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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슈퍼맨의 히트비전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로

히트 비전은 가상의 빔(beam)이지만 빛으로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레이저 무기와 유사하다. 레이저 무기는 높은 에너지의 빔을 쪼여 목표물을 녹이거나 증발시킨다. 레이저 무기는 요격 속도가 빛의 속도(초속 30만km)로 매우 빠르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5만 배 빠른 속도다. 운용도 간편하다. 빛은 직진하기 때문에 일반 무기처럼 탄도를 계산하거나 유도 장치를 달 필요가 없다. 또 일정 거리 이상 나아가면 공기 중에 산란되기 때문에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해도 추가적인 피해가 없다.

 

 

레이저 무기+항공기=무적


레이저 무기로 슈퍼맨의 히트 비전을 따라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해 7월 미 해군은 상륙 수송함 폰스호가 페르시아만 인근 해역에서 출력을 150kW(킬로와트)까지 낼 수 있는 레이저포(LaWS)를 발사해 무인기를 격추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군인이 조이스틱의 버튼을 누르자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레이저가 무음으로 발사됐다. 무인기는 곧바로 섬광을 뿜으며 추락했다. 레이저 한 발을 발사하는 데 든 비용은 1달러(약 1130원)에 불과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전투기의 기총을 레이저가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은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공동으로 전투기에 장착할 레이저포 ‘고에너지 액체 레이저 방어 시스템(HELLADS)’을 개발하고 있다. 150kW 출력인 이 레이저포는 동급 레이저보다 10배 더 가볍고 작게 제작된다. 이르면 내년 중무장 지상 공격기인 AC-130 건십(Gunship)에 시험 적용해 2020년 실전에 사용할 전망이다.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출력을 메가와트(MW)급으로 10배 이상 높인 레이저 무기도 있다. 미국은 2004년 보잉 747-400 항공기에 사정거리 300~600km, 출력이 총 3MW(메가와트)나 되는 ‘산소요오드 화학레이저(COIL)’를 실어 지상 표적을 파괴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2011년 비용 문제로 기술 개발이 중단됐으나, 최근 미사일방어국(MDA)이 ICBM을 초기 발사 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고에너지 레이저 발사체계 탑재 무인기를 개발하기로 하면서 연구가 재개됐다. 2023년을 목표로 30분 동안 280kW의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광섬유로 크기 문제 해결


현재까지의 기술을 종합하면 ICBM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5~10MW의 출력이 필요하다. 물론 건물을 파괴하려면 그것보다 10배 이상 큰 100MW급 레이저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원자력발전소의 순간 발전량이 1000MW 정도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에너지다.

 

하지만 슈퍼맨처럼 눈이라는 작은 면적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소형화다. 사실 레이저는 ICBM뿐만 아니라 원자도 깰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출력을 확보하려면 시스템을 대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레이저 무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스레이저는 10kW의 출력을 내는 데 도서관 책장 크기의 거대한 출력 시스템을 요한다. 전투기는 물론이고, 초인적인 힘을 가진 슈퍼맨에게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에는 광섬유를 사용해 레이저 발생기의 크기를 줄이고 출력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하다. 필자가 속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출력광섬유 레이저 혁신기술 개발 사업단은 2012년부터 스위스 베른대 응용물리연구소(IAP)와 함께 광섬유 레이저 연구를 하고 있다.

 

광섬유 레이저는 일반적인 레이저 발진의 원리를 광섬유라는 구조 안에서 구현하는 기술이다. 광섬유에서 빛이 흐르는 중심 부분에 에르븀(Er), 이터븀(Yb) 같은 희토류 원소를 넣고 빛을 쪼여 원하는 파장대의 빛을 유도 방출시키면, 이것이 광섬유 안에서 전반사되면서 레이저가 만들어진다.

 

광섬유 레이저는 ‘양자효율(quantum efficiency)’이 특히 높다. 양자효율은 초기에 쪼여준 빛(펌프 광원)의 광자 개수 대비 발생한 광자 개수의 비율을 말한다. 광섬유 레이저의 양자효율은 70%에 이른다. 일반 가스레이저는 양자효율이 1% 이하이고, 크리스탈과 거울을 이용한 고체 레이저도 양자효율이 10% 수준이다.

