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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美 민간 기업과 손잡고 2026년 달 정거장 만든다

 

“여기 완전 미로 같네요.”

 

“곧 꺼내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보안문 4개와 복잡하게 연결된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민간 우주회사 SSL의 조립동이 한 눈에 보이는 뷰룸(View room)이었다. 유리벽 너머에서는 높이가 5m가량 되는 정지궤도위성 조립이 한창이었다. 위성이 있는 조립동은 시력이 1.0인 기자의 맨눈으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전 미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곳에서 말이다.

 

2018년 11월 29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자리한 세계적인 상업위성 제작회사 SSL을 찾았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SSL은 우주항공 분야에서 ‘전통의 강호’다. 1960년대 초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하며 아폴로 미션의 자력계를 제작했고, 무인탐사선 보이저호의 안테나도 이곳에서 만들었다.

 

SSL은 2017년 보잉, 록히드마틴 등 4개 회사와 함께 NASA가 계획 중인 달 궤도 정거장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Deep Space Gateway)’에 대한 연구도 했다.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2월 재개한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미국은 2026년경까지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격인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를 구축하고,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2030년대 화성으로 우주인을 보낼 계획이다.

 

 

달 궤도 정거장 움직일 전기 추진 시스템

 

“저기 빨간색 실린더가 보이나요? 위성에서 가장 중요한 추진 시스템입니다.” 

 

복도에서부터 기자를 안내했던 알프레드 타드로스 SSL 우주기반시설 총괄 부사장은 위성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배관들이 마치 실타래처럼 엉켜 있었다.

 

 

“달 궤도에 정거장을 운영하려면 정거장에 동력을 공급하고 정거장의 궤도를 조정하는 기술이 필수입니다. 상업용 위성으로 검증된 추진 시스템 기술이 달 궤도 정거장에도 활용될 수 있는 거죠.” 

 

타드로스 부사장은 상업용 위성의 ‘전력 추진 모듈(PPE·Power and Propulsion Element)’을 달 탐사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SL은 상업용 위성의 발사 무게를 줄이기 위해 화학연료가 아닌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고 15년간 상업용 위성에 적용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NASA와 지난해에만 2건의 공동연구를 했다. 전기 추진 시스템의 연료가 다 떨어진 위성에 가스를 ‘리필’하는 기술과, 30~50kW(킬로와트) 범위에서 추진 시스템의 추력을 다양하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큰 추력이 필요할 때, 연료를 절약해야 할 때 등 상황별로 엔진 성능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타드로스 부사장은 “달 궤도 정거장과 같이 큰 규모의 시설에 장기적으로 동력을 공급하려면 전기 추진 시스템이 유리하다”며 “실제 적용할 경우 리스크는 무엇이고 비용이 얼마나 들지 NASA와 함께 전반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 궤도에서 스스로 조립되는 기술

 

기자가 방문한 날은 NASA의 화성 지질 탐사 착륙선인 ‘인사이트(InSight)’가 화성에 착륙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SSL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일에 잔뜩 상기된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인사이트에 장착된 로봇팔이 SSL의 작품이었다. 인사이트는 로봇팔을 이용해 행성 표면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영상을 촬영하도록 설계됐다. 

 

타드로스 부사장은 “로봇팔은 달 탐사차(로버)나 달 궤도 정거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캐나다 우주국과 로봇팔 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딥 스페이스 게이트웨이는 미국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이 모듈 등 부품을 각각 제작한 뒤 우주에서 조립해 완성한다. 

 

 

로봇팔을 이용하면 위성이나 간단한 모듈을 궤도상에서 조립하는 게 가능하다. 큰 탑재체를 한꺼번에 올릴 필요가 없고, 위성 또는 모듈이 발사체에 실려 날아가는 동안 발생하는 진동을 잘 견딜지 알아보는 각종 시험도 생략할 수 있다. 필요한 부품을 상황에 맞게 만들어 쓸 수도 있다. 달 다음 목표로 삼고 있는 5500만km 거리의 화성에서는 이 같은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SSL은 NASA와 함께 3.5m 길이의 로봇팔을 가진 자체 조립 가능한 비행로봇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개발하고 있다. 2017년 지상에서 조립 시연을 마친 상태다. 또 SSL은 2020년을 목표로 NASA와 함께 ‘리스토어(Restore)-L’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리스토어-L 프로젝트는 2개의 로봇팔을 갖춘 로봇 우주선으로 지구저궤도를 돌고 있는 ‘랜드샛(Landsat)-7’과 랑데부해 위성에 연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타드로스 부사장은 “과거의 달 탐사가 달에 며칠씩 머무는 데 그쳤다면, 오늘날의 달 탐사는 달 거주에 도전하고 있다”며 “인간이 진정으로 지구와 분리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기반시설을 달과 화성에 구축해나가는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달 사용법 다양해 질 것”

 

달 궤도에 정거장을 지으면 달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훨씬 다양해진다. 달 정거장에서 달 로버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고, 달 착륙선(랜더)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달 정거장에서 중계할 수도 있다. 

