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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월면 거주 위한 발걸음, ‘우주 의학’ 데이터 모은다

    NASA/Josh Valcarcel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달 장기 체류와 기지 건설, 나아가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발판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먼저 사람을 달에 보내봐야 한다. 이유는 ‘건강’에 있다. 아르테미스 2호의 우주비행사들은 심우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장기 칩(Organ-on-a-chip)’을 가져간다. 장기 칩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NASA, Space Tango

    아르테미스 2호에서 장기 칩, AVATAR를 실을 탑재체. 탑재체는 AVATAR에 필요한 배양액을 공급한다. 

     

     ‘아바타’ 싣고 달 가는 우주비행사

     

    2025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USB 메모리 크기의 투명한 칩을 공개했다. 이는 아르테미스 2호에 실릴 장기 칩(Organ-on-a-chip), ‘가상 비행사 조직 유사 반응(아바타·AVATAR)’이다. ‘또 하나의 나’를 뜻하는 아바타와 철자가 같은 AVATAR는 우주비행사의 혈소판에서 얻은 골수 세포를 배양해 만든 칩이다. 골수의 아주 작은 복제본을 만든 셈이다.


    NASA가 아르테미스 2호에 AVATAR를 실은 이유는 심우주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구 고도 100km를 넘어선 우주로 가면, 중력이 100만분의 1 이하(미세중력)로 줄어들면서 신체에 변화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오랫동안 머물던 우주비행사들은 저중력의 영향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근육량 손실 등을 겪었다.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NASA는 ISS에 운동 기구를 추가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왔다.


    그런데 지표면으로부터 200만 km 넘게 떨어진 심우주에서 한 달 이상 체류한 우주비행사는 아직 없다. 심우주는 지구 저궤도와 달리 우주 태양풍을 막는 지구 자기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우주비행사가 태양풍을 맞아 방사선에 피폭될 위험도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달 장기 체류를 목표하는 만큼, 심우주 환경이 장기간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서는 사람이 직접 우주로 가 인체 변화를 확인한다. “실증이죠. 지상에서 아무리 모사해도 지상은 우주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환경에서의 검증이 따로 필요합니다.” 1월 30일 서울 용산에서 만난 김규성 우주항공의과학연구소장은 사람이 꼭 우주에 가서 실험해야 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비행사들은 자신의 골수를 복사한 AVATAR를 우주로 가져가 변화를 확인한다. AVATAR는 열흘간 우주비행사와 우주를 떠돈 뒤 지구로 돌아온다. AVATAR를 제작한 기업 에뮬레이트는 AVATAR의 유전자를 분석한다. 지상에서 측정했던 비행사들의 골수 유전자와 비교하면 면역 시스템에 일어난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NASA

    AVATAR를 이용하면 우주 환경에서 우주비행사들의 골수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기 체류 위협할 ‘바이러스·방사선’ 검증한다

     

    이번 임무에서는 AVATAR뿐 아니라 체외 분비물로도 면역 시스템을 점검한다. 우주비행사들은 비행 전과 비행 중, 그리고 지구 귀환 후 침 등의 타액을 건조해서 보관한다. NASA의 연구자들은 타액의 성분을 분석해 면역 시스템을 점검하고, 지구에서 휴면 상태였던 바이러스가 우주 환경에서 활성화되는지, 그리고 어떤 원리로 활성화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물론 우주비행사의 실제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확인한다. 비행사들이 우주선에 탑재된 생명 유지 장치로 산소를 공급받고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받아 무사히 지구까지 생존해 돌아왔는지도 중요한 의학적 정보가 된다. 54년 전 아폴로 탐사 때도 우주비행사들이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에서의 생존에 필요한 의학 정보로 남았다. 아르테미스 2호 계획에서 우주비행사들은 비행 6개월 전부터 귀환 한 달 뒤까지 심혈관과 근육, 장내미생물, 눈과 뇌의 건강 상태를 검사받는다. 비행 중에는 우주 환경에서 멀미를 겪지 않았는지도 확인한다. 


    우주비행사 신체에 영향을 미칠 방사선도 이번 임무에서 측정한다. 우주비행사들이 머무를 오리온 우주 캡슐 안에는 방사선 센서 6개가 있고, 우주비행사도 우주복 주머니에 방사선 감지기를 넣고 탑승한다. 방사선 센서와 감지기가 측정한 정보는 이후 우주비행사들이 방사선을 피할 공간을 짓는 데 활용된다. 


    SLS에 실릴 소형 위성도 우주 방사선을 측정한다. 아르헨티나의 위성 아테네아와 한국의 위성 K-라드큐브는 지구 고궤도인 고도 7만 km를 비행하면서 방사선을 측정한다. 특히 K-라드큐브는 방사선 입자가 모여 있는 밴앨런대에 집중해 방사선량을 조사한다. 우주인이 달에 갈 때 밴앨런대를 지나면서 방사선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인간 골수의 작은 복사본, AVATAR 

    골수에서 채취한 세포로 만든 AVATAR 장기 칩을 사용하면, 우주 환경에서 실제 사람의 세포를 떼어내지 않고도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 

    ❶ 세포 배양 
    우주비행사의 혈소판으로부터 골수 세포를 얻어 장기 칩 내에 배양한다.

