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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검색능력이 경쟁력이다

웹사이트 속에 숨어있는 심리세계

 

웹사이트 속에 숨어있는 심리세계


흔히 인터넷은 ‘공간’ 에 비유된다. 그러나 인터넷은 입체감 있는 현실의 물질적 공간과 전혀 성격이 다르다. 포털사이트에 실린 기사를 읽다 보면, 어느새 엉뚱한 사이트에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싸이월드’ 에서 미니 홈피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오늘 일과’ 를 읽고 있다. 이는 어떤 것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IP숫자나 도메인 철자가 하나만 틀려도 완전히 다른 곳에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을 탐색하는 일은 이정표들 사이를 도약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하곤 한다.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사이버 공간은 주로 단어와 아이콘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이들 기호나 상징은 공간을 구별하거나 그 위치를 기억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기호와 상징은 시간이 지나면 바뀌거나 사라진다. 이런 변화무쌍함은 탐색과 관련한 사고 과정에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사이버 공간에서 종종 방향을 잃고 길을 잃곤 한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결정적 순간에는 한번에 한가지 일만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식이 기억하는 항목수도 기껏해야 7개 안팎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모니터 너머 사이버 공간이 쏟아내는 정보량은 넘쳐나기 십상이고, 이를 처리하다 보면 주의나 기억용량에 무리가 따른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종종 정보 검색을 하다보면 오리무중이거나 함흥차사로 끝나기 쉽다. 웹 페이지들을 열심히 들락날락 한다고 해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탐색을 하려면 우선 자신이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지를 알아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탐색은 네트워크가 갖는 특성과 지나친 정보량, 두뇌 능력의 한계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심리학자들은 그 해결 방안을 인간의 인지과정과 공간의 특성에서 찾았다.

일반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해서 곧바로 화면 맨아래에 있는 개인정보보호 링크를 클릭하는 사람은 드물다. 화면 아래로 시선이 가기전에 이런저런 뉴스를 두리번거리고 배너 광고에 눈길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옆길로 샌 것이다. 눈길을 끌려는 유혹이 거세기도 하지만 원래 목적에 따라 탐색하려는 의지와 계획, 실천이 부족한 경우다. 이런 요인이 탐색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이고 어떤 방식으로 찾아야 할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인지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뜻하는 ‘상위인지’ 란 용어는 바로 이를 빗댄 표현이다.

사람에 따라 탐색하는 방식도 가지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종합적이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푼다. 그 차이는 인터넷을 탐색하는 방식이나 탐색기의 ‘즐겨찾기’ 목록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예컨대 정보를 습득할 때 우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새 링크를 더 많이 찾으려 하고 사이트맵이나 도움말과 같은 종합적인 도구를 많이 사용한다. 반면 좌뇌를 주로 쓰는 사람은 색인이나 검색처럼 분석적인 탐색에 더 치중한다. 또한 시각 의존율이 높은 사람에게는 애니메이션이, 언어를 통해 주요 정보를 얻는 사람에게는 문자가 효과적인 정보전달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개인의 인지 특성에 따라 사이버 공간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이런 성향이 지나치면 익숙한 방식으로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지적 타성’ 과 제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는 ‘수집 편중’ 에 빠지게 된다.

정보검색은 링크된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웹서핑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방대한 정보들을 링크를 따라 일일이 검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 의 성공이 보여주듯 검색엔진의 성능은 정보검색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편 인지 기술의 수준도 중요한 탐색 성공 여부의 주요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북대 연구팀의 연구는 정보 검색에서 인지 능력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전북대 인지심리실험실 연구팀은 대학생들의 검색기 이용 방식을 조사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적잖은 수의 대학생들이 불과 1-2개의 검색어만을 사용해 정보검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이 실패한 경우에도 검색어를 잘 바꾸지 않았다. 반면 연상어나 특이한 구절을 검색어로 사용하거나 중간 결과를 참조해서 추출한 새 검색어로 검색을 할 경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정보검색에서 전략적인 사고와 두뇌회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테면 한국의 5대강의 총 길이를 묻는 질문에서 ‘5대강’ 이나 ‘강’ 으로 검색한 것보다 상위 개념인 ‘하천’ 이나 ‘수자원’ 으로 검색하면 더 확실한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융통성과 상상력을 이용한 정보 검색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크게 끌어올린다.

