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강의실의 휴식시간. 요즘 유행하는 레게머리를 한 여학생이 두 손에 뜨거운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나타난다. 미국의 랩가수 MC 해머의 ``‘U Can``t Touch This``’에 맞춰 문워커 춤과 힙합 댄스 스타일로 몸을 흔든다. 이 때 걸려오는 전화 한 통. 주인공은 귀를 가볍게 어깨에 부딪혀 전화를 받는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휴대전화 TV광고의 한 장면이다. 광고는 춤을 추거나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을 때 최신 무선송수신 기술인 블루투스를 이용해보면 어떠냐는 애교 넘치는 은유로 시청자를 설득한다.
최근 댄스열풍이 이곳저곳으로 확산되면서 이처럼 기업들의 댄스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다. 신제품 홍보행사에서 댄스경연대회는 단연 빠지지 않는 단골 이벤트. 춤은 젊은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소비기호를 공략하는 최고의 마케팅 무기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역시 문근영의 춤실력에 기대 블루투스폰 출시 두 달만에 15만대를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블루투스폰 성공의 이면에는 두 손을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은 욕망이 감춰져 있다. 춤이 블루투스폰의 광고 소재로 등장한 것도 바로 그런 철학이 배경에 깔려있다. 이제 춤은 기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상생하는 춤과 기술, 톡톡 튀는 그 아이디어의 세계를 한 번 살펴봤다.
댄싱퀸의 멋과 편의
디지털 기술과 춤이 결합한 대표적인 제품은 일명 ‘문근영폰’. 영화 댄서의 순정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문근영이 광고모델로 출연한데서 비롯됐다. 무선 기술의 필요성과 춤이라는 개념이 조화롭게 들어맞아 모델과 제품이 모두 ‘윈-윈’한 결과를 낳은 대표적인 제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이 제품은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블루투스 기능을 도입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 '블루투스 바람'을 몰고 왔다. 세계 최초로 블루투스 스테레오 기능을 적용해 신세대 사이에 무선 헤드셋을 유행시킨 계기를 만들었다. 맵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춤꾼들을 위한 디지털 악세서리도 개발되고 있다.
벤처 기업 제노프릭스가 만든 픽스는 테크노 클럽이나 레이브 바에서 이색 악세서리로 애용되고 있는 디지털 장신구. 177개의 LED로 자신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글자를 표현하는 장치다. 목걸이나 팔찌로 착용하고 다니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움직이는 일종의 전광판인 셈. 인터넷이나 근거리통신장치를 이용해 사용자들끼리 새로 만든 그림을 교환할 수도 있다. 자기표현극대화장치라는 이름이 붙은 픽스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면서도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신세대를 겨냥했다.
몸치 탈출을 돕는 첨단 기술
소니가 개발한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 ‘아이토이 그루브’는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춤을 추는 게임. 유명 댄스가수의 노래와 춤에 맞춰 집에서 쉽게 춤 동작을 배울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전용 USB 카메라만 연결하면 몸치탈출 교정장치로 변신 끝. 배틀 댄스, 배틀 싱크로, 팀플레이, 다이어트 등 다양한 춤 장르를 선택해 친구와 함께 춤을 추거나 댄스시합을 벌일 수 있다. 이밖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을 위해 칼로리 소비 체크 기능이 포함돼 있다.
옷처럼 입고 춤을 배우는 재킷도 개발되고 있다. 국립 싱가포르대 혼성현실연구실은 춤을 가르쳐줄 수 있는 햅틱스 재킷을 개발했다. 일명 ‘터치인터넷’. 인터넷을 통해 사람의 촉감이나 느낌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이 재킷을 입고 움직이면 동작 정보가 무선으로 상대편 재킷에 전송된다. 수신된 신호는 자켓 안에 있는 작은 모터를 작동시켜 움직인 부위와 같은 부분에 자극을 준다.
댄스 강사가 이 옷을 입고 춤을 추면 입체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헤드셋과 햅틱스 재킷을 걸친 학생은 춤동작을 그대로 보고 느끼게 된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리샹핑 박사는 “이를 응용한 옷과 신발을 몸에 걸치면 원격 댄스 강습도 실제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사이버네틱하게 변하는 나이트
플레이모션은 그래픽 엔진과 동작센서, 비디오프로젝터를 서로 연결해 만든 인터랙티브한 놀이기구. 벽이나 바닥에 쏟아지는 프로젝터 빛 앞에서 춤을 추면 빛도 따라 변한다. 센서가 달린 특별한 장갑이나 안경 없이도 간담한 춤과 소품을 이용해 멋진 빛의 향연을 연출할 수 있다. 컴퓨터에 저장된 춤을 춘 모습은 나중에 스크린 세이버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 로봇랩은 테크노와 레이브 파티에서 음악을 틀거나 디제잉을 할 수 있는 ‘주크봇’을 개발했다.
밤새 음악을 틀고 춤을 추려면 강한 체력이 뒷받침해줘야 하기 마련. 밤새 춤을 추며 음악을 틀 수 있도록 고안된 이 로봇은 강력한 두팔을 이용해 레코드판을 선택해 돌리기까지 한다. 테크노 디제잉의 꽃 ‘스크래치’로 즉흥 작곡까지 할 수 있는 이 로봇은 인간 디제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디제잉(DJing) | 선곡한 음악에 샘플링, 스크래치, 믹싱을 가미해 기존 곡을 새로운 느낌으로 가공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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