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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학이 해부한 댄싱퀸의 몸

건강미인이 사는 법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전화기 저편에서는 당황스런 빛이 역력했다. 전화 상대는 최근 일명 ‘매트릭스춤’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길건(27). 키 169cm 몸무게 42kg의 훤칠한 외모에 탄력있는 몸매의 소유자인 그는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타고난 춤꾼 소리를 듣는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제쳤다 다시 올라오는 그녀의 춤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놀라운걸”하며 탄성을 내지른다. 힘이 넘치는 팔놀림, 때론 한껏 섹시한 골반 돌리기로 좌중을 압도하기도 한다. 그녀는 거의 모든 춤을 경험했다. “4살 때부터 시작했어요. 한국무용에서 현대무용까지 고전무용을 차례로 배웠어요. 라틴댄스도 출줄 알아요.”

그렇게 ‘춤꾼’이라고 불리는 그녀도 데뷔전 수개월은 하루 평균 6~7시간씩 춤을 추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바쁜 스케줄로 연습시간은 줄었지만 지금도 빈 시간을 이용해 3~4시간씩 몸을 푼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그녀가 두팔을 들어 ‘파핑’(팔과 어깨 근육을 이용해 두 팔이 딱딱 끊어지게 추는 춤의 일종) 동작을 보여준다. 그 순간 가냘픈 팔에 삼두근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팔을 구부리거나 펴는 큰 동작을 하지 않고서도 그녀는 자신의 몸 각 부분을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년간 춤은 그녀의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

요람에서 무덤까지 춤을 추다

춤 가운데 정제된 동작과 훈련강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는 발레 전공자들에게서 일반인과의 차이점은 뚜렷이 나타난다. 발레리나의 체격조건은 우주비행사 다음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무용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상급 발레리나의 평균 신장은 168cm, 몸무게 40~45kg, 허리둘레는 23인치 정도. 많은 사람이 예상하듯 일반적인 표준 체중보다 10~15% 적은 수준이다. 미국건강통계센터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직업 발레 무용수는 일반 여성보다 5.0cm 크고 3.5kg 더 말랐다. 키와 몸무게만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 상체가 길거나 다리가 짧으면 안된다. 다리가 길더라도 무릎 위가 길면 좋지 않다. 종아리가 쭉 빠져야 한다는 얘기다. 큰 엉덩이, 우묵한 등, 처진 어깨, 굽은 척추, 짧은 목도 결격 사유다.

이처럼 기준이 엄격한 까닭은 미적인 요인도 있지만 정교한 테크닉을 자주 써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례로 다리가 가지런해야 하는 것은 연골이 받는 충격을 최대로 줄일 수 있는 이상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키가 지나치게 크면 무게 중심이 분산돼 불안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요건은 선천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전문 무용수들에게나 해당하는 얘기다. 무용수의 완벽한 몸매는 타고난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춤은 몸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춤은 몸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다. 지난 2002년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는 12주간 재즈댄스 훈련을 받은 여대생들의 체력과 심폐기능, 체지방률 변화를 각각 측정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브로드웨이 대형 뮤지컬을 통해 소개된 재즈댄스는 박자와 리듬에 따라 순간순간 자유로운 느낌을 창조하는 춤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춤추기에 앞서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강렬한 춤 동작은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돼 왔다.

측정 결과 민첩성과 근력, 평형성, 순발력이 확연히 늘어났으며 유연성, 근지구력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신체구성에서도 체지방률은 감소하고 제지방체중은 늘었다.

운동할 때 심박수를 나타내는 최대 심박수는 줄었고 한 번 숨쉴 때 최대 산소 수용능력을 결정하는 최대 산소섭취량은 근소하지만 늘어났다.

실제로 규칙적이고 활발한 ‘워킹’(walking)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며 심혈관계 기능을 촉진하고 대사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운동생리학 전문가 김은정 박사는 “짧은 기간이지만 재즈댄스가 기초체력 증가와 체지방 감소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춤은 젊은 사람에게만 유용한 것일까. 춤은 나이를 불문한다. 춤의 효과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한양대 스포츠과학 연구팀은 12주간 댄스스포츠가 중년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12주간 지속적으로 춤을 춘 결과 실험에 참가한 중년 여성들은 허리와 엉덩이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체중과 체지방률에서 차이가 났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도 변화가 생겨 동맥경화의 원인인 저밀도 지방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특히 춤은 체지방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폐경기 여성에게 유용하다. 올해 초 성균관대 연구팀은 춤을 추지 않는 폐경전 여성과 12주간 춤을 춘 폐경후 여성의 신체특성을 비교했다. 결과는 춤을 춘 폐경기 여성들의 체지방률이 폐경전 여성보다 감소폭이 컸다.