 

양자효율이 높으면 원하는 출력의 레이저 광원을 만들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출력의 펌프 광원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 출력기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150kW의 출력을 내는 레이저 장치의 바닥면적은 약 3.3m2(1평) 정도다.

 

또 크리스탈을 이용한 고체 레이저는 광축이 일치 하도록 거울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반면, 광섬유는 흔들리거나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낮아져도 앙자효율을 높은 상태로 유지한다. 전투상황에 더 적합한 셈이다. 최근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 디펜스’가 80kW급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무기의 제작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광섬유 레이저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kW급 레이저 100개면 미사일 요격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10kW급 소형 레이저를 개발해 슈퍼맨처럼 눈으로 레이저를 쏜다고 가정해보자. 조금 억지스럽지만, 광섬유 레이저 장치가 구글글래스 크기로 극도로 소형화됐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의 눈 크기는 가로 4cm, 세로 2cm, 면적은 8cm2정도 된다. 목표물이 충분히 가까워서 레이저 빔이 퍼지지 않고, 눈에서 나온 빛을 모아주는 고배율 돋보기를 쓰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레이저 빔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면적은 발사지점의 면적과 동일한 8cm2다. 10kW의 에너지가 8cm2 면적에 집적되면 단위면적 당받는 에너지는 약 1.25kWcm-2다.

 

 

미 해군이 개발한 레이저포(LaWS). 약 150kW의 출력으로 목표물을 태워버린다. 렌즈의 지름은 60cm이다.

 

 

이 정도 히트 비전이면 두께가 5mm인 강철판은 자를 수 있다. 그러나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로 쓰려면 이런 레이저 빔이 100개는 필요하다. 그럴 땐 슈퍼맨이 두 눈에서 동시에 레이저를 뿜어내는 것처럼, 여러 개의 레이저를 합쳐서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출력을 높일수록 슈퍼맨의 최강 히트 비전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레이저 빔을 결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레이저 광원 발진기에서 발생한 광원을 다수의 광원으로 분리하고, 각각의 레이저 광원을 원하는 크기로 증폭해 결합하는 방법이다. 분리된 광원이 동일한 위상을 갖게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보강 또는 상쇄 간섭을 일으켜 레이저 빔의 위력이 달라진다. 또 각기 다른 여러 파장의 빔을 만들어서 하나로 합치는 방법도 있다. 태양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나눠지는 원리를 반대로 적용한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투시-회피-동력 ‘슈퍼맨 3종 기술’


슈퍼맨의 눈은 투시 능력도 가지고 있다. 이는 0.3~3THz(테라헤르츠·1THz는 1조 Hz)의 주파수를 가진 테라헤르츠파를 발생시켜 구현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레이저와 반도체로 광전 효과를 일으켜 유도한다. 테라헤르츠 영역의 광자는 플라스틱이나 섬유 등을 투과한다. 공항에서 숨겨진 폭발물을 찾거나 문화재를 복원하기 위해 내부를 확인할 때 테라헤르츠파를 사용한다.

 

슈퍼맨은 미사일이 날아오면 날렵하게 피하는 능력도 탁월한데, 이 역시 레이저로 가능하다. 항공기를 격추하는 미사일은 대부분 적외선 추적 미사일이다. 즉, 목표물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을 미사일이 ‘보고’ 이를 쫓아가 격추한다. 이때 레이저를 쏘면 미사일이 쫓는 파장을 교란할 수 있다. 현재 미 공군이 운용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이런 기술이 적용돼 있다. 레이저를 장착하면 이론적으로는 슈퍼맨처럼 미사일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장시간 지치지 않고 비행하는 기술도 슈퍼맨의 장기 중 하나다. 이는 비행하는 물체에 레이저를 쏴 충전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무인기에 충전판(레이저셀)을 두고 레이저를 쏘면 빛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면서 동력을 낸다. 이론적으로는 24시간 내내 무인기를 띄워놓을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기술로 고도 1km지점까지 레이저를 쏴 충전할 수 있다.

 

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영화 속 슈퍼맨의 능력을 뛰어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국방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고출력 광섬유 레이저 기술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 어렵고, 다른 레이저 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외 기술 격차가 적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영화를 초월한 기술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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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우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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