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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빌딩] 불에 타도 끄떡없는 기둥 세워야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38층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 미화원 작업실쪽에서 발화된 불이 중앙 계단 환풍 통로를 타고 20분 만에 옥상까지 번졌다.

 

 

가로, 세로 50cm, 높이가 3m인 콘크리트 기둥을 가열로에 넣고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불길이 큰 콘크리트 기둥을 완전히 감쌌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는 화재 시 폭렬현상에 의해 내부 수분을 빼앗긴다. 이 때문에 표면의 콘크리트가 탈락되거나 박리된다. 하지만 ‘영구 거푸집’으로 감싼 기둥은 달랐다. 120분간 형태를 온전히 유지했다.

 

화재의 온도는 보통 700도 수준이지만, 산소 공급이 활발하면 1800도까지 치솟기도 한다. 이런 엄청난 열기는 건축물도 붕괴시킨다. 건물의 뼈대가 되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열화를 입기 때문이다. 소방대원이 접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화재 이후에 재건축이 어려운 초고층 건물의 특성 상 건물이 화재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도록 하는 내화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한화건설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은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거푸집을 제작하는 ‘탄소저감형 영구 거푸집’ 공법을 개발했다. 공사 장비인 거푸집은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에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거푸집을 고온에 잘 견디도록 개량한 뒤, 이를 제거하지 않은 채로 건물을 지어 화재 시 거푸집이 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불길·연기로부터 안전한 ‘피난 엘리베이터’


흔히 고층 건물에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빌딩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연기가 이동하는 굴뚝이 되기 때문이다. 30층에 하나씩 설계된 피난층에서 구조대원을 기다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가령 구조대원이 고층까지 이동해야 하는 경우다. 피난층에 불이 난 경우에도 다른 피난층으로 급히 이동해야 한다. 이를 대비해 특별 피난 엘리베이터 기술이 개발됐다. 대림산업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다른 엘리베이터와 공간적으로, 배선상으로 분리된 엘리베이터를 설계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공간(전실)에 제연댐퍼를 추가해 특별 피난 엘리베이터를 설계했다.

 

제연댐퍼는 외부의 공기를 30~50파스칼(Pa)의 압력으로 전실에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압력이 이보다 더 낮으면 외부의 연기가 문틈으로 침입하고, 더 높으면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 수 없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체 유동을 분석한 결과, 제연댐퍼를 작동시키면 전실 영역이 외부 공기와 완전히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층고 높은 곳엔 특수한 환기 시스템
한편 초고층 건물은 백화점이나 쇼핑몰, 미술관 같은 특수한 공간을 갖춘 경우가 많다. 여러 층의 천장을 개방해서 만드는 아트리움 공간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간은 연기가 아무런 장애물 없이 여러 층으로 퍼져나갈 수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대림산업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이에 대비해 연기를 천장에서 빨아들일 수 있는 제연 시스템을 고안했다.

 

서울 트레이드타워에서 실시된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 훈련. 고가사다리차만으로는 건물 상층부의 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또한 층마다 설치된 환기 시스템을 ‘감압’과 ‘가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화재가 난 층에는 감압을, 화재가 나지 않은 층에는 가압을 하면 층간 압력차가 생겨 화재층 연기가 다른 층으로 잘 퍼져나가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런 연기 제어 기술을 서울 강남구의 파르나스 타워 증축 공사에 적용했다. 유용호 연구위원은 “초고층 건물에는 가장 첨단의 방재 기술이 적용된다”며 “건축법을 잘 준수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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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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