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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사이버 교육

인터넷은 나의 공부방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교육활동의 집산지가 서울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과연 사이버교육이 보편화될 미래사회에도 의미 있는 말일까.


사이버공간에서의 교육활동은 실시간으로 서로의 얼굴과 행동을 보면서 이뤄진다.


가까운 미래. 뇌성마비로 다른 사람이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발음이 잘 되지 않고 움직임도 불편한 아이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다. 뭔가에 열심히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좀더 가까이 가보자.

그는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말도 하고 웃기도 한다.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공간에서 세계 방방곡곡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뉴욕에 있는 유명한 천문학교수가 진행하는 ‘우주의 진화’에 대한 강의다. 컴퓨터에는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돼 있어, 교수와 친구들의 얼굴과 행동을 볼 수 있다. 또한 교수가 내준 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의 발음을 컴퓨터가 알아서 또렷하게 바꿔주기 때문에, 친구와 얘기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의문이 생기거나 이해되지 않을 때 곧바로 교수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교수는 충실히 답변해준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 아이처럼 신체적인 문제로 교육받기 힘든 세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가 멀거나 갈 시간이 없는 사람이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바로 사이버교육을 통해서다.

사이버교육은 한마디로 말해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교육이다. 사이버스페이스 또는 가상공간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버공간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컴퓨터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네트워크에 의해 형성된 가상 공간이다. 사이버교육이 가장 발달한 곳은 어디일까. 인터넷의 본고장이며 세계 최대 사용자를 자랑하는 미국이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유학 갈 필요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1세기 동안 정보의 양이 약 1천만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모기업에 근무하는 27세의 박씨는 미국대학원 진학을 위해 유학준비를 하던 중 사이버대학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너무 뜻밖의 일이었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니. 더구나 UCLA, UC버클리, 매릴랜드대, 로체스터공대와 같은 유명한 대학도 사이버과정을 운영하지 않는가. 그는 이때부터 유학을 갈지, 아니면 국내에서 미국의 사이버대학 교육을 받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사이버대학의 학비는 얼마 정도인지,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졸업 후 사회에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학비는 현지 유학을 갔을 때와 비슷하다. 즉 사이버대학이라고 해서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학을 갔을 때 생기는 부차적인 비용은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존슨국제대는 2­3학점 강좌를 8주코스로 수강하면서 7년 안에 최소 1백20학점만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준다. 학비는 학사학위의 경우 한 강좌당 6백달러(약 70만원)이며, 11개 석사학위과정은 각 강좌당 7백달러(약 80만원)선이다. 웨스턴거버너대학의 경우 수강료는 강좌마다 다르지만 등록비는 1백달러(약 10만원)이다.

사이버교육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이버공간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계가 존재한다. 사람은 모든 감각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기계는 그 모든 감각정보와 감정을 수용할 수 없다. 현재 사이버 상에서는 시각과 청각만이 활용된다. 따라서 인간이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데 한계가 있다. 단적으로 학교에서의 사제간의 돈독한 정을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쌓아갈 수 있겠는가. 아직까지 사이버 공간에서는 사람들간의 정신적인 교감과 유대감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이런 면에서 기존 학교교육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정보사회를 위한 교육에 한계를 드러낸다. 현재 정보의 양은 고대 그리스시대보다 약 1천만배가 늘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1세기동안 약 1천만배가 늘어난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새로 생성되는 정보의 양만큼 사람들에게 짧은 시간동안 그 정보를 소화해내고 창조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바쁜 현대인은 필요한 전문 지식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수시로 가능한 빨리 습득하기를 원한다.

이런 면에서 사이버교육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이나 거리상의 이유로 교육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미국 사이버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한 예로 피닉스대학 온라인 캠퍼스의 경우, 수강하는 학생 평균연령은 38세이며, 대부분 산업계에 종사한다. 이처럼 미국의 사이버교육은 성인교육 또는 평생교육 중심이다. 사이버대학의 학위를 통해 수강자들은 승진 또는 새로운 분야로의 취업을 꾀한다.