 

달 랜더와 로버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미국 우주회사 애스트로보틱(Astrobotic)의 댄 헨드릭슨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은 “달 탐사를 준비하는 회사들에게 지금은 중요한 기회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애스트로보틱은 2018년 11월 29일 NASA의 9개 달 탐사 민간 기업 파트너 중 하나로 선정됐다. 발표 이틀 전인 27일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애스트로보틱의 본사에서 헨드릭슨 부사장과 대표인 존 손튼을 만났다. 

 

피츠버그는 한 때 미국 철강 산업의 호황을 이끌던 도시다. 첨단 우주 회사가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있다는 점이 독특했다. 마침 본사 건물도 철강 회사 건물을 개조한 곳이었다. 손튼 대표는 “피츠버그는 전 미국에서 로봇공학이 가장 발달한 도시”라며 “인근 카네기멜론대와 인력 교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그 역시 카네기멜론대 ‘공돌이’ 출신이었다). 

 

손튼 대표는 자신을 ‘블루 칼라(blue collar)’ 엔지니어라고 소개하며, 애스트로보틱에서 지난 11년 동안 직접 만든 랜더들을 소개했다. 물건을 500kg까지 실을 수 있는 ‘그리핀(Griffin)’과 150kg까지 적재 가능한 ‘페레그린(Peregrine)’ 등이 있었다. 

 

애스트로보틱은 2016년 6월 페레그린을 발표하며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1kg당 12만 달러(약 13억5696만 원)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12개 기관 및 기업들과 총 35kg가량의 달 운송 계약을 맺었다. 

 

뿐만 아니라 애스트로보틱스은 DHL과 제휴를 맺고 ‘달 택배’ 서비스를 만들었다. 개인 물품을 가로 세로 2.54cm인 ‘문박스(Moon Box)’에 넣어 달에 보내는 서비스로, 가격은 1660달러(약 187만 원)로 책정했다. 페레그린은 2021년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로켓으로 발사될 예정이다. 

 

애스트로보틱의 시니어 리서치과학자인 앤드류 호르슐러는 “NASA와 28건의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며 “랜더를 제작하는 기술뿐 아니라 랜더를 정확히 착륙시키는 기술,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기초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스트로보틱 연구진들은 랜더가 착륙 예상 지점에서 100m 이내에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없는 캄캄한 달 표면에서 로버가 길을 찾을 수 있는 특수한 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 중이다. 궤도선이나 드론, 게이트웨이에서 스캔한 달 표면 사진을 로버에 보내면, 로버가 새롭게 합성해 지도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밖에 무게가 2kg이고 크기가 신발상자만한 ‘큐브 로버’도 제작하고 있다.

 

손튼 대표는 “이 모든 기술은 달뿐만 아니라 화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냉전이 우주개발을 이끌었다면 오늘날에는 시장과 창의적인 상업용 서비스들이 우주개발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달로 그리고 화성으로 

 

‘다시 달로 그리고 화성으로(Back to the Moon and on to Mars)’.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한 우주 탐사 캠페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달 탐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 탐사다. 전인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우주환경그룹장은 “과거의 달 탐사는 달에 도달하는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달을 심우주에 도전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자 한다”며 “달을 중간 기착지처럼 사용하면 화성에 가는 것이 비용적, 기술적으로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JPL 내에서는 이러한 화성 탐사에 대한 열망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패서디나 북쪽에 위치한 JPL의 179번 빌딩, 조립동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조립동에서는 두 개의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화성 탐사 로버 ‘마스 2020’이었다. 얼마 전 화성에 착륙한 인사이트의 후배로 2020년 발사 예정이다. 

 

이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화성 탐사선을 준비하는 이유가 뭘까. 2011년 JPL이 올려 보낸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팀 소속으로 화성 탐사에 참여했던 전 우주환경그룹장은 “사람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그곳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며 “화성이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화성의 공전주기인 2년마다 화성을 탐사할 계획들이 이미 다 수립돼 있다”며 “차세대 화성 탐사선들의 미션은 화성의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도 유인 우주 탐사의 영원한 최종 목표는 아닐 것이다. 인사이트 착륙을 관제했던 관제실 모니터에는 우주로 나간 모든 우주선들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입력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달 궤도 탐사선(LRO)’의 데이터부터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진출한 보이저호의 데이터까지. 

 

달을 기착지 삼아 인간은 어디까지 발을 디딜 수 있을까.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지 50년, 다시 불붙은 달 탐사 경쟁의 결과가 문득 궁금해졌다.

201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팰로앨토 · 피츠버그 · 패서디나=이영혜 기자
  • 기타

    [디자인] 유두호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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