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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유럽 2024년 문 빌리지 건설 ‘문레이스’ 스타트

 

11월 13일 독일 뮌헨 공항. 뮌헨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왼편으로는 추수가 끝나 텅 빈 누런 들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오른편으로는 다채로운 시내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40분을 달려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40여 분을 달리자 한적한 마을 타우프키르헨(Taufkirchen)이 나타났다. 보잉과 함께 전 세계 100인 이상 상용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에어버스의 우주 산업 기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유럽의 발사체 ‘아리안 5호’의 엔진이 생산된다. 미국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자’로 불리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눈’ 근적외선 분광기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에어버스가 10월 1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문레이스(Moon Race)’ 계획도 이곳에서 시동을 걸고 있다. 장 도미니크 코스트 문레이스 전략기획매니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이 달까지 가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면, 문레이스는 달에서 상주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달 체류 기술 겨루는 ‘문레이스’ 

 

문레이스는 에어버스가 유럽우주국, 블루오리진 등과 함께 진행하는 달 탐사 경연대회다. 대학, 연구원, 민간 기업 등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에어버스는 문레이스를 통해 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달에 갈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는 게 목표다. 여기에는 일단 달 탐사차(로버)든 사람이든 달에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문레이스는 그 다음 단계를 대상으로 한다. 달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기술을 겨룬다.

 

문레이스를 담당하는 루이 페레이라 에어버스 프로젝트매니저는 “달에 기지를 짓고 사람이 상주하면서 과학연구를 진행하거나, 달에 호텔을 지어 우주관광객이 머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레이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4가지다. 달 기지 건설 기술, 에너지 생산 기술, 달 자원 활용 기술, 그리고 농작물 재배 기술이다. 페레이라 프로젝트매니저는 “문레이스는 달에 가장 효율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문레이스는 2019년 상반기 레이스에 참여할 팀을 모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타트한다. 지원팀은 향후 5년간 여러 가지 관문을 거쳐야 한다. 우선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지 이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한다.

 

통과된 팀은 이 아이디어를 어떤 기술로 실현할 것인지 프로토타입을 구상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통과하면 이 프로토타입이 중력이나 온도, 대기 상태 등 달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심사를 받는다. 마지막 관문은 4개 기술마다 최종 한 팀씩 선정해 실제로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모든 관문을 통과한 최종 우승팀은 2024년 에어버스의 지원을 받아 실제로 달 탐사에 나선다. 코스트 전략기획매니저는 “2024년에는 사람이 직접 가기 보다는 로버를 보내 기술별로 주어진 최종 미션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최종 미션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달의 토양이나 먼지로 블록을 찍어내는 등 단순하지만 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들로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달 토양으로 블록 만들어 기지 건설

 

문레이스가 제시한 네 가지 기술 분야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달 자원 활용 기술이다. 지구에서 수많은 돌과 콘크리트, 물 등을 로켓에 실어 나르기에는 달까지 거리가 너무 멀고 연료 효율도 떨어진다. 만약 달에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한 재료를 만들 수 있다면 달 기지를 건설하거나,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제작하거나, 농작물을 재배하는 그린하우스를 짓는 등 다른 기술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유럽우주국은 최근 달 토양으로 만든 블록으로 달 기지를 건설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먼저 달 로버에서 풍선을 불어 크게 부풀린다. 이글루처럼 천장이 둥근 집 모양이 나타난다. 그러면 이 위에 달 토양으로 만든 블록을 차곡차곡 쌓아 기지를 완성한다.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이 기술을 실현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달 토양으로 단단한 블록부터 만들어야 한다.

 

애드베니트 마카야 유럽우주국 과학기술센터 첨단제조 엔지니어가 이끄는 연구팀은 3D 프린터를 활용해 달 토양으로 블록을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이 사용한 달 토양은 지구 화산재의 입자 크기와 조성을 ‘아폴로 14호’가 채취한 달의 표토(풍화작용으로 지표면에 푸석푸석하게 남아 있는 토양) 샘플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재료로 블록을 찍어낸 뒤 오븐에서 쿠키를 굽듯 열을 가해 단단하게 굳혔다. 거울 146개로 햇빛을 모아 약 1000도까지 온도를 높여 오븐 역할을 하게 했다.

