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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악장 - 청중을 감동시켜라

연주회용 주법의 완성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신 분은 후반부에 무겁게 깔렸던 엄숙하고 처연한 노래를 기억하실 거예요. 낮은 저음으로 합창단이 ‘키리에’라고 시작하는 이 곡의 이름은 ‘진혼곡(레퀴엠)’. 모차르트의 유작입니다. 죽기 직전까지 손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 1부 마지막 곡 ‘라크리모사(눈물의 날)’ 여덟 번째 마디에서 펜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남은 곡은 제자 쥐스마이어가 완성시켰고, 오늘날 들을 수 있는 레퀴엠은 이 버전이에요.

저는 ‘라크리모사’를 연주할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일렁이는 바이올린 음이 이보다 슬프고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이 곡이 특히 아름답게 들리는 곳은 따로 있어요. 바로 성당이나 사원이에요. 기회가 되시면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명 연주자 브루노 발터가 지휘한 실황 녹음을 찾아 들어 보세요. 연주회장이나 녹음실에서 연주한 것과는 다른, 더 깊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실제 성당에서 연주되던 곡이니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어요.



[모차르트가 살던 18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음악가는 궁정에 고용된 경우가 많았고, 연주회장도 대부분 궁전이나 귀족의 집, 교회였다. 모차르트 등 자유음악가가 탄생한 이후 연주회장이 새로 중심지가 됐다.]

18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음악의 중심은 왕의 궁정이나 귀족의 집안이었어요. 실내에서 연주하니 음량이 특별히 크지 않아도 괜찮았지요. 하지만 궁정을 벗어난 자유음악가가 나타나자 얘기가 달라졌어요. 교회와 연주회장 등 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장소가 많아졌죠. 부득이 음량을 크고 풍부하게 해서 멀리까지 들리게 해야 했어요. 좋은 연주회장은 음악이 건물에 반사돼 울리는 시간, 즉 잔향 시간이 길어요. 2008년 6월 영국 배스대 건축토목공학과 마이클 배런 교수가 ‘네이처’에 실은 칼럼에서도 밝혔듯,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잔향시간이 긴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요. 현대적인 연주회장은 잔향시간이 2초 이상 되도록 설계하고 있죠. 0.8~1초 사이인 일반 강당 건물보다 두 배 이상 긴 시간이에요. 웨스트 민스터 사원도 아마 그런 조건이 더 깊고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냈을 거예요.


 

악기를 만드는 장인들은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음량을 늘릴까 고민했어요. 가장 중요한 변화는 현을 만든 재료에서 찾아왔어요. 고대부터 1700년경까지 거의 모든 현악기는 ‘거트 현’을 썼어요. 거트 현은 양이나 고양이의 창자에서 질긴 심줄 부분을 뽑아내 꼬아 만든 현이에요. 소리가 부드럽고 따뜻한데다 자연스러워서 인기가 좋았지만 단점도 있었어요. 생물재료다 보니 온도나 습도에 민감해 연주하다 보면 곧잘 음정이 변했고, 왼손으로 음을 짚을 때 거친 느낌이 나 불편함도 많았죠. 잘 끊어져 힘을 강하게 줄 수 없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역
시 소리가 작다는 거였어요.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트 현에 은세공 기술을 이용해 은선을 감은 ‘거트코어 현’이 170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어요. 거트에 금속을 입혔으니 훨씬 강하고 큰 소리가 났어요. 큰 연주회장에서 연주하기에도 충분했지요. 이런 장점 덕분에 가장 가는 현만 빼고 모두 거트코어 현으로 빠르게 바뀌었어요. 가장 가는 현(높은 미 음)은 나중에 아예 철현으로 바뀌었고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금속성 소리가 너무 날카로워서 이전처럼 부드럽고 풍부한 소리를 내려면 현을 짚는 왼손을 지판에 대고 빠르게 진동시키는 ‘비브라토’ 기법을 써야만 했어요. 요즘도 연주회장에 가면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심지어 더블베이스까지 거의 모든 음을 비브라토로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거트 현을 쓸 때는 정말로 필요한 부분에만 장식 요소로 넣던 기법이 지금은 기본 음을 내기 위한 필수 기법이 됐답니다. 악기의 진화가 연주법에도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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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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