사이버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먼저 전세계의 수강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사이버공간에서 등록과 수강신청을 한다. 교수와 학생이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하고, 학교 교실에 해당하는 사이버교육 공간으로 들어가 강의에 참여한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구성원간 쌍방향으로 다양한 형식의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교수만의 일방적인 내용전달이 아니라, 학생도 음성이나 채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교수에게 전달한다. 강의 중간에 교수가 문제를 내, 각 학생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교수가 학생에게 강의내용을 전달하는 수단은 기존의 말과 글만이 아니다. 그림, 동영상, 시뮬레이션 등의 다양한 멀티미디어가 활용된다. 학생이 강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다.

평가는 어떻게 이뤄질까. 과제물이나 시험도 인터넷상에서 모두 이뤄진다. E메일이나 게시판을 이용해 학생은 과제물을 제출한다. 교수는 과제물을 평가해 각 개인에게 점수를 보낸다. 시험은 인터넷상에 문제를 제시해 정해진 시간 동안 해결하도록 하고, 끝나면 바로 점수가 화면에 뜬다.
 

리얼사의 리얼플레이어.실시간으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다양한 방송채널을 제공한다.


모든 것이 웹에서 실행

한편 사이버교육을 받는 학생은 자신의 학습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교육내용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돼, 언제든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반복 학습한다. 이때 발생하는 의문을 곧바로 교수에게 E메일로 보내면 빠른 시간 내에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교육활동이 사이버공간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적합한 사이버교육시스템이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채팅, E메일, 음성과 음향, 그리고 동영상과 비디오 자료를 부분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는 많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의 경우 이런 요소들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교육시스템은 다양한 인터넷 정보기술을 필요로 한다.

서울대학교 인터넷교육정보연구소 연구원 손정우씨에 따르면, 미국의 최근 사이버교육시스템의 특징은 ‘공개된’ 인터넷 멀티미디어 정보전달기술을 이용해 네비게이션이나 익스플로러와 같은 웹브라우저에서 모든 교육서비스가 실행된다는 점이다.

공개된 기술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에서 그림을 저장하는 파일형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웹문서에 포함되는 그림형식은 GIF와 JPEG이다. 가령 누군가가 GIF형식의 그림파일을 담고 있는 웹문서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고 하자. 이때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사이트를 방문해 그림을 볼 수 있다.

만일 한 회사나 개인만이 만들어 사용하는 형식의 그림파일이라면, 이를 볼 수 있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멀티미디어 정보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이를 실행시킬 프로그램도 제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웹사이트에서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구축하는 것이 편하다.

현재 대표적인 기술로 리얼(Real)사의 리얼오디오와 리얼비디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미디어플레이어, 선(Sun)사의 자바가 있다. 이들 기술을 이용한 사이버교육시스템으로 호라이즌라이브와 런릭이 있다. 이들은 미국 내 사이버대학과 회사의 사내교육프로그램에서 주로 사용된다.

자, 그렇다면 박모씨는 미국까지 굳이 유학 갈 필요가 있을까. 독자 자신이 직접 판단을 내려보기 바란다.

강릉학생 서울교수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국내에서도 사이버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강릉에서 장애인 공동가정을 운영하는 40대의 심씨. 요즘 그녀는 이화여자대학교 하나로 사이버교육원의 ‘장애인 여가활동 지도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장애인가정의 운영자로서 장애인 여가활동에 대해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몸은 강릉에 있고, 낮에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전문적이고 특수한 교육은 대부분 서울의 교육기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사람은 교육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사이버학교였다. 그녀는 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10시간 정도 인터넷상에서 공부하고 있다. 모르는 점은 게시판을 이용해 질문을 올려놓으면 강의담당 조교가 답해준다. 또한 공부하는 동안 접속해 있는 사람과 쪽지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런 사이버공간에서 관심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 모뎀을 사용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는 자체에 만족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한국의 사이버교육은 1997년부터 시작됐다. 일부 대학이 사이버대학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초·중·고 교과내용을 기반으로 한 교육사이트가 개발됐다.