 

마카야 엔지니어는 “아직까지 단단하기가 석고 정도”라며 “가로 20cm, 세로 10cm, 높이 3cm 블록을 만드는 데 5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블록을 직육면체가 아닌 나사와 볼트, 톱니바퀴 등 다양한 모양으로도 찍어냈다. 그는 “달 착륙선 등 장비가 망가졌을 때 수리하거나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달에서는 가구나 생활용품, 태양광 패널이나 옷, 식품까지도 3D 프린터로 찍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20kg 달 로버 설계, 한국도 ‘문레이스’ 뛰어들까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KAIST 등이 문레이스 참여를 검토 중이다. 페레이라 프로젝트매니저는 “한국 전문가들과 달 탐사를 위한 사물인터넷이나 차세대 드론, 스마트팩토리 등을 함께 탐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달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곳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달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대형 지반열진공챔버를 제작했다. 이 챔버는 실제 달과 동일한 진공 상태를 유지해 달에서 콘크리트의 강도와 장비의 내구성 등을 테스트할 수 있다.

 

달 토양을 모사한 재료에 접합제를 섞고 열과 압력을 가해 폴리머 콘크리트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햇빛으로 작동하는 3D 프린터를 달로 보낸 뒤 이 프린터로 폴리머 콘크리트를 찍어내 달 착륙장이나 유인 거주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13년부터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할 로버를 개발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달 탐사와 화성 탐사는 낯선 땅을 탐사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달 탐사가 훨씬 가혹하다. 화성에는 지구와 구성 성분은 다르지만 대기가 존재한다. 공전주기도 지구와 비슷하다.

 

반면 달은 자전과 공전 속도가 같아 일주기가 한 달 정도로 길고, 대기가 없어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다. 총 14일 정도인 밤은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지만, 총 14일 동안의 낮은 영상 130도에 육박한다. 대기가 없어 햇볕을 직접적으로 맞는데다 풍화작용이 없어 지표면도 울퉁불퉁하다. 달 탐사 로버는 극심한 온도차를 이겨내야 하며, 울퉁불퉁한 달 표면에도 무사히 안착해 이동해야 하는 셈이다. 전력원이 되는 태양광을 이용해 돌아다닐 수 있는 기간도 14일 정도다.

 

 

이우섭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로버 몸집을 20kg 미만으로 최소로 줄였고, 모든 전자부품을 본체 안에 넣었다”며 “2019년 바퀴가 네 개 달린 로버 개발 모델(DM)의 콘셉트 디자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IST가 개발한 달 탐사 로버는 달에 착륙한 뒤 3개월가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해가 진 동안에는 동면 모드로 바뀌어 최소에너지로 핵심 부품만 가동하면서 버틴다. 이 선임연구원은 “달 표면을 돌아다니면서 탐사 초반 전초기지로 사용할 만한 동굴이 있는지, 미래 자원인 헬륨 등 광물이 얼마나 매장돼 있는지 등 탐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당초 2020년 달 궤도선 발사, 2025년 달 착륙선 발사 등 달 탐사 로드맵을 확정했지만, 지난해 달 궤도선 발사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30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 계획 역시 불투명하다.

 

이 선임연구원은 “현재 세계 각국이 달 탐사에 경쟁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며 “달을 넘어 먼 우주까지 자력으로 도달하려면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트 전략기획매니저는 “인류 첫 아메리카 대륙 도착, 인류 첫 사막 무동력 횡단 등 지금까지 인류는 큰 목표에 도전하고 이를 달성해왔다”며 “언젠가는 달 탐사를 넘어 화성, 금성, 외계행성을 탐사하고 거주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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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타우프키르헨 =이정아 기자
  • 기타

    [디자인] 유두호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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