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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세요. 1846년에 있던 어떤 연주회장 풍경이에요. 거대한 튜바와 더블베이스, 호른, 해머가 전쟁터를 떠올리게 하는 어마어마한 음향을 토해내고 있어요. 관객들은 귀를 감싸 쥐고 놀라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지휘자는 태연한 표정이네요.
이 지휘자는 프랑스 작곡가 헥토르 베를리오즈예요.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인데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하고 다채로운 관현악법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해요. 기괴한 화음과 멜로디, 그리고 활의 등으로 현을 켜는 상식을 벗어난 주법 등 상상력 넘치는 연주는 분명 청중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관현악을 이야기할 때 현악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오케스트라의 꽃과 같은 존재거든요. 특히 바이올린은 주인공이에요. 유럽에서 오케스트라가 각광을 받던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주요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규모를 보면, 전
체 악기의 약 절반은 현악기가 차지하고 그 가운데 50~70%가 바이올린이었어요. 비록 19세기로 들어서면서 약간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악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이보다 이른 시기에는 조금 달랐어요. 바이올린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경쟁 악기가 있었거든요. 바로 ‘비올’ 또는 ‘비올라 다 감바’라는 악기예요(오늘날의 비올라와는 완전히 다른 악기예요!). 얼핏 봐서는 이 악기를 바이올린과 구분하기는 힘들어요. 비올에는 여러 종류의 악기가 있었는데, ‘트레블’이라고 부르는 가장 작은 비올은 몸통이 조금 두툼하다는 점만 빼곤 크기가 거의 바이올린과 비슷했거든요. ‘베이스 비올’은 첼로보다 약간 작았고, ‘비올로네’는 첼로부터 더블베이스까지 여러 덩치를 지닌 악기군이었어요. 그래서 이 악기들을 통틀어
‘비올 족’이라고 불렀지요.
제가 활동하던 초기만 해도 비올은 흔한 악기였어요. 낼 수 있는 음의 높이가 비슷하니 저와 경쟁관계였고, 오케스트라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었죠. 그런데 비올은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어요. 바이올린에 비해 소리를 키우는 데 불리했다는 점이에요. 가장 큰 이유는 불리한 구조예요. 소리를 키울땐 현의 탄성을 강하게 하면 돼요. 그러자면 탄성을 이겨낼 만큼 몸체가 튼튼해야 하죠. 아마티 가족이 만든 현대적인 바이올린은 당겨진 현이 악기 몸체에 가하는 압력을 견디도록 앞판과 뒷판 사이에 지지용 구조물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비올은 그렇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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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하는 여성. 비올 족 악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이 그림 속의 악기는 지금의 첼로와 비슷한 크기다. 활을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든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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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법에도 차이가 있었어요.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활을 쥔 채 몸 쪽으로 현을 강하게 누르면서 마찰시키는 바이올린과 달리, 비올은 활을 든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활을 몸 왼쪽으로 밀어서 켰어요. 이 때 바이올린처럼 어깨에 얹는 게 아니라 마치 우리나라 악기 해금을 연주하듯 아래로 늘어뜨린 채 연주했기 때문에 부드러운 소리는 낼 수 있을지언정 강한 소리를 내기엔 불리했죠.
이 때문일까요. 17세기 초반만 해도 바이올린보다 흔하게 볼 수 있던 비올 족 악기들은 1730년대를 넘어서면서 오케스트라에서 서서히 사라져갔어요. 그 빈자리를 저와 제 가족인 비올라와 첼로가 채웠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류트나 기타, 그리고 건반악기 중 하프시코드가 오케스트라의 주류에서 멀어졌어요. 저는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인 이들을 볼 수 없어 잠시 실망했지만, 대신 저희 바이올린 족 악기들이 오케스트라에 많이 들어온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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