 기술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접속 마비 걱정 없는 미래 도시
2018년 11월 22일, 전 세계 1위 클라우드 공급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 서버에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AWS에 기반을 둔 쿠팡, 배달의 민족 등 국내 IT서비스가 동시에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시에 전기나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강 책임연구원은 “스마트시티 등을 구축하려면 끊어지지 않고 전국, 전 세계 규모로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초광역화가 가능한 멀티 클라우드 기술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 클라우드는 전 세계 다양한 클라우드 공급자의 서비스를 동시에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각각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들을 선택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A라는 클라우드 공급자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스토리지 기능의 효율이 높고, B라는 클라우드 공급자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연산 처리 능력이 좋다고 할 때 두 공급자의 클라우드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다.
멀티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AWS 서울 데이터 센터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 서울 데이터 센터를 모두 이용한다면, 한 데이터센터에서 문제가 생겨도 다른 데이터센터의 시스템으로 문제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의 미래 클라우드 연구
국내에서도 미래 클라우드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신 사업자인 KT, SK텔레콤 등을 포함해 주요 인터넷 기업은 자사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운용 중이다. 이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TRI는 국내에 클라우드 기술이 알려지기 시작한 2010년부터 다양한 기술을 연구 중이다.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PC환경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수만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해도 정보 처리가 빠른 클라우드 스토리지 등 여러 기술을 개발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최근에는 멀티 클라우드와 에지 클라우드 등 미래 클라우드 산업을 이끌어갈 주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