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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달린 저 옷 멋진데~.”

2년 뒤면 우주여행에서 입을 우주복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을 전망이다.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노멕스(Nomex) 소재의 두툼하고 단조로운 우주복 대신 하늘거리는 소재와 알록달록한 색깔의 화려한 우주복이 곧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일본 패션 디자이너들은 까다로운 주문을 받았다. 우주여행객이 입을 우주복을 디자인하되 기능적이면서도 과학적이고 스타일까지 살리라는 것. 이는 미국의 우주관광기업인 ‘로켓플레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로켓플레인은 현재 ‘로켓플레인 XP’라는 우주여행 전용선을 개발하고 있다. 로켓플레인 XP는 전투기 크기로 조종사 1명 외에 승객을 3명까지 태울 수 있다.

터보제트 엔진과 로켓 엔진을 달고 있어 초당 1km의 빠른 속도로 100km 상공에 도착한 뒤 3~4분 궤도에 머문다. 탑승객은 이때 우주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중력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무중력 웨딩드레스

탑승객이 우주선 바깥에서 우주 유영을 즐길 것도 아닌데 굳이 무거운 우주복에 헬멧, 마스크까지 거추장스러운 복장을 갖출 필요가 있을까. 로켓플레인은 기존 우주복이 우주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고 판단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로켓플레인의 계획에 동참했다. 이들의 후원 아래 도쿄의 패션 디자이너 에리 마츠이는 5월부터 약 3개월 동안 ‘하이퍼 스페이스 우주복 콘테스트’를 주관했다.

마츠이는 패션에 수학과 과학을 접목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그는 2002년 1, 1, 2, 3, 5, 8, 13, 21, 34, …로 이어지는 피보나치 수열에 따라 스커트의 천 조각을 이어 붙인 웨딩드레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에도 그는 콘테스트를 열기 전 무중력상태에서 입을 수 있는 ‘무중력 웨딩드레스’(Zero G Wedding Dress)를 직접 제작했다. 그리고 무중력 체험 항공기에서 테스트까지 마쳤다.

마츠이는 무중력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하기 위해 포물선 비행을 하는 러시아제 일류신(Ilyusin) 76호에 모델을 태운 뒤 몇 초간 무중력상태가 될 때 모델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만간 무중력 웨딩드레스를 입고 우주공간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광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11월 2일 일본 도쿄대 혼고캠퍼스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내리꽂히는 무대에서 모델들이 캣워크를 선보였다. 이들이 입은 옷은 우주복 콘테스트를 통과한 작품. 콘테스트에서 스케치 형태로 접수된 총 822점 중에서 심사를 통해 선정된 10점을 실제 의상으로 만들었다.

수상자들의 경력은 다채롭다. 쓰쿠바대에 재학 중인 호소이 레이코를 비롯해 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고, 주부인 쿠도 히토미, 대학의 시간강사인 히카와 코우지, 직업 디자이너인 아오야마 미치오리 등이 수상자로 뽑혔다.

패션쇼에 참석한 디자이너들은 “은하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우주복에 곡선을 넣어 부드러움을 살렸다”며 디자인 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무중력 환경을 고려해 주름장식을 달아 천이 팽창할 수 있도록 하거나 소매에 소형 공기추진 장치를 달아 몸이 떠 있을 때 움직이는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패션쇼를 관람한 사람들은 옷 맵시와 기능을 동시에 살린 ‘패션 우주복’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좁은 우주선 안에서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스타일에만 치중한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패션쇼에서 선정된 최우수작은 내년 여름 상업 비행을 예정 중인 로켓플레인의 우주여행객이 입을 수 있도록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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