춤은 성장기 골격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뼈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성분인 오스테오칼신은 골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일반적으로 뼈에 충격을 가하는 운동은 골밀도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발레와 현대무용, 라틴댄스는 다리를 비롯한 하체를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춤. 숙명여대 연구팀은 2003년 발레 전공자들의 혈액을 채취해 측정한 결과 골밀도에 영향을 주는 오스테오칼신이 일반인에 비해 많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춤 동작에 몸짱의 비밀이 숨어있다

남녀가 짝을 이뤄 춤을 추는 댄스의 동작과 기술은 주로 전진, 후진, 회전으로 나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연성과 균형감각. 남녀가 각자 자기중심을 잡고 평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남녀가 운동 중심축을 함께 이동하게 되므로 운동역학적 측면에서 균형성을 길러주는데 매우 적합한 동작이다.

또한 각각의 동작들은 주로 워킹으로 연결돼 근력과 지구력을 발달시켜줄 뿐만 아니라, 비교적 빠른 워킹은 리듬감을 유지하므로 심폐기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아르헨티나 팔바로로연구소 과학자들은 남녀 댄서 2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심장이 탱고리듬과 같은 2/4박자로 뛰기 때문에 춤을 추면 심폐기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독일 프라이베르크 연구팀도 올림픽 중거리 달리기 선수, 사이클 선수, 수영 선수와 댄스스포츠 선수의 근력과 심폐기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 종목별 선수들 간에 근력과 심폐기능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댄스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예선, 준결승전, 결승전을 거치면서 60분(종목별 길이 2분, 10종목, 3회)동안 춤 춘 동안의 운동량은 운동강도와 지구력 측면에서 다른 스포츠 종목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춤은 운동강도와 시간 측면에서 일반인에게 우수한 유산소운동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한편 춤을 추는 동안 신체 각 부분의 움직임은 극대화된다. 라틴댄스에서 쓰이는 근육은 발바닥에서 골반까지인데 뒷꿈치 부분의 아킬레스건에 연결된 가자미근과 비복근이 주로 발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강렬한 스텝과 턴 동작이 위주인 라틴댄스의 경우 하체 근육과 뼈가 발달한다.

또한 많은 댄스 기본 동작에는 골반을 좌우로 움직이는 사이드 저크, 골반 빨리 흔들기, 골반 돌리기 격렬한 동작이 포함돼 있다. 최근 유행하는 허리의 유연함과 힘을 강조하는 웨이브, 골반 돌리기는 복근과 등근육이 발달해야 더욱 섹시한 움직임을 강조해 보일 수 있다.

무용수 역시 두 다리를 앞뒤로 쫙 펴는 공중 도약을 위해 하체의 각 관절들이 차례로 최대 속도에 이르도록 평소 이 부분의 근육과 관절을 훈련한다. 이런 이유로 춤의 종류에 따라 댄서들의 체형도 서로 다르다. 한국무용과학회 송인아 학술이사는 “같은 춤이라도 배우는 동작과 훈련에 따라 운동강도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국무용 전공자와 현대무용, 발레 전공자의 체형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0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무용 전공자는 체수분량, 기초대사량, 근육량, 신장이 일반인과 차이가 났지만 복부비만과 체지방, 비만 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체지방률은 현대무용 전공자가 가장 낮았고 발레, 한국무용, 일인인 순서로 나타나 동작에 따라 운동강도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

춤으로 몸매를 다지려면 얼마나 춤을 춰야할까. 춤의 운동 효과는 최소 12주 이상 춤을 꾸준히 춘 사람에게 나타난다. 실제로 8~12주를 기준으로 실시한 많은 연구에서 몸의 변화를 쉽게 관찰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유산소운동과 관련된 심폐 능력은 12주 이내에 쉽게 향상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완벽한 댄싱퀸의 몸으로 거듭나기에 3개월은 너무 짧다는 얘기다.

댄싱퀸 몸매 유지의 또 하나의 비법

예쁜 몸매도 좋지만 춤을 추기에 마른 체형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근육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다이어트는 근육과 뼈 발달을 방해한다. 발레의 고난도 기술인 바리아시옹 동작을 4분간 취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량은 200~300Cal 정도. 운동량이 많은 발레리나의 경우 하루 2500~3000Cal를 탄수화물 55%, 단백질 15%, 지방 30% 비율로 섭취해야 적당하다. 이와 함께 춤을 추면 떨어지는 나트륨과 칼륨도 꼭 다시 섭취해줘야 한다. 칼륨이 부족하면 근육수축과 경련이 일어나며 나트륨 부족 역시 경련과 피로의 원인이 된다. 또 비타민 B1은 근육경련을 없애고 피로를 풀어주며, 비타민 B6는 근육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므로 섭취해두는 것이 좋다. 격렬한 춤을 추기 전과 춤 추는 중간, 끝난 뒤 주변과 비슷한 온도의 물을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마셔야 한다.
 

지나치게 마른 몸은 춤 추는데 문제가 있다. 힘과 순발력을 발휘할 근육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른 체형이 몸치가 많은 까닭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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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근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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