빠른 검색은 웹디자인이 관건
 

문화적 차이나 사고방식차에 따라 웹디자인도 달라진다. 외국의 포털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간결함이 느껴진다. 정보검색의 효울성을 높이기 위한 고려다.


다른 한편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탐색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최근 들어 웹디자이너들은 사용성이나 인간컴퓨터상호작용(HCI)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용성이란 웹을 얼마나 편리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심리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북대 심리학과 곽호완 교수 연구팀은 웹 구성요소와 사용성 간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파헤쳤다. 연구팀은 웹페이지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의 특성을 분석해 웹디자인이 인간 두뇌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웹사이트 구조 역시 인지활동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사실도 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웹사이트 구조는 좀더 간편한 탐색을 위한 밑그림이다. 웹사이트는 깊이(depth)와 폭(width)으로 구성된다. 깊이가 정보를 찾기까지의 단계라면 폭은 선택할 수 있는 가지수를 뜻한다. 만일 같은 수의 페이지로 웹사이트를 구축한다면 깊이는 얕고 폭은 넓게 하는 것이 검색 시간을 약간이라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연구결과는 사이버 공간의 디자인이 인간 인지의 특성을 반영해 과학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좋은 웹사이트는 사용자의 현재 상태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한다. 또한 웹디자인이나 사이트 구조가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도 언제든 원하는 위치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사이트가 좋은 사이트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절대적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하나의 사이버 세계라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과 외국의 포털사이트 디자인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다음(Daum) 등 국내 포털사이트들은 가능한 많은 정보를 집적해 놓으려는 듯이 현란하고 오밀조밀하다. 반면 미국의 웹페이지는 단순한 형태를 갖거나 검색기능에 무게를 둔 경우가 많다. 국내 사이트는 웹페이지를 치밀하게 구성하는 능력이 강조된 반면, 외국사이트는 계층 구성과 정보검색의 효율성이 강조된 것이다. 이런 차이는 동서양의 사고 방식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한국인은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고, 개인 행동과 표현은 상황이나 주변의 눈치에 영향 받는다. 정보의 가치도 개별적이기 보다는 다른 주변 정보들을 훑어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시간이 흘러 필요없게 된 정보도 잘 치우지 않는 편이다. 이같은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웹페이지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처럼 웹페이지를 중심으로 하는 사이버 공간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인간정신이 활동하는 무대다. 따라서 웹페이지 디자인은 당연히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오랫동안 물질적인 자연 환경에 적응해 온 결과로 현재에 이르렀다. 따라서 사이버 공간이 좀더 넓은 인간 정신의 활동공간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물질적인 특성을 띄어야 한다.

앞으로 사이버 세계는 좀더 구체적인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직접 신체에 자극을 가하는 기능이 강화된다면 좀더 색다른 심리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험과 사고 과정은 실제 공간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시 정신과 지능의 진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웹서핑 중 흔히 저지르는 실수 3가지

심리학자들은 인터넷 탐색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실수를 대개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방향상실(disorientation) 또는 길잃음(lost-in-hypertext) 하이퍼텍스트로 된 문서들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을 때 겪게 된다. 메뉴 디자인이 잘못 설계됐거나 인간의 기억인지기능이 저조할 때 일어난다.

방향이탈(embedded digression) 원래 목적을 망각한 채 검색 방향에서 벗어난 경우. 이 오류 역시 인간 기억력의 한계, 의사결정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정보가 주어진 경우다.

미술관문제(the art museum problem) 여러 페이지를 돌아다녔음에도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못찾은 경우다. 웹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페이지 내용 구성이 잘못됐거나 내용이 너무 많아 대충 훑어 읽게 될 때 일어난다. 심리학적으로는 제한된 단기 기억 용량과 장기 저장에 필요한 주의 부족 때문에 생긴 문제다. 특히 정보는 많지만 짜임새가 허술한 경우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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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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