아직 대부분의 사이버교육은 교과서나 책과 같은 형식으로 교육내용을 인터넷에 올려놓은 수준이다. 다만 과학의 경우, 학생이 직접 인터넷에서 조작해볼 수 있는 가상실험이 많이 개발됐다. 한 예로 과학교사 이동준씨가 개발한 ‘이동준의 가상실험실’(www.science.or.kr/lee/)의 경우, 우주공간에서의 비행사의 움직임을 직접 조작해봄으로써 학생은 관성의 법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사이버대학으로는 열린사이버대, 서울사이버디자인대, 서울대, 숙명여대 등 약 70여개가 있다(표). 미국 사이버대학의 경우 일반인을 위한 성인교육 중심으로 석사 학위과정까지 이수가 가능하다면, 한국의 경우 학부생 중심으로 교양과목 위주의 일부 과목만이 운영된다. 올해 1월 13일 교육부자료에 따르면, 98학년도 1학기에 개설된 사이버강좌 수강생의 96.1%가 학부생이었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사이버대학의 설립기준과 이를 통한 학위취득에 관한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국내의 경우 사이버강의 수강료가 무료거나 저렴한 편이어서 수강자들에게 부담이 적다. 하지만 아직 사이버교육 수강자들의 관리시스템이 잘 마련되지 않아 수강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수강신청 후 한번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현재 사이버교육에서 학생을 관리하는 방법은 “학생이 언제 들어와 얼마동안 어떤 곳을 보았나”를 확인하는 정도다. 이것으로 학생이 어느 정도 충실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이버교육 운영자가 학습자의 교육관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무리 내용이 좋고 구성이 잘된 사이트라도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얼마가지 않아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사라질 것이다.

국내 사이버교육시스템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의 시스템이 웹기반이라면, 국내는 독자적인 프로그램 중심이다. 즉 국내 대다수의 교육사이트가 사용하는 시스템은 웹에 내장되지 않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

사용자가 사이버교육을 받으려면 먼저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사이버교육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야 한다. 그 후 웹에 올려져 있는 교육내용을 다운받아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웹기반형과 프로그램 중심형은 기능 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두 가지 모두 사이버교육에 필요한 요소들을 대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중심형의 경우 사용자가 웹브라우저 외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개발자가 사용자의 컴퓨터 환경이 윈도인지 유닉스인지에 따라 각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최근 모든 컴퓨터에서의 작업을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게 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거스른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조만간 미국과 같이 웹기반환경에서 표준으로 일컫는 공개기술을 기반으로 된 교육시스템이 개발될 전망이다.


국내 사이버교육시스템 중 하나인 영어교육사이트 벤이 개발한 YAJA프로그램.


10년 이후 보편화

국내의 대표적인 사이버교육시스템으로 영산정보통신이 개발한 GVA와 영어교육사이트 벤(www.edunet.co.kr)이 개발한 YAJA가 있다. GVA 시스템의 경우, 국내 대부분의 교육사이트에서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대 가상대학(cyberu.pusan. co.kr), 온스터디(www.onstudy.com), 삼성멀티캠퍼스(www.cmchome.com), 윈글리시(www.winglish.co.kr)이다.

앞으로 인터넷 사이버교육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E메일과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사이버교육이 인터넷의 최대 활용분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인터넷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사의 존 챔버스 사장은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인터넷 사이버교육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보편화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쌍방향 커뮤티케이션 실현, 시·공간 초월, 그리고 개인의 특성에 대한 배려. 이 모든 장점이 인터넷교육에서 구현된다면 누가 참여를 마다하겠는가. 챔버스의 전망처럼 사이버교육이 교육체제의 한 부분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날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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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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