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전자계산실로부터 시작된 공공 슈퍼컴퓨터센터. 지나온 세월동안 취약한 국내의 전산 기반에서 출범해 컴퓨팅관련 공공서비스를 해온 곳이다. 이곳을 이끄는 이상산 단장으로부터 슈퍼컴퓨팅사업단의 역할을 들어보았다.
먼저 슈퍼컴퓨팅사업단은 슈퍼컴퓨터와 초고속 전산망을 구축·운영해서 과학기술 연구자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팅자원 공급센터’이다. 따라서 슈퍼컴퓨팅사업단에는 슈퍼컴퓨터가 있다. 1988년 당시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1호기로부터 시작(슈퍼컴퓨팅사업단 건물은 1호기를 본 따 지어졌음), 지금은 1993년 도입당시 세계 10위권의 성능이지만 지금은 5백위도 안되는 2호기 CRAY C90, 1997년 도입된 CRAY T3E 초고속 병렬컴퓨터(현재 세계 148위), 그리고 최근 도입돼 시험중인 컴팩사의 SMP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IMF 난관으로 지연된 3호기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는 여기에 있지 않다. 5년마다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재도입한다는 당초 계획에 따라 3호기가 1998년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국내에 닥친 난관, IMF가 여기에도 영향을 미쳐 3호기 도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성능임에도 불구하고 2호기의 경우 활용률이 98%일 정도로 포화상태다. 시스템 사용률이 1백%에 가까워 ‘잘 활용되고 있구나’라고 생각되지만 시스템의 안정도 면에서는 좋은 것이 아니다. 처리할 정보량이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여유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보통 적정 활용률은 70%라고 한다. 그런데 이 포화상태로 운영되는 2호기를 사용하는데만도 사용하는 시간보다 15배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재밌게도 2호기보다 성능이 월등한 CRAY T3E는 오히려 활용도가 더 낮다. 이유는 병렬형 슈퍼컴퓨터이기 때문이다. 2호기는 벡터 프로세서 기반인데 사용자가 여기에서 작동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컴퓨터의 발전방향이 벡터형에서 병렬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사업단은 사용자들이 쉽게 병렬형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슈퍼컴퓨팅과 네트워킹 기술을 선도적으로 시험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이를 통해 얻은 기술을 관련자들에게 교육, 상담, 그리고 기술을 지원을 하는 ‘슈퍼컴퓨터 기술센터’이기도 하다. 국내 타기관에서 슈퍼컴퓨터를 도입할 때 사업단은 도입관련 사항에 대해 자문해주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단장에 따르면 슈퍼컴퓨팅사업단은 국내 모든 슈퍼컴퓨터 도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의 독자적인 컴퓨팅 기술력을 갖춰 국산 슈퍼컴을 개발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국내 슈퍼컴퓨터 통합한 메타센터로
마지막으로 사업단은 오랜 세월에 걸쳐 보유하게 된 막강한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해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를 이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종전까지의 사업단의 목표가 단순히 좋은 컴퓨터가 있으니 활용하라는 측면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세계적인 연구자를 집중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역할은 공기관인 슈퍼컴퓨팅사업단이 아니고서는 어느 기관이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단장의 사업단에 대한 비전은 세계 수준의 국가 슈퍼컴퓨팅메타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가지는 슈퍼컴퓨터를 묶음으로써 많은 연구자들이 효율적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을 말한다.
현재 어떤 기관에서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놓고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어떤 곳은 사용자가 넘치는 상황이다.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업단이 이를 통합한다면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이뤄져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의 유수 센터 못지 않은 세계적인 슈퍼컴퓨팅센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단장은 “목표를 정한다면 발만 담그지 말고 온 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환경에 맡겨 도전하는 이가 가질 마음자세를 말해주고 있다. 그의 열정이 이뤄낼 국내 슈퍼컴퓨팅의 앞날을 기대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