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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악장 - 바흐 이전의 침묵

표준 음높이의 탄생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선율이 들리나요. 요한 세바스티앙 바흐가 1718~1719년 작곡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입니다. 바흐는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작곡자로 꼽히지만, 사실 굉장히 촘촘하게 작곡된 그의 작품은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바로크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받는답니다.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가 있지만, 어쩌면 바흐가 이전의 자유로운 바로크 음악을 오히려 ‘침묵시킨’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는 여러 독주악기가 등장하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악기는 플루트와 함께 유일한 목관악기인 오보에입니다. 사실 오보에는 역사가 꽤 래된 악기예요. 제가 태어나던 17세기 중반에 이미 오케스트라에 쓰이고 있었으니까요. 특히 저와 낼 수 있는 음의 높이대가 비슷해서, 악보에 따로 악기 지정이 돼 있지 않은 바로크 시대에는 저와 함께 또는 번갈아 가며 선율부를 책임지곤 했답니다.

오보에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궁금증을 해결하고 가도록 해요. 오늘날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오케스트라가 오보에의 라 음에 맞춰 음을 조율하는 이유예요. 여기에는 초기 오케스트라 역사와 관련한 음향학적 이유가 있어요. 바로 바로크 시대의 불안정한 음 높이죠.


오케스트라라고 부를 만한 악단이 생겨나던 17세기에는 지금과 달리 음의 높낮이가 통일돼 있지 않았어요. 음의 높이는 같은 시간에 얼마나 진동하는지, 즉 주파수로 결정돼요. 지금이야 이런 주파수를 기계로 측정해 비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연주자가 귀로 들은 뒤 기억에 의존해 재현해야 할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같은 음을 서로 다른 음으로 연주하는 경우도 꽤 많았지요. 더구나 악보를 적는 방법(기보법)도 발달해 있지 않아 혼동이 컸어요.

예를 들어 ‘라’ 음(피아노 건반에서 네 번째 옥타브, 그러니까 높은음자리표의 라 음이에요)은 오늘날 서양 음악에 많이 쓰이는 ‘ 평균율 ’ 음계 기준으로 ‘주파수가 440Hz(헤르츠)인 음’이에요. 한 음 낮은 솔 음은 주파수가 392Hz이고, 한 음 높은 시는 494Hz지요. 반음 낮은 솔샵(솔#)은 415Hz, 반음 높은 라샵(라#)은 466Hz예요. 참고로 낮은 도는 262Hz랍니다.

하지만 16~18세기 중반에는 라 음이 지역에 따라 최고 단3도나 차이가 나곤 했습니다. 이를 주파수로 표현하면 솔 음인 392Hz부터 시플랫(시♭, 또는 라#)인 466Hz까지가 모두 라 음으로 쓰인 셈이지요. 다른 음들도 이 기준에 맞춰 한꺼번에 낮아졌거나 높아졌겠죠. 즉 음계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셈이에요. 사정이 이러니 여러 가지 악기의 연주자들이 모여서 합주를 할 때, 정작 악기 사이의 음이 맞지 않아 낭패를 보는 일이 흔했답니다. 누구는 라 음을 솔로 연주하고, 누구는 시♭으로 연주하는 식이니 화음이 맞을 리가 없지요.
 

그래서 합주를 하기 전 우선 음 높이를 맞춰야 했어요. 문제는 악기들의 음 높이를 조정하는 일도 무척 어려웠다는 사실이에요. 현악기인 바이올린이나 더블베이스 등은 줄감개를 돌려서 현을 팽팽하게 하거나 느슨하게 해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하지만 관악기는 나무의 속을 파거나 뿔을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었죠.

당시 몇 안 되던 목관악기인 오보에나 바순 역시 조절이 어렵긴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오보에는 구조에 큰 변동이 없어 음높이가 반음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보에를 기준으로 음을 맞추면 어느 정도 일정한 음 높이를 만들 수 있었지요. 그래서 초기 오케스트라는 연주 전 오보에의 음을 기준 삼아 조율을 했고, 이 전통이 지금도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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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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