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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두 발로 걸은 염소 이야기



 [변신]

두 발로 걸은 염소 이야기


“영차.”

몸을 일으키려던 K는 화들짝 놀랐다. 당연히 있어야 할 뭔가가 없었다. 먼저 다리를 쭉 뻗어 봤다. 굽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미끈한 뒷다리가 분명히 느껴졌다. 이번엔 팔을 뻗었다. 그런데 기다려도 반응이 없었다. 겨우 고개를 구부려 목 아래를 보니 앞다리가 없었다. K는 다리가 두 개뿐인 기형 염소였다!

충격으로 쓰러져 있기를 한 시간. 울고 싶어도 눈물을 닦을 앞 다리가 없어서 못 울던 K는 기운을 내기로 하며 시 한편을 읊었. 저 멀리 프랑스 시인의 유명한 구절이었다.

“바람이 분다! 살려고 애써야 한다!”

너무 비장하다는 비웃음이 들리는 듯 했지만 K는 진지했다. 그리고 첫번째 고민을 시작했다. ‘침대에서 나가야겠는데, 과연 두 발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런데 몸을 일으키던 K는 깜짝 놀랐다. 일어설 수 있었다! K는 자신의 몸이 속까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간의 시도 끝에 K는 두 발로 벌떡 일어나는 데 성공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마치 사람처럼 상체를 들고 걷고 있었다. K는 거울 앞으로 가서 자신의 모습을 살펴봤다.

“꺄악!”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이건 염소라기보다는 사람과 비슷하지 않은가. K는 자신이 염소가 된 것보다, 염소가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더욱 놀랐다.

두런두런.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변신’의 내용대로라면 틀림없이 어머니와 동생일 것이다. 소설에서 둘은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밖에서 방문을 걸어 잠근다. ‘나도 갇히면 어쩌지?’ 잠시 안절부절 못하던 K는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는 ‘소송’의 주인공이야. 그렇다면 나를 체포하러 온 형사들일 거야. 오히려 내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는 동정심을 가질지도 몰라. 그러면
붙들고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나이가 100살도 넘어 보이는 수의사였다. 수의사와 같이 온 것은 이상하게 생긴 말이었다. 특별히
외모가 남다르진 않았는데 침을 질질 흘리고 눈이 풀린 게 뭔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시골의사’라는 단편에 나오는 그 사악한 마부의 말 녀석인가?

“이런, 이런. 오랜만에 만나는 ‘자연의 농담(기형을 의미하는 서양 고사)’이군. 너와 똑같은 녀석이 기억나는구나. 1940년대 네덜란드였지.
앞다리가 없이 태어났는데, 두 발로 아주 씩씩하게 잘 살았단다. 1년 만에 사고로 저 세상에 가서 목놓아 울었던 기억이 나네.”

“저…, 선생님. 왜 그런 염소가 태어났나요?”

K가 진짜 묻고 싶은 것은 “내가 왜 염소가 됐나요”였지만, 일단 차근차근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차차 알게 될 거야. 그 전에, 해부학적인 단서를 조금 보자고. 그야말로 ‘변신’에 대한 과학적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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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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