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영국의 로슬린 연구소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을 때 세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량 가축을 복제해 축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뿐 아니라 인간복제도 머지 않았다는 흥분감에서였다. 그런데 돌리는 태어난지 2년 뒤인 1999년부터 같은 나이의 양에서 보기 드문 조기 노화현상, 비만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많은 연구결과 복제에 성공한 소, 쥐, 돼지 등의 복제동물에게서 ‘거대태아증후군’(large-offspring syndrome)이 나타나며 심장과 폐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고 면역기능저하를 비롯해 종양이 쉽게 발생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로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로써 많은 과학자 사이에서는 이런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부작용을 동물복제에서 완전히 해결하기 전에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동물과 인간의 성장조절 유전자 차이
인간복제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 의학연구소는 인간복제가 동물복제보다 안전하고 쉽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과학전문지 ‘인간분자유전학’(Human Molecular Genetics) 최신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보고서는 또한번 인간복제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구를 이끈 듀크대학의 랜디 저틀 박사는 이 보고서를 통해 세포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인간의 경우 동물보다 안정돼 있기 때문에 동물복제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생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저틀 박사는 종양발달을 억제하고 태중에 있는 태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조절하는 IGF2R이란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 IGF2R은 복제된 동물에게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은 모계로부터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IGF2R 유전자 1개를 받고 부계로부터는 온전하지만 기능이 정지된 유전자를 받는다. 반면 인간과 영장류는 양측 부모로부터 1개씩의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는 IGF2R 유전자를 받기 때문에 복제를 할 경우에도 이상이 생길 확률이 훨씬 낮다
는 것이다. 즉 비영장류를 복제했을 때보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를 복제했을 때 정상적인 태아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확실한 검증이 부족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서울대 수의학과의 황우석 교수는 “이번 발표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물복제를 할 때 인위적으로 정상적인 IGF2R 유전자를 삽입한 결과 유산률과 기형률이 낮아졌다는 실험결과를 이미 얻은 상태이며, 이번 발표는 기존의 가설을 반복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황교수는 “예를 들어 호랑이의 복제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인간의 경우 지금까지 축척된 풍부한 세포생리학적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서 “기본적으로 인간복제가 동물복제보다 쉬울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아직 IGF2R 유전자에 대한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보고서로 인간복제 문제는 더이상‘할 수 있는가’의 수준을 벗어나‘한다면 얼마나 안전한가’라는 좀더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의문으로 초점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