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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 - 악기 개성의 탄생

최적의 음색 조합



“딴-따따따-딴-따따따-딴-딴-/딴-따따따-딴-따따따-따따따-따따따-”

첼로와 비올라가 아주 작은 소리로 피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뜯는 연주 기법)를 구사하는 가운데, 모기처럼 작은 소리로 작은북이 4분의 3박자의 리듬을 시작합니다. 플루트가 스페인 춤곡 풍의 멜로디와 리듬을 17마디 연주하고, 이어 클라리넷이 받아 되풀이해 연주합니다. 파곳과 오보에, 색소폰 등 악기를 바꿔가며 오케스트라는 점차 음량을 높입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작은북은 위 두 마디 리듬을 340마디에 걸쳐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곡은 20세기 초의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발레곡 ‘볼레로’예요.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음량과 음색을 한껏 자랑할 수 있도록 교묘한 작법으로 만든 곡이지요. 듣다 보면 천변만화하는 다양한 악기 음색의 고유한 매력에 넋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악기 음색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라가 지닌 큰 미덕이 아닐까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음색이란 무엇일까요. 볼레로를 듣다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같은 선율, 같은 리듬을 연주해도 악기마다 내는 ‘맛’이 다 다릅니다. 하지만 그 차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음향학에서는 물리학 용어를 이용해 “음의 크기와 높이를 제외한 모든 요소가 주는 효과”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아래 음의 파형을 봐 주세요. 오보에(왼쪽)와 하모니카 두 음은 높이가 라 음으로 똑같고, 크기도 같습니다. 하지만 음을 구성하고 있는 주파수별로 분석해 보면 진폭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물론 이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어서 한꺼번에 모여 그 악기 소리의 특징과 고유한 아름다움을 이뤄내죠.



얼핏 생각하기에는 악기를 만든 재료가 중요할 것 같아요. 현악기인 바이올린족은 16, 17세기 이후 몸체의 변화가 거의 없었으니 재료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로 만든 관’이라는 뜻에서 목관악기라고 부르는 악기들은 근대에 이르러 모두 금속으로 재료가 바뀌었습니다(실제로 목관과 금관악기는 바람을 리드로 부느냐 입술로 공기 흐름을 막고 여느냐 여부 등으로 구분하고 재료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무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사라지는 등 음색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연주자나 평론가 가운데에는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적어도 음향학 측면에서는 어불성설입니다. 특히 관악기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현악기는 몸체가 음통의 역할을 겸합니다. 그래서 앞뒤 판이 현을 따라 진동하며 복합적인 주파수의 음을 만들어 내 깊고 풍부한 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관악기의 몸체는 악기 속 공기기둥을 가두는 틀 역할만 합니다. 현악기에서는 현이 진동하면서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관악기에서는 공기기둥이 길이 방향으로 압축되며 일정한 주파수를 만들어내거든요. 이 말은 악기의 재료와 음색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지요.





음색과 관련한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명기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의 음색을 둘러싼 과학 연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여러 과학자들이 이 악기의 비밀을 찾으려고 다양한 연구를 했어요. 2000년대 이후만 봐도, 2006년 미국 텍사스A&M대 생화학과 조셉 네지바리 교수가 단풍나무 몸체에 바른 도료가 음색의 비밀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고, 2008년에는 미국 이스트캐롤라이나대 음악학과 죠지 비싱거 교수가 몸통 내 저음의 진동이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 낸다고 역시 ‘네이처’에서 주장하기도 했죠. 같은 해 베렌트 스퇼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는 밀도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미국공공과학도서관회지(플로스 원)’에 냈습니다. 2010년에는 CT(컴퓨터 단층촬영)를 찍어 구조를 연구한 결과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음색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제 아름다움의 비밀을 너무 밝히려 하지 말고 그냥 감상해주세요.

300여 년에 걸쳐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악기 사이에 있는 음색의 조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예요. 좀 더 연구가 이뤄지기를 기다려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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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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