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초순 미국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국제 천문연맹 주최로 작년 7월 목성에 충돌했던 슈메이커-레비 혜성(SL9)에 관한 콜로키움이 개최됐다. 세계 곳곳에서 관측됐던 데이터들이 해석돼 이곳에서 발표됐다. 발표에 나선 천문학자들은 혜성조각(핵)들이 목성에 충돌했을 때 광도변화는 3단계로 나뉘어진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첫번째 단계는 목성표면으로부터 5백-1천㎞ 상공에서 거대한 유성들의 흐름이 관측된 것. 이로부터 약 10초 후 대폭발이 일어났는데, 이 현상은 목성에 다가서고 있는 갈릴레오호의 카메라에 잡혔다. 온도는 1만K.
그 후 해방된 에너지에 의해 고온화된 가스가 위로 솟구쳤다. 이 가스덩어리는 1분 후에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고도에 도달했다(2단계). 위로 솟구친 가스의 온도는 2천-4천K에 달했지만, 급속히 냉각돼 수분 후에는 수백 K로 낮아졌다.
충돌 순간으로부터 6-7분이 지나면서 가스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다시 근적외선에 의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3단계 메인이벤트). 이 현상은 충돌 순간보다 확실히 밝을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됐다. 큰 핵이 충돌할 때는 10분 이상 밝게 빛났다고 천문학자들은 밝혔다. 이에 대한 해석은 일단 솟구친 가스가 목성의 중력에 의해 낙하되면서 목성 대기와 심한 충돌을 일으켰다는 것. 그 증거는 일산화탄소와 수증기의 휘선이 메인이벤트의 정점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허블망원경이 찍은 연속 사진에도 충돌 수분 후에 태양광을 산란시키는 입자가 존재함이 나타났다. 팔로마산의 5m 망원경이 관측한 스펙트럼에서는 혜성먼지의 성분인 규산염 입자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충돌 후 15-20분이 지나면 메인이벤트는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가스와 먼지가 목성 표면과 접촉하는 면적이 줄어들었기 때문.
혜성의 핵이 어디까지 깊이 들어갔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그룹은 최상층인 암모니아 구름층을 겨우 통과하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목성의 조석력에 의해 이미 20여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졌기 때문에 대기에 충돌하면서 거의 분쇄됐을 것이라는 추측. 다른 그룹은 핵이 충돌할 때 분쇄되지 않고 충돌층에 의해 압축되어져 보다 깊이 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미 유황화합물이 검출됐기 때문에 암모니아 구름층은 통과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칼텍 등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물 구름층 통과'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목성 성분 중에 얼마만큼의 물이 존재하는지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충돌에 의한 흔적은 예상을 넘어 가시광선 영역에서 확실히 관찰 가능할 정도였다. 지상에서도 소형망원경으로 검은 테두리가 보일 정도. G K L 핵 등의 충돌흔적은 1만㎞ 이상 퍼졌다. 이 흔적은 근적외선의 메탄분자 흡수파장에서 밝게 보였기 때문에 성층권에 부유하는 미립자로 여겨진다. NASA의 제트추진 연구소측은 허블망원경으로 흔적의 반사광 강도를 측정해 이것이 시안화수소 중합체라고 결론지었다.
금년 4월에 관측된 충돌흔적은 대단히 어두워져 충돌지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거의 관측하기 어렵게 됐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충돌지점의 성층권온도가 충돌 전보다 떨어졌다는 점. 아무튼 오는 12월 목성에 접근해 탐사장비를 목성 대기권 안으로 떨어뜨리는 갈릴레오 우주선의 탐사결과가 나오면 충돌영향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