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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형 국제 경시대회 참가자와의 만남

대회 준비 과정에서 이공계 진하게 확신 생겨

연구형 국제 경시대회 챀가자와의 만남


지난 10월 12일 동아사이언스와 인텔 코리아가 연구 프로젝트형 국제경시대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듣는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 많은 학생들이 몰려드는 올림피아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연구 프로젝트형 국제경시대회를 적극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나라가 참가하는 연구 프로젝트형 국제경시대회는 3가지. 국제물리탐구토론대회, 국제환경탐구올림피아드, 그리고 인텔 ISEF가 그것이다. 이들 연구 프로젝트형 경시대회는 올림피아드처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대회가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발굴한 문제나 답이 없는 문제를 장시간 동안 연구한 결과를 갖고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 9월 부산에 모였던 세계 영재석학들은 올림피아드와는 다른 연구프로젝트 유형의 여러 경시대회가 필요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입모아 얘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생들은 세계 영재와의 경합을 벌인 당시의 소감과 이후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그들의 생각까지 나눌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들어가 이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껴보자.

박찬웅 자신이 참가했던 대회에서 느낀 인상적인 점은 무엇인가?

박성찬
올해 우리나라는 국제물리탐구토론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때문에 우리에게 많은 면이 새로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다른 나라 학생들의 탁월한 토론능력이었다.

우리팀은 독일팀과 헝가리팀이 각각 반론팀과 발표팀이었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헝가리팀이 문제를 꼼꼼히 풀지 못했는데, 독일팀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뛰어난 화술로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헝가리팀을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대개 반론을 잘하는 팀은 상대팀에게 끌려가지 않고 시간조절도 잘하며 기술적으로 토론을 운영해간다.

이에 반해 우리팀은 처음 경합할 때 토론에 무척 서툴렀다. 반론팀이었던 우리는 발표팀을 처음부터 무차별 공격했다. 우리의 토론자세에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다소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그후 다른 팀들의 시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토론문화가 얼마나 정착돼 있지 않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팀은 우선 상대팀에게 잘한 점부터 얘기한 후 잘못된 점들을 지적했다.

박영준 사람과 사람 사귐에 있어 개방적이라는 점이었다. 대회 중간에 참가자들이 뺏지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외국학생들이 낯설음과 언어장벽에도 불구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점에 사뭇 놀랐다.

다음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게 느꼈던 점을 문제로 발굴하는 능력이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셰익스피어의 필체를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수행했고, 중국 학생은 발로 작동하는 마우스를 개발했다. 이들 주제는 매우 어려운 편이 아니었지만, 좋은 연구감이었다고 생각한다.

더욱 놀라게 한 점은 참가학생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올림피아드 같은 경시대회를 나가기 위해 예전 문제를 고작 3-4개월 동안 열심히 푸는 정도다. 그러나 인텔 ISEF에 참가했던 학생 중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8년을 연구한 이도 있었다. 그들의 끈기가 대단했다.

윤민지 대회준비 과정이 힘들었다. 수업 끝나고 실험해야 했다. 내 연구주제가 식물로 수질오수를 정화하는 것이었는데, 정작 키운 식물이 죽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 그 원인을 혼자서 분석해야 했는데 무척 난감했다.

그런데 대회를 나갔더니 다른 학생들도 다 이 정도는 해온다는 것에 놀랐다. 또다른 점은 박영준 군이 말했던 것처럼 외국인들의 개방성이었다. 무척 소심한 편이어서 다른 학생들에게 말도 못걸고 가만히 있었는데, 외국 친구가 다가와 먼저 말을 걸어줬을 때 당황했지만 고맙기도 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막연했 던 과학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이 공계 적성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박찬웅 대회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많이 들였을 텐데, 학업에 지장은 없었는지?

윤민지
강원과학고를 입학하고 곧바로 연구에 돌입했다. 당시 학교 선배가 먼저 같은 연구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연구를 시작한 까닭은 내가 입학하기 바로 얼마 전에 학교 근처의 군부대에서 연구 의뢰가 들어와서 였다. 당시 그 부대에서는 수질개선을 위한 방법을 실용화하려는데, 그 방법에 문제가 발생했었다. 우리는 각자의 연구를 복합해 대회에 출전했다.

이 연구를 1년 간 수행했다. 처음 6개월은 중점적으로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연구했고, 이후 6개월 간은 보충 연구를 수행했다. 때문에 1학년 1학기 성적이 좋지 못했다.

박영준 대회 출전 당시 고3이었다. 당시 나는 KAIST에 진학할 것을 이미 공표한 결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학교는 KAIST 진학과 대회 출전에 반대가 심했고, 대회 준비도 전혀 지원해주지 않았다. 12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해야 했는데, 그때 대회 출품 관련 자료 공부도 못하게 했다. 그래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대회 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나의 신조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회준비를 틈틈이 해야 했다. 대회에 출전하 기로 결정이 난 후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고민할 때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철을 우연히 봤는데, 이를 따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눈을 감고 직접 보도블록을 따라 가보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대회 준비는 대학 진학에 영향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별로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대회출전이 대학진학보다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되면 재수하면 된다 생각했다. 물론 대회 수상경력이 KAIST 진학에 도움이 됐다.