    ❷ 우주 환경 실험 
    장기 칩 내 세포가 열흘간 우주 비행을 하며 저중력과 방사선의 영향을 받는다.

    ❸ 검사 
    지상으로 돌아와 우주 비행 뒤의 장기 칩의 유전자를 분석해 면역 시스템에 일어난 변화를 확인한다. 

     

    달 장기 체류의 발판 될 정보들

     

    아르테미스 2호 계획에서는 의학 실험 외에도 앞으로의 아르테미스 계획 수행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한다. 우선 우주선의 작동 시스템을 검증한다. 2월 4일 경남 사천에서 만난 류동영 우주항공청 달탐사프로그램 과장은 “아르테미스 1호 이후 열을 차폐하는 우주선의 시스템이 보완됐다”고 말했다. 오리온이 지구 대기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로부터 우주비행사들을 잘 보호할지 이번 임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주비행사들은 직접 오리온을 조종해서 우주선의 작동 시스템을 점검하기도 한다. 오리온은 무인으로 작동되는 우주선이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우주비행사의 판단대로 이동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험을 한다. 우주비행사들은 오리온을 고궤도로 밀어낸 뒤 분리될 중간극저온추진단(ICPS)을 표적 삼아 오리온을 시험 운전한다. 


    우주비행사들은 달 표면을 탐사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오리온은 달 고도 6400~9600km까지 도달하는데, 우주비행사의 시야에서 달은 팔을 쭉 뻗은 거리에 있는 농구공만큼 커 보인다. 우주비행사는 이 지점을 지날 때 달 뒷면을 관측한다. NASA는 달의 미묘한 색상과 질감을 인간의 눈으로 민감하게 감지해 달 지질 연구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비행으로 얻을 정보들은 우주에서의 생존을 넘어서 장기 거주를 위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임무에서 얻은 정보는 추후 아르테미스 3호 임무에서 사람이 달에 착륙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되고, 그다음 임무에서는 사람이 달에 오래 머무는 데 중요한 정보로 남는다. 김 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인류가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는 잠을 편하게 자거나 기내식을 먹는 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가는 것 자체가 중요했죠. 하지만 정보가 쌓이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생겼습니다. 우주도 마찬가지예요. 쌓인 정보를 기반으로 ISS를 만들고, 사람들이 ISS에 1년 넘게 체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르테미스 2호부터 시작해 심우주에서도 정보를 모으다 보면, 장기 체류를 위한 서비스가 생기는 날도 오겠죠.”

     

    NASA/Helen Arase Vargas

    아르테미스 2호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할 손목 밴드는 비행사의 움직임과 수면 패턴을 측정한다. 

     

    NASA

    ISS에 머무는 우주비행사들은 저중력으로 인한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ISS에서 지속적인 운동을 한다.

     

    달에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받는 날을 위해

     

    면역 시스템의 변화는 우주비행사들의 몸을 컴퓨터 단층촬영(CT) 하기만 해도 알아낼 수 있다. 왜 AVATAR 같은 장기 칩이 따로 필요할까. 김 연구소장의 대답은 명료했다. 달까지 무거운 CT 장비를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CT뿐 아니에요. 산소 호흡기, 혈액을 뽑는 기기 등 모든 의료 기기를 우주선에 가져가기는 어려워요. 의료 기기를 작동시킬 충분한 전기도 필요하지요. 달이나 화성에서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는 시간 지연이 걸려서, 완벽하게 실시간으로 원격 진단이나 치료를 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탐사 의료 역량’이다. 탐사 의료 역량은 NASA가 제시한 용어다. 우주에서 발생한 환자의 질병을 우주 현장에서 진단하고, 더 나아가서는 치료까지 하는 목표다. 김 연구소장은 “우주 환경에서 사람의 세포를 직접 떼어내 검사하기 어려우니, 사람의 몸을 진단하고 싶을 때 사람의 몸을 복사해 압축해 놓은 장기 칩을 유전자 검사해 질병을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우주 현장에서 치료까지는 어렵지만, 미래에는 3D 프린트 기술로 피부 결손 치료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연구소장은 앞으로 우주 의학 분야에서 중요해질 요소로 ‘정신 심리 의학’을 꼽았다. 미세 중력 환경에서는 단순히 혈압 변화와 근육 손실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중력 변화를 오랫동안 겪으면서 공간 인식이 떨어지거나 고립된 환경에서 정신적인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정신 심리 의학 정보를 수집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할 손목 밴드는 우주비행사의 움직임과 수면 패턴을 측정한다. 또 우주비행사들은 비행 전후 인지 행동 평가도 받는다. 김 연구소장은 “3D 안경을 만들어서 우주에서의 고립감을 해결하는 등 우주에서의 심리적인 도움을 줄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ASA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이후 오리온이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을 막아주는 차폐 시스템이 보완됐다. 아르테미스 2호 계획에서는 열 차폐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NASA

    아르테미스 2호 계획을 앞두고 우주비행사들은 오리온 우주 캡슐이 착수했을 때 탈출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비행사들이 우주선에 탑재된 생명 유지 장치로 산소를 공급받고

    방사선으로부터 보호 받아 무사히 지구까지 생존해 돌아왔는지도

    중요한 의학적 정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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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성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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