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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변신+합체. 천사의 날개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


[에필로그]

변신+합체. 천사의 날개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


K는 다 함께 절을 나섰다. 이제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K는 수의사에게 물었다.

“이곳은 변신과 합체가 자유로운 세계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할게요. 저처럼 다리 둘 달린 염소가 정상인 세상이 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기왕 없는 앞다리 대신에 혹시 천사 날개를 가질 수 있을까요. 하늘을 날고 싶어요.”

“산해경에는 날개를 지닌 짐승이 많이 나오지. 날고 싶은 욕망은 인류가 늘 가졌던 소망이야. 실제로 20세기 초에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테오도르 도브잔스키가 ‘천사의 날개를 가진 인간을 진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어. 결론만 말할게. 그건 불가능해. 돌연변이를 통해 날개를 발생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아주 조악한 생각이야. 날개 하나를 만들려면 수많은 유전자가 동시에 조화롭게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털의 길이를 바꾸거나 팔의 개수를 늘리는 것처럼 양적인 변화라면 모를까, 털을 깃털로 바꾸거나 어깨 위로 날개가 하나 더 돋아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수의사는 한숨을 한번 쉬었다.

“K야, 너는 괴물이 아니야. 괴물은 그저 사람이 붙인, 정상과 비정상을 인위적으로 구분한 결과물일 뿐이야. 페레 알베르히 하버드대 전 생물학과 교수는 1989년 ‘괴물의 논리’라는 두툼한 논문을 썼지. 그 논문의 첫머리에는 새의 부리 길이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다른 모습, 즉 이형이 실려 있어. 이형은 자연이 본래 가지고 있는 여러 가능성의 표현일 뿐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들은 시대와 환경만 맞았다면 ‘정상’이 됐을지 모르지. 앞다리가 없이 태어난 너도 서서 걷는 염소가 더 각광받는 세상에서는 ‘정상’에 속했을지 모르잖아?”

위안인지 아닌지 모를 수의사의 말을 들으며 K는 완전히 깜깜해진 절의 앞마당을 바라봤다. 갑자기 뒤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K를 향해 강한 빛이 비쳤다. 뒤를 돌아봤더니 어느새 수의사와 쌍둥이, 말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절 지붕 위로 사람 같기도 하고 말 같기도 한 조그만 조각상 넷이 옥신각신 마치 산을 오르듯 서 있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였을 뿐이다. K는 벌떡 일어났다. 빛이 너무 강해 눈이 부셨다.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손가락이 다섯 개인 원래의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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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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