박성찬 대회준비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했고 국제대회는 올 5월에 있었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 국내 예선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수업을 빠져가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그래서 지난해 2학기 성적이 뚝 떨어졌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았었다. 하지만 과학고의 경우 KAIST를 진학할 수 있어서 부담이 좀 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박찬웅 대회 참가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박성찬
지난해 내내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대회 준비가 생각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됐다. 과학고를 진학하긴 했지만 과연 이공계를 전공해야 할지도 고민됐다. 그런데 대회 준비는 막연하게 알아왔던 과학자로서의 삶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내가 이공계를 선택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재 KAIST를 진학하기로 결정돼 있는데, 최종적으로 뭘 전공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윤민지 소심한 성격이라 열정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참가는 나도 끝까지 밀어붙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생겨나게 했다. 사실 고등학생일 때에는 이 대회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미처 잘 몰랐다. 그런데 대학에 막상 와보니까 그 생각이 달라졌다. 대회 준비를 위해 몸소 체득한 경험이 보고서 작성에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자료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지를 다른 친구들에 비해 좀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윤주현 대회 참가 전에는 송사리처럼 밀려서 살아왔다. 그러나 그 후에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연어처럼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교육을 보이콧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마이웨이처럼 나만의 길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국제대회를 다녀온 이후 교장 선생님과 약속을 하고 학교를 나가지 않기로했다.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들의 반대가 심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교장 선생님도 선생님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며 학교를 다시 오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한때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독특 하고 평범하지 않은 학생을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정말 싫었다.(윤주현 군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라운드 테이블에 늦게 참여했다)

박찬웅 세계 무대에 나가 경쟁을 해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윤민지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주로 한가지 해결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새로운 문제를 접했을 때 한정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고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나에게 한 문제를 주고는 이에 대해 5가지 방법으로 풀어올 것을 요구했다. 그 문제를 받았을 때는 하나의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이 문제를 생각해나가니까 여러 다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어떤 문제에 대해 여러 방안이 있고 이에 대해 충분히 얘기해볼 수 있도록 교육방법이 개선되면 좋겠다.

또한 학생들의 연구 결과가 실제로 응용되지 않는 것 같다. 학생 연구를 사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연구는 군부대에서 적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윤주현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도 잘 모르겠다. 마치 외국으로 보내는데 혈안이돼 있는 것 같다. 인재를 외국에서 키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보다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교육제도를 갖추는 입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중학교 때 해보고 싶은 실험이 있었다. 과학선생님께 학교 실험실을 이용해도 되는지를 여쭤봤더니 단번에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직접 화공약품상에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린 아이에게는 위험한 약품을 팔수 없다고 했다.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들을 인격체로 보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다. 미국의 버지니아주에서 11살짜리 학생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풍선 25개 이상을 한번에 띄우면 안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좋겠다.

박성찬 친구들은 입시 때문에 같은 문제를 지겹도록 반복해서 푼다. 그래서 창의적 생각에 몰두할 수 없다. 현재의 입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타계책 모색이 필요하다.

박영준 학교에서는 절대적 관점을 가르치려 한다. 학생이 이 길에서 벗어나면 곧바로 제재가 들어온다. 얼마 되지 않는 뭔가를 의미할 때‘손가락으로 꼽는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이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손가락을 굽었다 폈다를 고려하면 10개 손가락으로 2진수의 10제곱을 표현할 수 있다. 즉 1천24개를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가‘학생은 1년에 도시락을 싸 갖고 오는 일이 손가락으로 꼽는다’는 말을 한다면, 이는 틀린 표현인 셈이다. 1년은 3백65일이니까. 이처럼 통속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좀더 확장해보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를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이 우선이 되는 교육으로 변화해가면 좋겠다.

박찬웅 오늘 이 자리에서 나는 무척 부끄럽지만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영재는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분과 같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데 기뻤다.

대회 소개

① 국제 물리탐구 토론 대회

5명이 한팀을 이뤄 공개된 문제를 풀은 후 그 결과를 갖고 대회에 참가해 토론을 벌이는 대회다. 대회가 개최되기 수개월 전에 문제를 인터넷에 공개한다. 공개되는 문제는 17문제. 이문제를 중∙고등학교 학생 5명이 팀을 짜서 문제와 관련된 이론적인 공부와 함께 실질적인 실험활동을 해보고 나서야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대회에서는 자신의 팀이 수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4팀이 한조를 구성해서 토론을 진행한다. 4팀은 각각 발표팀, 반론팀, 평론팀, 그리고 관찰팀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각팀이 4개의 역할을 교대로 돌아가면서 수행해야 대회가 끝난다.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 참가했다.

② 국제 환경탐구 올림피아드

국제환경탐구 올림피아드는 유네스코가 13-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과 관련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작품을 공모해 시상하는 대회다. 매년 6월초 유엔환경주간에 참가국을 돌아가면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대회에 참가했고 금상을 비롯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나라가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 대회를 어렵게 이끌어오던 서울대 생물교육과 장남기 교수가 은퇴하면서 대회조직과 지원이 없어진 상태다. 장남기 교수는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꾸준히 이 대회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③ 인텔 ISEF

인텔 ISEF는 올해로 53년째를 맞은 국제 학생연구발표대회다.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9-12학년(중3-고3)의 학생 1천2백여명이 총 14개 과학기술 분야에 참가하는 명실공히‘청소년 과학기술 올림픽’이다. 분야는 행동∙사회과학, 생화학, 식물학, 동물학, 화학, 컴퓨터과학, 지구∙우주과학, 공학, 환경과학, 노인학, 수학, 의학과 건강, 미생물학, 물리학 등이다. 우리나라는 이 중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부문에 1999년부터 참가해 왔다. 미국의 비영리교육기관으로 출판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에 대한 대중의이해를 선도해 가는 ‘사이언스서비스’가 1950년부터 주관해오고 있다. 인텔은 1992년부터 이 대회의 최대 후원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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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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