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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 벗긴 메디컬일러스트

뭉크의 절규, 뒤샹의 누드

“꺄아악~.”



뭔가에 이성을 잃어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주인공, 그 뒤로 어지럽게 뒤섞인 배경….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서는 고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뭉크는 “어느 맑은 날, 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다. 친구들은 저 앞으로 걸어가고 나만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가 피처럼 붉은 노을을 보고 놀랐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에서 폭발한 화산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이때 뿜어져 나온 엄청난 화산재는 세계 전체로 퍼졌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몇 달 동안 새빨간 노을이 생겼다고 한다. 핏빛의 거대한 노을을 만나면 누구라도 이런 광적인 표정을 짓지 않을까.



이마 근육이 만든 ‘공포에 질린 표정’

메드아트는 뭉크의 ‘절규’에 등장한 주인공의 얼굴에서 피부를 한 꺼풀 벗겨냈다. 콩테(연필 모양의 크레용)와 목탄으로 얼굴 근육을 생생히 그려낸 것이다. 특히 눈 주위 근육(눈둘레근)의 움직임을 재현했다.

놀람과 공포가 엄습해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극적인 장면에서는 눈이 커지고 아래턱이 내려간다. 표정을 담당하는 얼굴 근육 대부분은 눈과 입 주변에 있는데, 특히 무서움을 느끼는 순간에는 이마 근육이 수축하면서 위 눈꺼풀이 높이 올라가고 아래 눈꺼풀에 힘이 들어가 눈이 더욱 커진다.



윤관현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는 명화 속에 숨어 있는 몸 근육도 살려냈다. 바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병사의 창에 옆구리를 찔렸다고 전해지는 예수 그리스도다. 서양 미술에서 그리스도는 많이 등장하지만 창에 찔린 상처의 위치는 누가 그렸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가 패러디한 그림은 프랑스 화가 필리프 드 샹파뉴가 그린 ‘수의를 입은 그리스도’다. 여기서 창에 찔린 상처는 구체적으로 어디일까. 그는 “뼈와 근육의 형태를 토대로 추정하면 창이 오른쪽 가슴 중에서도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갈비뼈 사이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상처는 오른쪽 심실까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샹의 그림처럼 내려오기?!

수염 달린 모나리자 패러디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마르셀 뒤샹은 모델에게 계단에서 걸어 내려오라고 주문한 뒤 재빠르게 스케치를 했다. 각 위치에 따라 관절이 어떻게 꺾이는지 자세가 어떻게 잡히는지를 세세히 관찰할 시간이 없었던 셈이다. 그는 모델의 움직임을 마치 천천히 재생되는 영상처럼 겹쳐 표현해 역동적인 느낌을 담았다.

하지만 뒤샹이 그린 동작으로는 계단을 내려올 수 없다. 계단에서 넘어지기 십상이다. 오히려 춤을 추는 동작에 가깝다. 메드아트는 뒤샹이 그린 대로 동작을 재현해 사진으로 담았고, 실제로 모델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도 사진으로 담았다. 윤관현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는 “뒤샹은 입체파적인 관점에서 연속되는 동작을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설명했다.

메드아트는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그림에도 주목했다. 마그리트는 꿈처럼 환상적이고 혼란스러운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중 ‘위험한 관계’는 나체의 여인이 정면으로 서서 거울로 몸을 가리고 있는데, 거울에는 그녀의 몸 옆모습이 비쳐 있다. 메드아트는 이 작품을 응용해 거울 안에 옆모습과 가려진 정면이 동시에 보이도록 만들었다.

2장의 그림을 편집해 ‘렌티큘러 렌즈’에 붙이면 좌우에서 보는 방향에 따라 나타나는 이미지가 다르다. 정면으로 향한 몸에는 심장과 여기서 뻗어나가는 동맥을 그려 넣었다.



몸속에서 살아 숨 쉬는 명화

우리 몸속에 클림트의 사과나무가 자라고, 모네의 석양이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메드아트는 인간의 몸에서 명화의 조각들을 찾았다. 인체 조직과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찍은 사진 수백 장에서 유명한 그림의 일부분과 닮은 컷들을 골랐다. 과학자들은 조직을 쉽게 관찰하기 위해 염색약으로 물들이는데, 대개 ‘헤마톡실린과 에오신 혼합액(H & E)’을 사용한다. 헤마톡실린은 세포의 핵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며, 에오신은 세포질과 아교질을 각각 빨간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인다.

뼈를 발생시키는 조직을 H & E로 물들이면 마치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에밀리의 초상’에서 나오는 드레스처럼 화사한 파란색을 띤다. 그런데 조직이 명화의 일부분과 닮았지만 색깔이 다른 경우가 더 많다. 메드아트는 조직이 명화와 더 닮아 보이도록 포토샵으로 색채를 더 짙게 하거나 다른 색을 덧입히기도 한다.

후두덮개 조직은 올세인으로 염색한 뒤 관찰해 붉은색을 띠지만, 포토샵으로 녹색을 띠게 만들었다. 세포가 알알이 모여 있는 모습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 같다. 메드아트는 녹색을 띠는 후두덮개에서 클림트가 그린 풍성한 사과나무를 떠올렸다.

201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작품 메드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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