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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피난 약자 위한 대피공간 설계

2017년 12월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참사. 1층의 가장 주요한 대피로가 화염에 막혀 피해가 더 컸다.

 

#1. 인천의 한 건물. 출입문이 나무와 PVC(폴리염화비닐) 재질로 된 화장실 밖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문 틈새로 연기가 조금씩 새어들어 오더니 10분도 되지 않아 문에 구멍이 생겼다. 이후 화염은 구멍을 통해 쏟아지듯 들어왔다. 화장실 안은 연기로 가득 찼다.

 

#2. 같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장실에 공기를 공급하는 급기 설비와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급기 설비를 이용해 화장실에 공기를 주입하자 내부의 압력이 외부에 비해 50파스칼(Pa) 높아지면서 연기 유입 속도가 더뎌졌다. 다음은 문 상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켰다. 수도 배관과 연결된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나오면서 출입문에 수막을 형성했다. 10분 뒤, 화장실의 외벽은 검게 그을렸지만 출입문은 멀쩡했다. 1시간이 지나도 화장실 내부의 일산화탄소(CO) 농도는 1ppm으로 낮게 유지됐다.

 

노즐에서 물 나와 수막 만드는 화장실 문

 

노래방이나 목욕탕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 화재 시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 같은 피난 약자들을 위한 특별 피난 공간이 필요하다. 신현준 선임연구위원은 “화장실을 피난 약자들을 위한 대피구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이러한 대피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건물의 화장실로 화재 실험을 진행했다.

 

대피로가 막힌 상황에서 화장실은 유용한 대피공간이 된다. 출입문을 제외한 모든 벽이 불연 재료이고, 물이 있으며, 다른 공간과 분리돼 있어 출입문만 잘 막으면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출입문의 내화 성능이다. 나무, PVC 재질로 된 출입문은 실험에서처럼 쉽게 불에 타고 유독한 가스를 생성한다.

 

 

연구팀은 출입문 상단에 노즐을 설치해 물을 뿌릴 수 있는 특수 방화문을 개발했다. 노즐에서 나온 물은 출입문에 수막을 형성해 출입문에 열기가 가해지는 것을 막고 연기를 차단한다. 연구팀은 화장실에 설치돼 있는 기존의 배기 시스템을 화재 시 급기 시스템으로 바꿔 연기를 막는 기술도 개발했다.

 

물론 모든 화장실 문에 이런 방화설비가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신선임위원은 “화장실 문에 수건을 걸고 계속해서 물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연기를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2015년 2월 서울 청담종합사회복지관에 적용했다.

 

출입구 2개에 피난 루트 3~4개 확보해야

 

다중이용시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구조가 복잡하고, 짧은 시간(주로 낮시간) 동안 많은 사람이 출입한다는 점이다. 비상 상황에서 대피로를 찾기 어렵고 대피 과정이 매우 혼잡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피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피난 루트가 적어도 3~4개가 확보돼야 한다.

 

따라서 현행 건축법은 일반음식점, 제과점, 휴게음식점 등 25개 다중이용업소 업종의 경우 주 출입구를 제외한 비상구를 1개 이상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출입문은 양방향으로 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필로티(Pilot·i벽이 없는 1층 기둥들) 구조의 건물들은 출입구 역할을 하는 문이 하나만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병목현상이 생겨 탈출로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한편 복잡한 대피 상황에서는 피난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현행법 상 다중이용업소는 피난층(1층) 이상층부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돼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에어커튼 기술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중이용시설의 출입문이나 화재셔터가 내려오는 부분에 터널처럼 에어커튼을 다는 식이다. 화재로 한쪽 문이 막힌 상황에서, 다른 쪽 출입구에 에어커튼이 작동한다면 연기 확산이 저해되며 초기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다. 습식 스프링클러도 같은 효과를 내지만, 스프링클러는 물이 항상 차 있어서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가 많다. 그래서 심지어 밸브를 잠가 놓는 경우도 생긴다. 에어커튼은 오작동을 일으킬 염려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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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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