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는 몽고 북쪽 차가운 하늘아래 있다. 우리의 겨울날씨에 큰 영향을 주는 고기압이 주로 이곳에서 발생한다. 이 호수 주변은 한민족의 발원지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바닷물이 섞이지 않은 담수호로서는 지상에서 가장 크고 유라시아대륙의 전체 호수가운데 세번째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동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수.
초생달처럼 길쭉하게 몽고 북부에 위치한 바이칼호의 길이는 7백여km, 폭 약80km, 그리고 표면적은 3만1천5백km²이다.
가장 깊은곳은 1천6백m이상이나 되어 세계의 호수중 가장 깊고 따라서 수량도 굉장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사이에 있는 5대호의 수량을 모두 합친것 만큼이나 된다.
황홀한 호수의 석양
조용하고 평화로운 바이칼, 최근 오염이 됐다지만 그래도 무척 맑은 물. 바이칼호반의 정적은 방문객을 환영하는 것인지 침묵으로 외면하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외경스러운 마음을 자아내는 분위기를 바이칼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취재팀을 가장 황홀하게 한것은 호수의 석양이었다. 피빛처럼 붉은 선(線)이 라일락 색깔을 한 호면에서 반사된다. 주위의 호반은 푸른색의 절벽. 순간순간 절벽의 수림이 바람에 휘날리거나 물결이 생길때 호수면이 흔들리는 모습은 정말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는 것이었다. 바이칼호에는 그래서 기이한 전설도 많은 모양이다.
섬이 30여개
바이칼호에는 섬이 30여개나 된다. 각 섬은 조금씩 다른 기후를 나타내며 따라서 다른 식물군(群)과 동물군을 갖고 있다.
취재팀이 가장 큰섬인 '올혼' 섬을 지날때 한쪽은 메마른 박토와 다른 한쪽은 숲으로 뒤덮인 대조적인 모습도 볼수 있었다.
섬들은 지금도 계속 생성·소멸의 과정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바이칼호 바닥이 밑으로 가라 앉고 있는 바람에 일부의 섬은 조금씩 낮아지고 있고 다른 일부의 섬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호수 주변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지난 80여년동안 호수의 서쪽부분은 50cm가량 낮아졌으며 북서쪽은 지난 25년동안 5~8km나 더 커졌다. 소련 과학원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지난 1백만년 동안 계속 돼 온것으로 그 이유는 호반의 바위나 절벽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이 북서쪽 지대를 낙하지대(dropzone)라고 부르는데 이 낙하 현상은 바이칼호의 기원에 시사를 주는 것으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즉 학자들은 바이칼호와 그 일대가 계속 침강작용을 해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호수가 생성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안인의 동진을 이끈 흑담비
바이칼호가 서방에 알려지고 동시베리아가 러시아인의 구미를 당기게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흑담비일 것이다. 16세기 스페인, 포르투갈인들이 황금을 찾아 신대륙을 헤맨것과 유사한 동기이다. 털중에서 최고라는 담비털은 유럽 상류사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신분과시의 사치품이었고 언제나 쉽게 현금화 할수 있는 자산이었다. 바이칼호 주변에는 흑 담비가 많았다. 러시아인 사냥꾼들은 에스키모의 개와 썰매를 이용, 담비사냥을 한것이다. 혁명 직전 즉 1915년경에는 담비를 너무 많이 작아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는데 혁명후 사냥을 제한하는 바람에 요즘은 담비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다. 담비가 많아지자 다람쥐의 희생이 커져 문제가 되고 있다 한다.
생태계연구 미진
바이칼호에 대한 연구 조사는 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호수의 규모나 깊이 조차 조사팀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난다.(물론 시기에 따라 호수자체의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호수에 대한 조사 연구는 근처 이르쿠츠크 대학과 소련 과학아카데미 호소학부서가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련 과학아카데미가 서방학자들과 공동 조사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바이칼호의 동·식물은 학자들의 흥미를 크게 자극한다. 약1천8백여종이나 되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은 이곳에만 고유한 토착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칼호는 담수호로서 3백개 이상의 강물이 흘러들고 있지만 기이하게도 바다표범 같은 해양성 동물도 살고 있는 것이다. 그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곳이 과거 언젠가 바다에 이어져 있었단 말인가? 이 모두가 연구 과제이다.
소련 당국과 학계는 바이칼호를 포함한 동 시베리아를 개방정책의 무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서방의 사람과 자본, 기술을 끌어들여 공동의 개발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무대에의 출입구로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가 개방이 되려하는 것이다.
아직 5m 아래의 조약돌이 보이는 바이칼의 깨끗하고 맑은물. 이 신비의 호수가 그 베일을 벗을날도 머지 않은것 같다. 그러나 개발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미 주변의 제지 펄프공장 때문에 수질 오염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바이칼과 그 주변을 개발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